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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하루 이틀 정도 한옥체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달빛이 비치는 환한 창호지 너머로는 먼 마을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에는 배롱나무 그림자가 희미하게 어린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두툼한 이불을 나눠 덮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겨울밤이 훈훈해진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마을에 자리한 송소고택에 가면 이런 낭만적인 겨울밤을 보낼 수 있다. 심심산골 덕천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지기였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13년에 걸쳐 지은 99칸짜리 집이다. 아들을 넷 두었던 선생은 인근에 또다시 30칸짜리 집 3채를 7년에 걸쳐 지었지만, 한국전쟁 때 2채가 불타버리고 지금은 송소고택과 둘째 아들의 집이었던 송정고택만이 남아 있다. 청송 심씨는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세종대왕의 비인 소헌왕후를 비롯해 왕비 4명, 부마 4명, 정승 13명을 탄생시킨 명문대가다. 송소고택은 김좌진 장군과 함께 활약했던 이범석 장군,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 등 역사 속의 많은 인물들이 하룻밤 묵어간 곳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관광의 최고상인 '2011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연간 4~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송소고택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부잣집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대문을 밀면 12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린다. 솟을대문을 여닫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은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홍살을 올린 솟을대문은 당시의 부를 말해주는데,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심 부자의 재력은 9대 2만 석에 이르렀다고 한다. 개화기에 전답을 정리해 화폐로 바꾸니 고을 돈이란 돈은 전부 모였고, 이것을 청송으로 옮기는 행렬의 길이만 10리나 뻗쳤다고 전해진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건 ㄱ자형 헛담이다. 헛담은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지은 간이 담장으로 일명 내외담이라고도 한다. 헛담을 지나면 사랑채가 나온다. 집안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후계자인 큰아들이 기거했던 작은 사랑채로 나뉘어 있다.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는데 못을 쓰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는 사랑채 뒤편에 살포시 '숨어' 있다. 안채는 전형적인 'ㅁ'자형을 이룬다. 문간을 들어서면 동쪽으로 방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두지, 고방 등이 연결되어 있다. 안채의 대청마루에는 세살문 위에 정교한 빗살무늬의 교창을 달았다. 송소고택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물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 담장에 뚫린 구멍이다. 사랑채에서 보면 6개이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뿐이다. 사랑채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안채에서 엿보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안채에서는 사랑채가 보이지만 사랑채에서는 안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안채 구멍 1개에 사랑채 구멍 2개가 45도 각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엄격함을 엿볼 수 있다. 송소고택은 아이들도 좋아한다. 부드러운 흙이 깔린 널찍한 마당과 정원은 잡기놀이와 비석치기 등 놀이를 즐기기에 좋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좋다. 꽃담과 굴뚝, 아궁이, 문고리 등 집 안 구석구석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소소하고 신기한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다. 제기차기, 새총 쏘기, 투호 등 우리 전통놀이도 체험해볼 수 있다. 송소고택에 하루쯤 묵어보는 것은 각별한 체험이다. 120여 년 전의 대청마루와 기둥, 문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 들어 새로 만들어진 한옥체험관과는 느낌이 다르다. 송소고택은 모든 재료가 옛날 자연 그대로다. 기단은 돌을 사용했고, 기둥과 서까래, 대청 바닥 등은 나무로 만들었다. 벽은 볏짚과 흙을 섞은 흙벽이다. 모든 창에는 한지를 발랐다. 밤이면 은은한 문살 사이로 달빛이 새어든다. 소쩍새 소리와 송소고택 앞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아침도 좋다. 송소고택에서는 되도록 일찍 일어날 것을 권한다.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별채 기와의 선이 예쁘다. 송소고택 뒤편에는 후원이 있다. 조그만 대숲과 흙담을 따라가는 산책도 즐겁다. 후원에서는 송소고택의 전경이 보인다. 청송에는 주왕산과 주산지, 달기약수 등 주변 볼거리도 많다. 주왕산은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한 바위가 멋지다. 등산로를 잘 만들어놓아 한나절 겨울 트레킹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정상 정복이 아니라면 상의매표소에서 제1폭포를 거쳐 2, 3폭포를 돌아오는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아이들 걸음으로도 3시간 30분이면 왕복 가능하다. 매표소를 지나면 대전사다. 지붕 위 거대한 바위가 날카로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주왕산의 '수문장' 바위로 당나라 때 주왕이 이곳까지 도망쳐 와서 깃발을 세웠다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제1폭포까지 가는 길은 평탄하다.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없다. 길도 잘 다져져 있다. 제1폭포 주변은 주왕산 최고의 절경이다. 3~4m 높이의 폭포가 거세게 쏟아져 내린다. 거대한 바위들이 감싸고 있어 폭포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1폭포를 지나면 떡시루를 닮았다는 시루봉, 청학과 백학이 노닐었다는 학소대, 촛대봉 등 저마다 전설 한 자락씩을 간직한 바위들이 우뚝하다. 1.2km 정도 가면 제2폭포와 제3폭포 갈림길이 나온다. 제3폭포는 주왕산 폭포 중 가장 크다. 20여 m 높이의 2단 폭포로 바위산답게 폭포 앞에도 자갈 대신 큼직한 바위들이 깔려 있다. 주산지는 3만 3,000㎡를 겨우 넘는 크기의 연못이다. 길이가 약 100m, 너비가 50m, 평균 수심이 7~8m밖에 되지 않는다. 연못 북쪽과 동쪽 가장자리에 왕버드나무 10여 그루가 자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진작가들이나 알음알음 찾아오는 정도였지만,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의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달기약수는 설탕을 뺀 사이다 같은 맛이 난다. 물을 머금는 순간 입 안을 '톡' 쏜다. 달기약수는 상탕, 중탕, 하탕 세 곳에서 나는데 하탕 주변에 백숙집이 늘어서 있다. 달기약수로 끓이는 닭백숙은 연한 갈색을 띤 국물부터 다르다. 맛은 아주 담백하고 고소하다. * 문의 송소고택 054-874-6556 www.송소고택.kr 국립공원공단 주왕산사무소 054-870-5300 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44 글, 사진 : 최갑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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