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은 향기 그윽하다.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서울의 답답한 공기를 피해 달려간 곳은 거제도와 부산. 바다와 숲을 오가며 걷는 동안 자연히 전하는 다채로운 감동에 마음이 벅차다. 벅찬 마음 안고 포근히 잠드는 여행자의 방에 관한 이야기다. 낭구는 나무의 경상도 방언이다. 소낭구펜션은 소나무 펜션인 셈, 이름 그대로 소나무가 많다. 함께 운영하는 옛마실펜션을 포함한 6000평 대지에 소나무뿐 아니라 후박나무, 벚나무, 보리수나무 등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자란다. 나무가 많으니 새도 많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청아하게 울리는 새소리에 기분 좋게 잠이 깬다. 나무 사이에는 전국 각지에서 그러모은 잘생긴 수석들이 자리했고, 그 곁으로 작은 꽃나무, 야생화, 허브가 지천이다. 이보다 더 정성껏 가꾼 정원을 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했다. 주인장은 거제대학교 옆 선산을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요량으로 손수 일궜다. 펜션 내 길을 내는 데만 15년이 걸렸다. 물길을 내고 땅을 깎고 다져 소나무와 황토로 한옥을 하나둘 지었다. 원래 자라던 나무 곁에 전국 각지를 돌며 구한 아름다운 나무를 하나둘 심었다. 거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움막을 짓고 땅을 일궜다고. 1988년부터 시작한 일 인데 여전히 한결같이 흙일, 나무일로 바쁘다. 동마실, 서마실, 금송정, 해송정, 풍양정, 운양정, 찻집인 별장 차마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팔각정, 원두막 여섯 개, 연못 세 개, 옥림마을 앞바다가 한눈에 드는 정자가 세 개. 곳곳에 자리한 나무 그네, 나무 시소, 황토 화덕까지 펜션 내 시설을 열거하면 이곳에서 무엇을 누릴 수 있을지 가늠이 된다. 여기에 머물려면 하루 정도는 일정을 온전히 비워 펜션에서만 머물러야 한다. ‘나만의 우주에서 나만의 시간’을 고요히 보내는 느낌이 충만하게 든다. 펜션에서 나는 물은 1등급 석관수, 따로 물을 준비할 필요 없이 오며 가며 목마를 때 마시면 된다. 옥림마을 동네 사람들은 김장할 때 이 물 길으러 펜션으로 올라온다. 이 물 받아 연못을 만들었고, 잉어도 50여 마리 길렀는데 바다에서 물길 타고 올라온 수달이 모두 잡아먹었다. 잉어 훔쳐먹는 수달이라니, 생각만 해도 귀엽다. 늦은 밤 연못 근처 정자에 앉아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는다. 잉어가 놀던 연못에는 개구리가 터를 잡았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검은 정적을 울린다. 한결 따뜻해진 바람결에 시절 맞춰 핀 꽃 향이 짙게 배었다. 짊어진 삶의 고뇌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마법의 순간이다. 3월부터 4월까지 피는 꽃 향 누리려면 서둘러 가는 게 좋겠다. 삼지 닥나무(이 나무로 닥종이를 만든다), 마취목(향을 맡으면 말이 취한다고), 천리향, 치자가 곳곳에 자란다. 온종일 향만 맡고 지낸다 해도 서너 날은 족히 감동적일 정도의 향기다. 나무 배우러 가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나무 가이드를 신청하는 투숙객에게 주인장이 직접 가꾼 나무와 꽃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1월 유자가 열리면, 펜션 한 편에 유기농으로 가꾼 2000평의 유자밭에서 유자 따기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 ✔ 귓속말 TIP 최대한 여유 있게 펜션을 누릴 것. 별장 차마실의 대추차도 꼭 맛볼 것, 열댓 시간을 뭉근하게 끓여 낸 대추차는 약이다. 비즈니스 여행객과 동선이 중요한 여행자에게 최적의 호텔이 여기다. 좌우로 벡스코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이 자리한다. 센텀시티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 지난해 문을 연 센텀프리미어호텔은 분양형 호텔로는 최고 등급인 프리미어 등급을 받았다. 싱글, 슈페리어 더블, 슈페리어 트윈, 이그제큐티브, 디럭스, 디럭스 트윈, 디럭스 패밀리 트윈, 프리미어, 스위트, 프리미어 스위트 등 열 개 타입의 객실이 총 603개 있는 거대한 규모다. 거대한 규모에 맞게 피트니스센터, 뷔페 레스토랑, 연회장, 수영장, 바, 비즈니스 센터, 코인 세탁실 등의 부대시설도 알차게 갖췄다. 특히 바, 피트니스센터, 수영장은 12층에 위치해 센텀시티가 한눈에 든다. 수영장은 여름 성수기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비즈니스호텔을 표방하지만 객실은 단조롭지 않고 아늑하며 세련된 느낌이다. 더러는 부티크 호텔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특히 복층 구조의 스위트와 프리미어 스위트 객실은 높고 큰 통창으로 광안대교 혹은 수영천을 조망할 수 있다. 객실 내 비치된 어메니티도 살뜰하게 챙겼다. 칫솔은 환경을 생각해 대나무로 만든 제품, 세정제는 사해 미네랄 추출물이 함유된 것으로 국제 공인기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객실 내 파일북에는 인증서와 함께 난방기 조절법, 비상시 대피도, 호텔 부가서비스 관련 공지 내용 등을 세심하게 프린트해 비치했다. ① 부산 아홉산 숲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자락에 남평 문(文) 씨 일가가 400년 가까이 보듬고 지켜온 숲이다. 더불어 이곳은 한반도 온·난대 수종의 연구림이기도 하다. 이 집안이 숲과 자연을 대하는 자세는 숲길의 시작점에 지은 종택의 이름에서 가늠할 수 있다. 