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은 양성산 중턱의 으리으리한 한옥이요, 정원은 바다처럼 드넓은 대청호다. 집 안에는 작은 박물관도 있다. 누가 봐도 마냥 부러운 생활환경을 지닌 이는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영미 씨다. 그녀의 일터는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다. 벌써 10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녀가 문의문화재단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청주문화방송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다 초등학생 역사체험학교인 청주역사문화학교 강사로 근무했던 게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공부한 역사도 재미있었지만, 그들을 위해 역사 해설을 하는 게 흥미롭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청원군에서 문화관광해설사 모집 공고가 나자, 이거다 싶어 바로 응모했다. 인연이 닿았는지 합격했고, 해설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문의문화재단지로 오게 되었다.
관광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라면, 문화유산 해설은 그 위에 양념을 치는 것과 같아요.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역사 해설을 하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하니 천직은 천직인가 보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생기면서 수몰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옮겨서 조성한 곳이다. 제자리를 잃고 방황하다 낯선 곳에 정착한, 어찌 보면 가련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김영미 씨는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한다.
여행객들은 대청호와 청남대를 구경하러 왔다가 문의문화재단지에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왔다가 들리게 되니 마주하는 객사며, 고택 등이 생경하기만 하다. 눈으로 훑어 보기만 해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 리 만무하다. ‘모르고 보면 팔만대장경도 빨래판에 불과하다’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그 자체로 유물·유적박물관이예요. 저는 방문객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게 역사와 가치를 설명해 주려고 합니다.
문화유산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양지차다. 모르면 그저 옛날 집이고, 건물이며, 옛사람들이 쓰던 물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알게 된다면 살아 있는 역사요, 유품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문화유산의 가치를, 문의문화재단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김영미 씨는 자부심은 강하다.
김영미 씨가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좋은 경치를 즐기면서 돈벌이도 하니 정말 좋겠다. 나도 그런 직장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그녀도 친구들의 부러움을 인정한다. 문의문화재단지는 양성산 중턱에 자리 잡아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과 호수가 펼쳐놓은 풍경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다. 더욱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광경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존재다. 이런 풍경을 늘 보면서 생활하니 어찌 즐겁지 않을까. 그렇다고 모든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지만, 간혹 해설 외에 분실물을 찾아달라거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네가 알면 얼마나 아는지 보자’는 식의 관람객이다. 대게가 해설을 하는 내내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듣는다. 모르고 지나치면 좋겠지만, 해설을 하는 동안에도 10년 차 베테랑의 눈에는 다 보인다. 피부로도 느껴진다.
역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교수들만큼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모르는 것은 열심히 찾아서 공부한다. 또 어려운 용어나 지루한 역사보다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야사 등을 섞어가며 관심을 갖게 한다. 이런 노력들을 알아주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무시하는 듯한 시선과 태도는 그녀를 슬프게 한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김영미 씨의 해설에는 여느 해설사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편안한 듯 귀에 쏙 들어오는 표현과 적절한 단어의 선택이다. 이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탓도 있지만, 수필가라는 숨은 이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영미 씨는 1998년 수필가로 등단한 작가다. 2007년에는 10년의 일상을 편안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만드는 중 이라는 수필집을 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어찌 보면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것도 자신의 문학 영역을 넓히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대청호의 자연과 그 위에 얹어지는 세월, 문화유산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해설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이를 쉽고 재미있는 글로 풀어낸다면 더욱 진솔하고 깊이 있는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원고지 빈 칸을 글로 채우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듯, 자신의 해설을 듣고 문화유산이 살아 있는 역사가 되고 사람들의 여행길이 더욱 풍성해진다면 김영미 씨는 더없이 행복하다.
1. 대청호가 좋은 점이 있다면
대청호는 사계절 주는 감동이 다르고, 아침․ 저녁으로 표정이 다르다. 아침에는 호수 표면이 고기 비늘처럼 반짝거리고, 저녁에는 석양이 호수에 비쳐 황금빛으로 물드는 게 황홀하다. 계절적으로도 봄에는 문화재단지가 들어선 양성산에 진달래 활짝 펴 온통 분홍빛이고, 여름에는 산과 호수가 푸르름이 가득해 보는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가을에는 단풍이 호수에 비쳐 세상이 온통 붉고, 겨울에는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이지만, 호수만 파란색을 띠는 풍경이 너무나 이채롭다.
2. 문화유산해설을 하면서 중시하는 것은
여행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역사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면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재미난 야사를 곁들이고,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관람객들이 해설을 듣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3. 해설사로서 노력하는 것은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 방면에 전문가도 아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모르는 것 있으면 책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해서 하나하나 익히면서 해설을 해준다.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봄, 가을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가뜩이나 오후가 되면 목이 잠기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여행객들에게 좋은 해설을 해주기 어렵다.
김영미
수필가, 문화유산해설사. 충북 괴산 출생. 창조문학 오해 로 등단. 청주문인협회, 여백문학회, 창조문학 회원이며 비존재 동인이다. 청주문화방송 주부리포터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 중이다. 수필집 만드는 중 이 있다.
글.사진 U투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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