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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달려온 남한강과 북한강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과 남양주시 조안면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두 물이 만나 하나의 큰물을 이루며 새로운 풍경을 펼쳐 보이니, 이곳에서 양평 여행이 시작된다. 두물머리 강물에는 여름빛 머금은 구름이 하늘거리고, 양평 오일장은 시골장의 흥겨움과 사람들의 정이 가득하다. 강줄기 따라 이어진 경의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멀지 않아 당일 코스로도 다녀올 수 있다. 3, 8일로 끝나는 날이면 양평역 앞 ‘물맑은시장’은 시끌벅적해진다. 오일장이 서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도로도 장날이면 새벽부터 하나둘씩 차양막이 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난전이 늘어선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의 장터가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위축되었지만 양평 오일장은 전성기 때 못지 않다. 잘 말린 산나물을 짊어지고 온 할머니, 직접 기른 채소를 가져온 아주머니, 싱싱한 생선을 펼치고 목청 높여 소리치는 아저씨, 전국 장마당을 돌며 장사하는 장돌뱅이도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건어물, 젓갈, 의류, 생필품 등 없는 게 없는 시골 백화점이다. 닷새마다 얼굴 맞대고 장사하는 정겨운 사람들이라 시끌벅적하고 흥겹다. 여기에 서울에서 전철 타고 전통 오일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아 양평 오일장은 늘 활기가 넘친다. 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어김없이 상인과 흥정이 시작된다. 그러다 물건을 많이 팔았거나, 싼 값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기분이 좋아지면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장을 보지 않더라도 좁은 길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장 구경을 하고 장터국수나 국밥 한 그릇, 탁주 한 잔에 메밀전병 한 조각으로 출출한 속을 달래는 것만으로도 오일장에 온 보람이 있다. ‘지방에서는 문화활동이 힘들다’, ‘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깬 것이 양평군립미술관이다. 인구 대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예술인이 모여 사는 고장답게 양평군립미술관은 수도권 유일의 군립미술관이다. 입구에 서 있는 철제 다비드상의 늠름한 모습을 감상하고 실내로 들어가면 다양한 현대예술과 만나게 된다. 상설 전시보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기획 전시를 주로 하기에 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양평에 거주하는 작가는 물론이고 전국의 작가들이 독창적인 작품을 내놓는데, 전시 작품이 회화, 사진, 영상, 입체조형,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하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심미안이 없는 어린아이나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전시물을 다 둘러보지 않더라도 사진이 좋으면 사진을 관람하고, 조각에 관심이 있으면 조각 작품을 살펴보는 식으로 미술관을 돌아보면 된다. 더욱이 각각의 기획전은 ‘양평의 사계전’, ‘축복의 땅, 양평’ 등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주제를 연상할 수 있게 해 누구라도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양수대교를 건너 두물머리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어디선가 본 듯한, 처음인데도 매우 친숙한 장소가 나타난다. 바로 두물머리 나루터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 지점으로 이른 아침이면 보드라운 물안개가 호수 전체를 뒤덮는다. 오래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강물에는 돛을 단 나룻배가 떠 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두물머리의 매력이다. 팔당댐에 막혀 미동도 하지 않는 강물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강의 서정’ 그 자체다.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옛날부터 유명했다. 조선시대 이건필이 그린 <두강승유도(斗江勝遊圖)>와 겸재 정선이 그린 <독백탄(獨栢灘)>에도 두물머리 풍경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에 두물머리는 한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뗏목을 엮어 물길을 따라 내려온 뗏꾼들이 하루를 쉬어가던 곳이다. 한창때는 주막집을 포함해 50가구가 넘게 살던 마을이었다. 그런데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두물머리 나루터는 그 역할을 다했다. 뱃길에 다리가 놓이고 도로가 열리면서 자동차가 배를 대신했다. 경의중앙선 전철이 개통되고 나서는 두물머리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양수역에서 두물머리 물레길을 따라 걸으면 용늪, 세미원, 자전거도로를 덤으로 여행할 수 있다. 물레길은 평지를 걷는 코스여서 시니어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세미원은 물과 꽃의 정원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水洗心 觀花美心)”는 « 장자» 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은 배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현륭원)가 있는 수원으로 행차할 때 한강에 설치했던 배다리를 재현한 것이다. 