관미헌(觀 薇 軒 ),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뜻이다. 아홉산 숲은 산을 둘러 구갑죽 마당, 금강소나무 군락, 맹종죽 군락, 참나무 군락, 편백나무 군락, 소나무 군락, 평지 대밭이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이만큼 많은 양의 금강소나무 군락을 보기도, 이토록 잘 조성되고 말끔한 대숲을 보기도 쉽지 않다. 일제 침략기에는 놋그릇을 숨기는 척하며 일부러 들켜 일본군의 눈길을 돌려 금강송을 지켰고, 60년대 70년대 부산의 잔반과 분뇨차를 불러 그 거름으로 알뜰살뜰 대나무를 키웠다. 한 집안이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쳐 긴 세월 땀 흘려 가꾼 숲은 새와 동물의 터전이 됐다. 그러니 이토록 정성을 다해 가꾼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대나무 줄기에 이름을 새기는 파렴치한 행동 같은 것 말이다. 관미헌 주변으로 꽃피는 나무들이 많다. 입구에 탐스럽게 피어나는 목련을 시작으로 4월에는 관미헌 옆으로 흰 동백, 연분홍 동백, 붉은 동백이 한 번에 피어난다. 그 곁에는 100년 수령의 배롱나무가 자란다. 여름엔 백일홍이 필 테다. ② 거제 지심도 작은 섬이라 언제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 동백이 제철인 봄에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한 섬이다. 특히 주말에는 오후 두 시가 되기 전에 입도하는 배편이 모두 매진이기 일쑤다. 예약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동백섬 지심도 터미널에서 배편으로 15분 거리.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천혜의 자연휴양림인 지심도는 우리에게 동백섬으로 더 유명하다.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 자를 닮았다 해서 이름한 지심도는 조선 헌종 때 15가구가 이주해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유인도다. 지금의 섬에는 15가구가 민박과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아 간다. 산책로를 따라 동백터널, 전망대, 몽돌해수욕장, 작고 아름다운 폐교, 일제강점기 일본이 만든 포진지와 탄약고 등을 설렁설렁 돌아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4월까지 동백이 피고 지며 붉게 물드는 오솔길이 아름답다. 왕복 뱃삯은 1만4000원이다. ③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오륙도는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배경으로 유명한 작은 군도다. 해운대, 광안리에서 해안 오른쪽 끝을 바라보면 다섯 혹은 여섯개의 섬들이 보인다. 섬의 숫자가 계속 다르게 보이는 데는 오랜 세월 의견이 분분했다. 한때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통했지만, 사실은 섬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수가 다르게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해맞이 공원이다. 트레일 코스가 약 4km 이어지는데, 부산 바다의 장쾌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 주변은 봄이면 유채와 수선화가 활짝 피어 여행객을 반긴다. 언덕을 넘어 두 시간가량 걸으면 해운대와 달맞이고개의 풍광이 손에 잡힐듯 보이는 이기대가 나온다. ④ 거제 공곶이 공곶이는 예구마을 주민 강명식 할아버지가 개간한 5만평 규모의 다랭이 논이다. 그는 1970년부터 개간한 땅에 수선화를 빼곡히 심어왔다. 매해 봄, 수선화 필 무렵이면 노랗게 물든 바다 옆 비탈길 산책로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예구마을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경사가 30도쯤 되는 고갯길 양옆으로는 동백나무가 소나무가 벚나무가 우거졌다. 뒤에서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 같은 이 비탈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평지 오솔길이 나온다. 아쉽게도 평지 길은 약 60m 정도, 곧이어 햇살 영롱하게 드는 동백나무 터널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돌계단 정성껏 박아 둔 좁고 가파른 동백나무 터널 양쪽으로는 다랭이 논을 조성했다. 동백나무, 조팝나무, 팔손이 등 50여 종의 수종을 심었다. 동백 터널 끝 지점에는 작은 쉼터가 있다. 강명식 할아버지의 아내가 직접 담근 개복숭아 청으로 우려낸 차 맛이 좋다. 쉼터에서부터 바다까지 수선화밭이 펼쳐진다. 수선화밭까지 이르는 길이 녹록지 않아 땅을 개간한 강명식 할아버지의 노고에 감탄하며 걷게 된다. 심지어 그는 이렇게 일군 아름다운 산책로를 관광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4월 20일경부터 5월 첫 주까지 수선화가 탐스럽게 핀다. 길은 천주교 순례길의 일부 구간이다. 소낭구펜션·옛마실펜션 - 위치 :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마전1길 83 - 문의 : 010-6776-6054 센텀프리미어호텔 -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센텀1로 17 - 문의 : 051-755-9000 글 • 사진 : 문유선(여행작가) 편집 : 박은경 출처 : 청사초롱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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