건축에도 패션처럼 브랜드가 있다면, 곽희수 건축가가 이끄는 이뎀도시건축은 독보적인 브랜드로 유명해졌을 것이다. 노출콘크리트 덩어리를 겹쳐 만들어 내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하다. 강원도 홍천군 대곡리, 하천이 넓고 언덕이 높은 동네에 곽희수 건축가가 설계한
스테이 유리트리트가 있다.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휴식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위해 건축가는 깊은 골짜기에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정자를 떠올렸다. 이렇게 설계된 유리트리트는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가협회상, 대통령상 등 많은 건축상을 휩쓸었고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조각은 하나의 큰 바위를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큰 구조를 완성한 이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횟수로 돌을 깎아 최종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원래
하나의 바위였기 때문에 다른 재료가 추가되는 일은 없다. 속이 꽉 찬 단단한 조각은 조각가의 몇천 번, 몇만 번의 두드림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유리트리트의 건물은 마치 콘크리트로 조각된 작품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완성되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유리트리트의 건물은 조각과 다름없는 감동을 보는
사람에게 전해준다. 이런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콘크리트 건물은 사실, 가열한 액체를 형틀에 부어 그 형태를 굳혀 완성하는 주물에 더 가깝다. 목재 합판 또는 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을 건물 모양에 따라 단단히
결합하고, 거기에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며칠 동안 단단해지기를 기다린다. 건물은 우리 생각보다 거대하기 때문에 일정 높이만큼 나누어 콘크리트를 부어야 한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각도로 자유롭게 뻗어있는 벽과 지붕은 유리트리트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하나의 조각처럼 느껴지게 한다. 지붕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벽은 경사를 따라
사선으로 올라간다. 콘크리트의 특성상 서로 다른 재료와 재료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경계선이 모두 생략되어, 건물은 매끈하게 한 덩어리로 보인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회색의 단단한 콘크리트와 그 사이를 투영하고 있는 유리뿐이다. 형태의 자유로움은 물론, 이런 재료의 간결함이 유리트리트를 조각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크게 세 개의 숙소동으로 이루어진 유리트리트는 건물과 건물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건물에서 뻗어 나온 벽들은 건물 사이를 유기적인 형태로 잇는다. 여행자들은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콘크리트 벽의 안내에 따라 의도된 동선으로 탐험한다. 콘크리트
벽을 지나 방향을 바꾸면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총 9개의 객실이 있는 유리트리트는 두세 개의 객실이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있는데, 이 객실 모두 맞은편 계곡을 향해 긴 목을 쭉 빼고 있다. 2층의 객실은 캔틸레버 구조(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고정되는 구조)로 계곡과 숲 방향으로 기둥 없이 띄워져 있어, 건물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신기한 쾌감을 선사한다. 객실 안에서는 큰 창을 통해 계곡 건너편의 빼곡한 숲을 마주할 수 있다. 소리산
줄기, 사리골 계곡이라고 불리는 해발 100미터의 수직 절벽은 객실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절벽을 가득 채운 나무들이 만들어 낸 풍광은 객실 가장 깊은 곳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고 계절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수직의 숲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객실을 가득 채운다. 이 풍경을 위해 건축가는 숲에
더 다가가려 했던 것이 아닐까. 공간과 공간을 구분 짓기 위해 유리트리트는 높낮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가운데의 마당에서 객실로 가기 위해서는 낮은 언덕을 오르듯 계단을 거쳐야 한다. 유리트리트의 건물들은 주변 지형에 따라 다른 높이에 지어져 있어, 9개의 객실은 모두 다른 높이에 있다. 각각의 객실은 다른
방향을 향해 다른 개수의 계단을 올라야만 입장할 수 있다. 어떤 객실에 묵느냐에
따라 다른 높이에서 바깥을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실내 공간을 구분하는 방식 역시 벽 대신 높낮이를 이용했다. 침실은 거실, 주방보다 높은 곳에 있는데, 객실에 따라 계단 3개에서 10개 정도, 사람 키보다 약간 낮은 높이로 공간이 구분된다. 층을 나눌 정도로 완전히 구분되어 있진 않지만, 하룻밤의 휴식에는 적당한 단절이다. 벽을 세우지 않은 덕분에 객실 어디에서도 창
밖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주변 환경뿐이 아니다. 편안하게 쉬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역시 중요하다. 유리트리트는 건물 사이의 거리를 띄워두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 있는 현관과 조경, 콘크리트 담장을 이용해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한다. 유리트리트는 일반적인 스테이보다 객실이 넓어 친구, 연인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와도 좋다. 공용 수영장 외에 객실마다 수영장 또는 자쿠지가 마련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가지기 어려웠던 시간을 선사한다. 체크인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쿠지에는 따뜻한 물이 받아져 있으며, 수영장, 카페를 포함한 리셉션 동에서 다이닝 룸을 따로 운영해 투숙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저녁엔 계곡 앞 바비큐도 즐길
수 있으니, 계곡 사이 부는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유리트리트에서는 계절의 근사함을 만끽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엔 계곡과 수영장을 오가며 더위를 잊고, 추운 겨울엔 눈으로 하얗게 물든 산과 살얼음이 낀 계곡물 앞에서 기분 좋은 고요함을 누릴 수 있다. 이렇듯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기에 어딘가 먼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지만, 유리트리트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고작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누군가는 출퇴근에 소비하는 그 시간에, 우리는 계절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나만의 휴식처에 도착할 수 있다. 누구나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쉼이 중요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그렇기에
후퇴와 철수를 의미하는 단어 리트리트는 더 이상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이뤄내기 위해 당신에게는 리트리트가 필요하다. 유리트리트는 그 이름을 통해 공간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한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고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다정한 마음이 당신에게도 느껴지길. 1 글, 사진 : 김선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