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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만 해도 한양에서 개성이나 평양, 중국 등 북쪽으로 가려면 은평 땅을 지나야만 했다. 은평구는 예부터 물류뿐만 아니라 교통과 통신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고장이었다. 이 같은 역사를 이해하고 한옥의 과학적 원리를 알고 싶다면 최근 문을 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관람해보자. 이어서 진관사와 수국사를 답사하고 은평구의 전통시장인 대림시장에 들러 감잣국을 맛보면 하루 나들이가 즐겁기만 하다. “한참 만에 그가 나타났다”라는 말에서 ‘한참 만에’는 ‘시간이 꽤 지난 동안’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어원을 좀더 살펴보면 ‘두 역참 사이의 거리’를 이르던 말임을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배울 수 있다. 조선 선조 이후에 파발제도가 생겨나고 전국에 역참이 등장했다. 역참은 ‘관원이나 사신 등에게 말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다. 한 역참에서 다음 역참까지가 20∼30리 거리라서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한참’이란 말이 생겨났다. 은평구의 지명 중 하나인 구파발이 역참제도의 산물임을 이곳에서 재차 깨닫게 된다. 하나고등학교 맞은편, 진관사 입구에 자리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2014년 10월 7일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마주 보이는 북한산 암봉들이 방문객의 머리에 맑은 기운을 팍팍 불어넣는다. 시내 중심가나 남산 방면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형상의 북한산 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북한산 정기를 가슴에 가득 담고 뒤돌아서서 박물관으로 들어가면 1층 은평역사실에서 은평구의 역사 외에 파발제도, 사신을 맞이하던 장면, 은평구에서 발굴된 유물과 사찰 등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2층은 한옥전시실로 꾸며졌다. 한옥이 자연과 어떻게 화합하고 있는지, 한옥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지, 한옥의 건축 과정과 건축 방법 등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야외에 있는 통일신라 기와가마부터 살펴보자. 은평구 진관동에서 발굴한 것을 이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굽던 조선시대의 가마터는 많이 보았어도 기와를 굽던 가마터는 처음 본다. 움푹 파인 유구 양쪽으로 기와를 만드는 과정과 복원 과정을 담은 안내 패널이 순서대로 붙어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제 한나절 여행자 가족의 발걸음은 기와가마터에서 벗어나 1층의 은평역사실로 이어진다. 19세기 중엽에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했다는 ‘동여도’라는 고지도, 조선시대의 역참과 조선의 3대로, 파발꾼과 파발마 그림, 은평구의 지명해설판, 사신 행렬 영상 등이 전시실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조선시대 역사나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실하게 채워주기에 적당한 자료들이다. ‘사람과 물자의 나들목, 은평’이라는 안내판이 예부터 은평 땅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흥미를 끄는 전시물은 ‘조선시대의 파발과 역참제도’에 관한 해설이다.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파발이란 변방의 군사 정세를 한양에 전달하거나 한양의 지시사항을 변방에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도입한 군사 정보 통신망을 지칭한다. 이를 위해 서발, 북발, 남발이라는 ‘3대로’가 갖춰졌다.서발은 한양∼평안도 의주, 북발은 한양∼강원도∼함경도 경흥, 남발은 한양∼충청도∼부산 동래를 잇는 길이었다. 말을 이용한 파발은 기발, 사람이 걸어가는 것은 보발이라고 했다. 기발에는 20리(곳에 따라서는 25리), 보발에는 30리마다 1참을 두었다. 참은 오늘날 정류소의 역할을 하던 곳이다. 전국의 참은 194개(대동지지에는 205개)에 달했다. 기발이 머무는 참에는 발장 1명, 읍리 1명, 기발군 5명, 말 5필을 두었고, 보발 참에는 발장 1명, 군정 2명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말을 이용할 수 있는 증표인 마패는 암행어사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지방으로 행차하는 일반 관리들도 마패를 사용했다. 한쪽 면에는 말을 새기고 다른 면에는 연호를 적었는데, 역참에서 마패를 보이면 거기에 그려진 수대로 말을 내어주었다. 의주로 향하는 서로의 첫 번째 참이 바로 ‘금암참’이었다. 현재 금암참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으나 ‘구파발’이라는 지명이 당시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이번에는 2층의 한옥전시실을 둘러볼 차례이다. 