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예산군에 들렸다면 숙박에 고심할지 모른다. 하루 묵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운 호텔이나 펜션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정보조차 얻기 힘든 불특정의 여관이나 모텔도 적지 않다. 그런 곳엔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와중에 그랜드모텔은 저렴한 가격과 기본적인 시설을 제공한다. 단출한 숙박을 원하는 이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다. “근처에 편의점은 없고, 밤늦게까지 하는 기사식당은 있어요. 그리고 길 건너편 콩나물 국밥집도 괜찮아. 그리고 또...” 잠시 외출을 하려는데 한 남성이 다가와 종이에 위치까지 그려주며 꼼꼼히 설명해주었다. 등단 시인이자 이곳 대표인 이성영씨다.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아내와 예산에 정착했다. 시인답게 그는 낡은 카운터 주위를 책장으로 둘렀다. 그가 펴낸 시집과 산문집, 다양한 책이 가득하다. 평생 열정을 쏟은 문학에 남다른 애정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이밖에 주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볼만하다. 다양한 식물을 심은 화분과 ‘그랜드’ 상호를 새긴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오밀조밀 예쁘게 모아 입구 앞에 장식해 두었다. 세련미는 찾아볼 순 없지만 노부부만의 개성과 운치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애정이 간다. 건물 앞에 조성된 ‘힐링 정원’은 호텔의 심벌이다. 주인의 남다른 작업과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잘 가꾼 잔디와 나무, 꽃, 다양한 조형물은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 없이는 만들 수 없어 보였다. 차양이 있는 쉼터에 앉아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그곳에 있다. 보통 모텔에선 쉽게 얻을 수 없는 정서다. 그래서인지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굿스테이’ 업소를 10년 동안 유지했고 이후 ‘한국관광 품질인증’ 업소로 선정되었다. 주변에 새로운 숙박시설이 생긴다 하더라도 결코 넘볼 수 없는 세월의 경지가 그랜드모텔에는 있다. 내가 선택한 객실에는 침구, 소파, 냉장고, TV 등이 구비되어있었다. 작은 테이블 위로 여러 다방 번호와 재떨이와 라이터가 버젓이 놓여있다. 문득 내가 매우 멀리 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괜스레 청결에 의구심이 들어 에어컨을 가동해보았다. 하지만 그 흔한 곰팡이 냄새 하나 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선풍기 날 사이사이 먼지 한 줄 묻어 있지 않다. 침구와 소파도 누군가 사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깔끔하다. 멀티탭과 전선도 애써 꼼꼼히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도 든다. 외관이나 객실의 물품은 다소 투박할지라도 속은 순박한 시골 시인의 따듯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이 흡족하다. 총 7층으로 축조된 건물은 근방에서 층수가 가장 높다. 전망이 제법이다. 창문을 열면 넓은 평야와 낮은 지붕의 집들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무량천과 용산까지 선명하다. 낮에는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하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그윽하다. 무심코 예산군에 들릴 일이 있다면 고심하지 말고 그랜드모텔을 찾자. 창소 유수지 공원 창소 유수지 공원은 초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랜드모텔과 도보로 3분여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창소 유수지 공원은 배수펌프장 시설을 주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4만 5300㎡ 부지에 생태 연못과 산책로를 조성했다. 걷다 보면 뱀오이, 색동 호박, 조롱박을 매단 터널과 영산홍과 야생화 등을 곳곳에 심어두어 생태 학습장으로도 유용하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조용하고 쾌적한 쉼터가 되어준다. 글/사진 : 여행Q레이터 김종환 ※위 정보는 2020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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