현륭원에 갈 때 노량진에서 한강을 건넜는데, 왕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너지 않는다고 하여 그때마다 배다리를 설치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 출렁이는 것이 물위를 걷는 것만 같다. 정원에 들어서면 사랑의연못, 빅토리아연못, 검은잉어연못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연못이 여럿이다. 연못에는 분홍빛 연꽃이 화사하다. 6월에서 9월 사이에 찾으면 피고 지는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못에는 연과 함께 창포도 심어져 있다. 연꽃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검은잉어연못이다. 연못 가운데 다리를 놓아 연밭 사이를 걸으며 가까이에서 연꽃을 볼 수 있다. 세미원에 연꽃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원래 상류에서 떠내려온 부유물로 가득한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연못을 조성하면서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을 심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장독대분수도 관람객이 많이 찾는 장소다. 창덕궁의 장독대 모양으로 꾸민 분수대는 한강이 더 맑아지기를 기원하는 제단을 상징한다. 한강에서 끌어온 물이 1년 내내 항아리 위로 솟아오른다. 3월 삼짇날 두물머리의 강심수를 길어다 장독대에 올려놓고 나라와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는 지역의 민간 풍속을 바탕으로 조성하였다. 숨 쉬는 옹기 위로 한강물이 솟게 해 한강을 살아 숨쉬는 깨끗한 강으로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이 기증한 연꽃을 볼 수 있는 페리기념연못,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재현한 세한정, 연꽃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연꽃박물관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볼거리가 많다. 여행 중에 한옥 사랑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벗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당은 시니어들도 편안하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한옥 카페다. 솟을대문을 지나 안마당에 들어서면 소박한 정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대청에 오르면 기와지붕의 처마선이 멋스럽다. 옛날 정승댁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한옥이라 안채, 별당, 정자, 행랑채 등 건물도 많다. 각각의 건물은 분위기도 다르고 풍경도 달라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널찍한 공간에서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안채, 조용하게 운치를 즐기고 싶다면 별당, 가족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행랑채가 좋다. 정자는 고당에서 전망과 운치가 가장 좋은 곳이다. 한옥 처마밑에 집을 지은 제비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정겹다. 도시에서 자취를 감춘 제비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으로도 시니어들은 어린 시절 고향을 추억하게 된다. 대부분의 카페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시니어들에게는 낯선 공간이 되기 쉬운데, 고당은 카페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란 생각을 버리게 하는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팔당호를 끼고 있는 마현마을은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다. 정약용의 5대조부터 여기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세 형과 함께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훗날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흠흠신서», «아언각비» 등을 저술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생가는 ‘여유당’이란 현판을 달고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고졸한 자태가 정약용의 기품을 닮았다. 한 걸음이면 뛰어넘을 것 같은 낮은 담장에는 허물없이 백성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하고자 했던 정약용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여유당 앞에는 배다리가 놓여 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소에 갈 때 건넌 배다리가 바로 정약용이 설계한 것이다. 생가 뒤 언덕에 올라서면 정약용의 묘가 있다. 계단으로 길이 조성되어 오르는 데 다소 힘들 수도 있으나 높지 않아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저 멀리 한강의 도도한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자손들의 번창과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생가 맞은편에는 다산기념관과 다산문화관이 자리한다. 다산기념관에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을 비롯해 다산의 영정, 서한, 그가 발명한 거중기와 녹로 모형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중 실물의 4분의 1 크기인 거중기와 2분의 1 크기인 녹로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기구로 수원 화성을 쌓을 때 백성들의 노고를 덜어주었던 발명품이다. 