시대별 한옥의 특징을 설명한 ‘한옥과 자연’ 전시 코너를 지나면 ‘한옥과 과학’ 코너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한옥의 각 부분들을 직접 조립해볼 수 있도록 나무토막들을 상 위에 늘어놓기도 했다. 자녀들의 박물관 방문 인증 샷을 남기기에 좋은 장소이다. 돌, 나무, 흙, 한지 등 한옥의 재료가 갖는 장점, 한옥 건축 과정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한 줄 한 줄 읽어가는 동안 한옥 사랑이 깊어만 간다. 전시실 밖으로 나가면 삼각산 전망뜰에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야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삼각산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산군 중에서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87.0m)를 말한다. 용출정이라는 정자도 훌륭한 전망대이다. 한옥의 다양한 모습을 하나의 건물에서 볼 수 있도록 팔작지붕, 맞배지붕, 누마루, 툇마루로 이루어졌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발걸음은 이웃한 진관사 답사로 이어진다. 본래 이 자리에는 고려 제6대 성종 때 창건된 신혈사라는 절이 있었다. 또는 신라 진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삼천사와 함께 창건했다고도 전해진다. 고려 제8대 현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경종의 비였던 왕태후의 살해 계획을 피해 진관사의 전신인 신혈사에 숨어 있었다. 당시 현종을 구해준 스님이 진관조사. 이 같은 인연으로 ‘진관사’라는 사찰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됐다. 오늘날 진관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칠성각, 나한전 등의 전각이 불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가족, 성인, 학생, 어린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09년에는 칠성각을 해체 복원하는 공사 중에 태극기로 감싼 독립운동자료 6종 21점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진관사가 불교계 연락본부로서 상해임시정부의 국내 근거지였음을 밝혀주는 단서였다. 이곳의 태극기는 1919년 독립운동 당시 실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은평구의 박물관 관람과 사찰 답사는 반환점을 돌아섰다. 북한산 자락을 떠나 서오릉 입구 방면으로 이동한다. 은평구에서 진관사에 버금가는 이름난 사찰이 선정관광고 입구 맞은편 주택가에 호젓하게 들어선 수국사이다. 수국사는 서오릉 안에 모셔진 경릉의 원찰 정인사를 모태로 한다. 경릉에는 조선 제7대 세조의 장남 의경세자(덕종으로 추존) 부부가 잠들어 있다. 세조의 가족들은 단종을 죽인 죄책감에 늘 시달렸는데, 의경세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성종을 낳고 20세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연산군 때 화재로 소실되고 폐허로 방치됐다가 1900년 고종의 내탕금으로 다시 지어져 사찰의 면모를 드러냈다. 대웅전이 황금빛으로 칠해졌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좌우로 초전법륜상(부처가 다섯 비구에게 최초로 설법하는 모습)과 대형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사찰 뒤로는 조붓한 산길이 이어져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나들이의 대미는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감잣국을 맛보는 것으로 장식한다. 대림시장은 1960년대 후반에 조성됐고 감잣국집은 198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응암동에서는 감자탕이라 하지 않고 감잣국이라 부른다. 살코기가 두툼하게 붙은 돼지뼈에 감자를 넣고 너무 맵지 않게 끓이는데, 일본인들에게까지 소문이 나서 대림감자국의 경우 구로다 후꾸미 씨가 쓴 《서울의 달인》이라는 가이드북에도 소개됐다. 한창 인기가 높았을 때는 감잣국 전문 식당이 16개나 됐으나 지금은 4개로 줄어들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주소 : 서울 은평구 연서로50길 8 문의 : 02-351-8523, http://museum.ep.go.kr 1.주변 음식점 태조대림감자국 : 감잣국 / 은평구 응암로 172 / 02-306-6535 시골감자국 : 감잣국 / 은평구 응암로 174 / 02-302-8484 이화감자국 : 감잣국 / 은평구 응암로 176-1 / 02-372-3009 불맛감자국 : 감잣국 / 은평구 응암로 172-1 / 02-307-5005 2.숙소 프라임인서울호텔 : 은평구 통일로 816 / 02-3157-8000 http://www.primehotel.kr/ 톰지모텔 : 은평구 진흥로 177 / 02-353-4787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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