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엔 따끈하고 달콤한 단팥죽이 최고다. 동짓날 문틈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와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뜨거운 단팥죽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시간이 정겹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단팥죽에 얼음 동동 뜬 동치미 한 그릇이면 긴긴 겨울밤도 맛있게 넘어간다. 붉은 단팥죽에 숨어 있는 하얀 새알심처럼 마음속까지 말랑하게 녹아드는 소울푸드, 단팥죽을 찾아 서울 구석구석을 뒤졌다.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맛있는 단팥죽집 다섯 곳을 만나보자. 1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는 예부터 설날 다음가는 작은 설로 여겨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을 먹는다’고 할 만큼 동지는 팥죽과 밀접하다. 옛날엔 식구 나이만큼 새알심을 넣어 동지 팥죽을 끓여서 집안 곳곳에 놓아두고 동지 고사를 지냈다. 토속신앙으로 전해오는 풍습이지만, 일가친척이나 이웃 간에 겨울철 특별식인 팥죽을 나눠 먹으며 새해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은 추위를 녹일 만큼 훈훈하다. 팥죽은 맛도 좋지만 이뇨작용이 뛰어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고 칼륨이 풍부해 염분으로 인한 부기도 해결해주는 건강식품이다. 게다가 식이섬유와 사포닌이 장 기능을 도와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여성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강남역에서 소문난 단팥죽집, 장꼬방에 들어서면 정겨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게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린 오픈 키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질반질한 가마솥에는 온종일 단팥죽이 끓고 있다. 장독대의 의미를 가진 장꼬방은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단팥죽으로 강남역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장년층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갖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팥과 공주의 밤, 경산 대추, 강화도 찹쌀로 만든 찰떡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직접 조달하는 장꼬방의 부엌에는 신선한 재료가 가득하다. 은은한 단맛에 팥알이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단팥죽은 마지막 한 수저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유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직접 만드는 팥찰떡도 쫀득한 찰떡과 팥소가 달콤하게 어우러져 별미다. 단팥죽 7,000원, 찹쌀떡 1,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명절 휴무. 건대 먹자골목에 자리한 ‘눈내린 팥집’은 멀리서도 깔끔하고 예쁜 외관이 눈에 쏙 들어온다. 국내산 팥 100%만 사용해 매일 단팥죽을 끓인다는 광고 문구가 믿음직하다. 1년 내내 우유를 얼려 만드는 팥빙수가 대표 메뉴지만 겨울에는 밤, 은행, 잣이 들어간 영양 많은 단팥죽이 인기다. 팥알이 살아 있어야 씹는 맛이 좋은 팥빙수용 단팥과는 달리 단팥죽에 들어가는 팥은 오랜 시간 공들여 부드럽게 삶아야 한다. 이 집의 단팥죽이 특별히 입자가 곱고 달콤한 것은 최상급 재료와 정성 덕분이다. 쫀득한 찰떡 안에 싱싱한 생딸기와 팥소를 넣어 만드는 딸기찰떡은 단팥죽과 어울리는 최고의 디저트다. 딸기 속살이 그대로 보이는 딸기찰떡은 1일 만드는 양이 100개로 정해져 있어 늦게 가면 맛보기 어려울 만큼 인기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눈이 펑펑 내리는 밤에 달려가서 단팥죽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단팥죽 6,000원, 딸기찰떡 1,800원. 둘째, 넷째 주 화요일은 휴무. 주차 한 대 가능.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단팥집’은 단팥죽도 맛있지만 단팥빵도 유명하다.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옛날 구멍가게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 호빵 찜통이 보인다. 뽀얀 수증기를 내며 빙빙 돌아가는 찜통에서 앙증맞은 단팥빵을 꺼내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은 추억이 있어 구수하다. 단팥빵 속 팥앙금이 껍질째 씹히는 맛이 좋고 그다지 달지 않아 하나로는 뭔가 아쉽다. 단팥집은 이른 아침부터 지리산에서 재배한 최고급 팥으로 가마솥에 단팥죽을 끓이고 단팥빵의 신선한 반죽을 만든다. 걸쭉하고 부드러운 단팥죽에는 호두, 잣,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와 찰떡이 나오는데, 취향대로 맛볼 수 있도록 작은 접시에 따로 담아준다. 단팥죽에 조금씩 넣어가며 바삭하게 먹는 맛도 좋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이태원에서 단팥죽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단팥죽 7,000원, 단팥빵 2,000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10시, 연중무휴. 감성적인 상호와 빈티지한 분위기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주얼 떡카페, ‘담장옆에 국화꽃’은 서래마을 입구에 있다. 무화과약식, 개성주악, 쑥찰떡 등 10여 가지 떡을 매일 만들어 언제 가도 말랑하고 신선한 떡을 맛볼 수 있다. 단팥죽은 단품 주문도 가능하지만 떡과 음료, 떡과 단팥죽으로 구성된 ‘담 세트’ 메뉴가 인기 있다. 유리 머그잔에 담겨 나오는 따끈한 국화차는 전통 떡과 단팥죽에 썩 잘 어울린다. 해바라기씨, 잣, 밤 등 견과류와 단팥죽에 뿌려진 은은한 계피 향이 매력적이다. 단팥죽에 올라간 새알심은 유난히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모든 식기를 자체 주문 제작해서 쓰기 때문에 떡이 담긴 도자기나 단팥죽이 담겨 나오는 놋그릇의 곡선이 예사롭지 않다. 단팥죽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 소금은 신안 천일염을 써서 재료에 정성을 다한다. 단팥죽의 획일적인 단맛이 부담스럽다면 무당 통팥죽을 추천한다. 단팥죽 8,000원, 담 세트(세 가지 떡과 허브차, 단팥죽) 1만 6,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20분, 명절 휴무. 1976년에 문을 열었으니 어느덧 40여 년이 다 돼가는 전통 있는 단팥죽집이다. 낡은 테이블과 좁은 의자가 1970년대 다방을 연상시키지만 단팥죽과 왠지 어울리는 분위기다. 원래는 한방차를 끓여 팔던 찻집이었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극찬하는 단팥죽과 식혜가 주로 팔린다. 클래식한 느낌이 남아 있는 빨간색 그릇에 뚜껑에 덮여 나오는 단팥죽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좁고 복잡한 실내에서 단팥죽을 기다리는 동안 누구 하나 불만이 없어 보이는 것도 오래된 가구와 소품이 전해주는 따뜻한 분위기 때문이다. 단팥죽에는 밤과 은행, 설탕에 조려낸 콩 등 푸짐한 고명과 달콤한 향의 계핏가루가 듬뿍 뿌려져 나온다. 그릇에 비해 큼직한 찰떡 덩어리가 바닥에 숨어 있어 단팥죽과 함께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단맛이 강한 편이라 새알심과 함께 먹으면 당도가 딱 알맞다. 단팥죽 6,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휴무. 장꼬방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61길 27 -문의 : 02-597-5511 -영업시간 : 09:00~22:00 단팥집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22-1 -문의 : 02-794-0712 -영업시간 : 12:00~22:00 담장옆에 국화꽃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래로10길 10 -문의 : 02-517-1157 -영업시간 : 10:00~23:00 http://damkkot.com/ 눈내린 팥집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29길 29-1 -문의 : 02-468-6778 -영업시간 : 12:00~24:00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22-1 -문의 : 02-734-5302 -영업시간 : 11:00~21:00 숙소 -가인게스트하우스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118 / 070-7594-5563 -고궁호텔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164 / 02-741-3831 -호텔앳홈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1길 40 / 02-762-4343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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