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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봄날, 소풍이나 운동회 전날이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김밥을 말았다. 얌전하게 썬 김밥은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기고, 큼직한 김밥 꼬투리는 썰기 무섭게 사라졌다. 새콤달콤한 단무지와 짭조름한 어묵, 달큼한 시금치와 당근이 들쭉날쭉 튀어나온 김밥 꼬투리의 화려한 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요즘 트렌드에 맞춰 판매되는 김밥처럼 밥보다 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간 풍성한 맛이었다. 새콤달콤한 단무지 대신 파프리카와 산나물이 들어가고, 햄 대신 숯불고기와 고소한 유부를 볶아 넣고, 달걀옷을 입은 김밥과 장아찌의 환상적인 조합에 이르기까지 김밥의 변신은 무한대로 진행 중이다. 서울 도심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스페셜 김밥을 만나보자. 새로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뒷골목에 조선김밥이 있다. 단무지와 우엉, 당근, 햄, 시금치 대신 꽃나물과 유채나물 등 볶은 나물을 넣어 만드는 조선김밥은 꽃나물김밥으로도 불린다. 이름도 생소한 꽃나물은 5월에 나는데, 생으로는 맛이 없고 말렸다가 불려서 삶아야 맛있어지는 나물이다. 12시간 밤새 불려 2시간을 삶고 제 물에 다시 불린 뒤 저녁에 볶아서 속재료로 쓴다니 꼬박 이틀이나 걸리는 정성부터 남다르다. 그렇게 볶아낸 꽃나물은 참기름과 궁합이 맞아 김밥에 썩 잘 어울린다. 게다가 젊은 층의 입맛에 잘 맞아 입소문을 타고 삼청동 맛집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작은 가게가 늘 만석이다. 김밥을 주문하면 오징어젓, 무장아찌, 진미채볶음 등 입에 착착 붙는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특제 간장으로 조려낸 어묵에 알싸한 맛을 내는 고추냉이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뎅김밥은 김밥의 새로운 발견이다. 궁중음식을 10년 넘게 공부했다는 주인장의 손맛에 믿음이 가는 순간이다. 11:00~19:30(브레이크 타임 15:00~16:30), 일요일 휴무. 조선김밥‧오뎅김밥 각 4000원, 조선국시 6000원 김밥의 재료가 고급화하고 화려해지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 4000원 이상 하는 김밥은 한 끼 식사만큼이나 푸짐하고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압구정 리김밥의 냉장고에 진열된 수많은 김밥 종류를 살피다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하루 25g의 견과류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상식을 상기시키는 매운 견과류 김밥은 아몬드와 호두가 듬뿍 들어간 멸치볶음을 와삭 씹는 맛이 압권이다. 게다가 싱싱한 오이채와 시원하고 칼칼한 청양고추가 멸치볶음에 남아 있는 느끼함을 말끔하게 잡아준다. 슈퍼야채김밥은 생오이와 당근이 가득 들어 다이어터들이 열광한다. 밥을 2mm 두께로 최대한 얇게 펼치고 싱싱한 오이와 당근, 우엉, 게맛살, 단무지를 두둑하게 넣어 둘둘 말아내면 밥보다 재료가 넘치는 리김밥만의 스페셜 김밥이 완성된다. 20여 가지가 훌쩍 넘는 김밥 중에서 히든카드는 에담치즈김밥. 네덜란드산 에담치즈를 넣어 고소한 맛을 살리고 버섯과 파프리카를 듬뿍 넣어 맛과 영양을 챙겼다. 빨간 파프리카의 아삭한 식감에 이국적인 치즈 맛이 어우러져 김밥의 신선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07:30~ 21:00, 토요일 20:00, 일요일 휴무. 매콤견과류 김밥 4000원, 슈퍼야채김밥 3500원, 에담치즈김밥 4000원 사당동 남성시장 골목 끝에 자리한 방배김밥은 시장통을 걸어가며 만나는 온갖 주전부리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가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2시간여를 무쇠솥에 볶아낸 유부조림 맛이 30년 방배김밥의 비결이다. 간장과 후추, 설탕만으로 볶아낸 유부는 웬만한 소고기 못지않게 감칠맛 나는 풍미와 식감을 자랑한다. 유부김밥의 조연은 단무지인데, 주문한 단무지를 물에 담가 색소와 잡맛을 빼고 사용한다. 