다산문화관에는 다산이 설계한 배다리를 이용해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로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능행도>와 500여 권에 달하는 다산의 방대한 저술을 분야별로 모아놓았다. 정약용 생가를 둘러본 뒤 실학박물관에 들러 실학자들의 사상을 살펴본다. 실학은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 발생한 현실개혁적인 조선 유학의 학풍을 일컫는다. 실학박물관은 3개 전시실에서 실학의 형성과 전개, 천문과 지리 등 실학사상 전반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추천 여행 코스 (당일코스)> 다산 정약용 생가 → 양평군립미술관 → 점심식사 → 양평 오일장 → 두물머리 → 세미원 < 추천 여행 코스 ( 1박2일코스)> 첫째 날 : 다산 정약용 생가(무료, 주차장 있음) → 점심식사(기와집순두부, 좌식.입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 고당(좌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 두물머리 → 세미원(65세 이상 50% 할인, 휠체어 이동 가능하나 비포장도로임) → 저녁식사(양수추어탕, 좌식 테이블, 주차장은 식당 맞은편에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및 숙박 둘째 날 : 양평군립미술관(65세 이상 무료, 휠체어 무료 대여) → 점심식사(민갈비앤쌈밥, 좌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 양평 오일장(양평역에서 도보 2분, 공용주차장 있음) → 귀가 < 추천 여행 코스 ( 2박3일코스)> 첫째 날 : 다산 정약용 생가 → 점심식사 → 고당 → 물의정원 → 남양주종합촬영소 → 저녁식사 및 숙박 둘째날 : 두물머리 → 세미원 → 점심식사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 양평군립미술관 → 저녁식사 및 숙박 셋째날 : 양평 오일장 → 용문산자연휴양림 → 점심식사 → 용문사 → 귀가 ○ 문의 - 다산 정약용 생가 문의 : 031-590-2481 / www.nyj.go.kr/ - 실학박물관 문의 : 031-579-6000 / http://silhak.ggcf.kr/ - 고당 문의 : 031-576-8090 / www.godangcoffee.com - 세미원 문의 : 031-775-1835 / www.semiwon.or.kr - 양평군립미술관 문의 : 031-775-8515 / www.ymuseum.org - 양평물맑은시장(양평 오일장) 문의 : 031-771-2080 / http://ypsijang.co.kr/ - 양평군 관광안내 문의 : 031-775-8700(두물머리관광안내소) / http://tour.yp21.net/gcontent/intro.asp ○ 관광무장애정보 - 다산 정약용 생가 * 실학박물관 주차장에서 정약용 생가 구역까지 휠체어 이동 가능 * 정약용 생가에는 장애인화장실 없고, 실학박물관에 장애인화장실 있음 * 장애인 주차구역 있음 - 고당 * 마당에서 대청까지 턱이 높고, 전체적으로 장애인이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 * 장애인 주차구역 없음 * 솟을대문 옆에 화장실 있음. 장애인화장실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음 - 두물머리 * 두물머리 가는 길이 흙길이나 휠체어 이동 가능 * 장애인 주차구역 없음 - 세미원 * 65세 이상 입장료 50% 할인 * 산책로가 흙길이나 휠체어 이동 가능 * 장애인 주차구역 있음 - 양평군립미술관 * 65세 이상 무료 관람 * 장애인 주차구역 없음 * 장애인화장실 있음 * 안내소에서 휠체어 무료 대여 *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 가능 * 수유실 있음 - 양평물맑은시장(양평 오일장) * 공영주차 ○ 대중교통정보 [버스] 서울-두물머리,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167번 버스(05:40~00:20) 승차 후 양수리 차고지 하차. 정류장에서 도보 20분 [전철] 서울-양평, 경의중앙선 용산역 출발 시 약 1시간 20분 소요, 양평역 1번 출구, 장애인용 지상 엘리베이터 있음 ○ 자가운전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 덕소삼패IC → 삼패사거리에서 양평 방면 경강로 → 약 31km 이동 → 양평군청 사거리에서 양평역 방면 우회전 → 약 200m 이동 → 양평 오일장 ○ 주변 음식점 - 기와집순두부 : 순두부 /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133 / 031-576-9009 * 좌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 양수추어탕 : 추어탕 / 경기 양평군 양서면 북한강로 43 / 031-772-6053 * 입·좌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장애인화장실 없음 - 민갈비앤쌈밥 : 쌈밥 / 경기 양평군 양평읍 남북로 62 / 031-775-1580 * 좌식 테이블, 주차장 있음 * 화장실이 계단 통로에 있어 휠체어 이동이 불편하고 출입구 협소함 ○ 숙소 - 한화리조트 양평 : 경기 양평군 옥천면 신촌길 188 / 031-772-3811 / www.hanwharesort.co.kr * 출입구에 경사로 있음,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운행, 객실에 취사도구 구비, 산책로와 야외 수영장 등 편의시설 갖춤 - 대명리조트 양평 : 경기 양평군 개군면 신내길7번길 55 / 031-770-7512 / www.daemyungresort.com/yp * 출입구에 경사로 있음,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운행, 객실에 취사도구 구비, 사우나와 노래방 등 편의시설 갖춤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일러스트 | 안정빈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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