젊은 주인장은 깊은 맛을 내는 진간장과 참기름 등 재료를 엄선하는 것으로 김밥 맛을 변함없이 지켜간다. 온 식구가 모여서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말고 자르고 포장하는 과정이 어찌나 일사불란한지 손발이 척척 맞아 대기시간이 길지 않다. 청양고추를 간장에 절여 새콤하고 칼칼한 맛으로 개운함을 살린 고추김밥은 입안이 얼얼한데도 중독성이 있어 마지막 꼬투리까지 포기할 수 없다. 화~토요일 06:00~18:00, 일요일 04:00~14:00, 월요일 휴무. 테이크아웃만 가능. 서울 경기 일부지역만 택배 가능. 방배김밥 2200원, 고추김밥 3000원, 방배꼬마김밥 1700원 40년을 한결같이 한자리에서 김밥을 말고 있는 봉천동 터줏대감 진순자 할머니는 지금도 오후 3~4시간쯤은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다. 긴 세월 한자리에 있으니 봉천동 일대 직장인이나 자취생들에게 소울푸드로 통하는 할머니의 김밥을 먹으러 오는 단골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석 계란말이김밥은 생각보다 속이 단순하다. 소시지와 부추와 단무지를 가늘게 썰어 보통 김밥의 반쪽 크기로 김밥을 싼다. 달걀물을 씌워 프라이팬에서 구워낸 따뜻한 계란말이김밥은 바로 썰어 매콤한 장아찌와 먹는다. 장아찌는 짭조름하고 아삭아삭하며, 달걀을 듬뿍 묻혀 구운 김밥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카드 안 되고 배달 안 되고 직접 찾아가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진순자김밥은 전국에 분점이 20여 개나 있어 지방에 사는 이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다. 24시간 영업, 일요일 휴무. 계란말이김밥(도시락 1인분) 4500원, 우동 4000원, 어묵 3500원 찰스숯불김밥 동교동 본점에 들어서면 새삼 간판을 돌아보게 된다. 김밥집에서 숯불갈비 굽는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간장양념에 재운 돼지목살을 숯불에 향긋하게 구워 넣은 숯불김밥이 이 집의 대표 메뉴다. 또 다른 대표 메뉴로 닭가슴살이 듬뿍 들어간 다이어트 김밥인 치킨샐러드김밥과 불고추장김밥, 참치샐러드김밥 등이 있다. 숯불김밥은 김밥 한 줄의 크기도 놀랍지만, 숯불에 구운 고기가 듬뿍 들어가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숯불고기의 진한 단맛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젊은 입맛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일반 김밥의 두 배 이상 크기를 자랑하는 찰스숯불김밥은 애인 앞에선 차마 한입에 넣을 수 없는 사이즈다. 갈비를 쌈 싸먹듯 한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먹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난다. 숯불김밥 외에도 청양고추와 고추장소스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린 매운숯불김밥, 불고추장김밥 등 10여 가지 이상의 특별한 김밥이 준비되어 있다. 09:00~21:00, 일요일 휴무. 숯불김밥 4000원, 참치샐러드김밥 4000원, 샐러드김밥 3000원 1.주변 음식점 조선김밥 : 종로구 율곡로1길 78(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뒷골목) / 02-723-7496 리김밥 : 강남구 압구정로30길 12(압구정역 2번 출구 산업은행 뒤쪽) / 02-548-5552 방배김밥 : 동작구 동작대로29길 63-5(총신대입구역 14번 출구 남성시장) / 02-599-0566 진순자김밥 : 관악구 남부순환로214길 14(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 KT관악지점) / 02-883-1824 찰스숯불김밥 : 마포구 동교로 187(홍대입구역 1번 출구 동명빌딩) / 02-334-1692 http://www.no1gimbap.co.kr/ 2.숙소 엠더블류(MW) : 송파구 올림픽로12길 5-9 / 02-425-4535 리젠트호텔 : 도봉구 마들로11길 29 / 02-992-1455 호텔마누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19 (남대문로5가) / 02-777-0100 http://www.hotelmanu.com/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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