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한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요즘 같은 가을날엔 동해로 떠나보자. 높고 청명한 전형적인 가을 하늘과 순도 100퍼센트의 파랑으로 빛나는 감성적인 바다, 삶의 현장인 활기 넘치는 항구가 그곳에 모두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대표 관광지가 동해바다다. 새해를 맞이할 땐 해돋이 보러, 여름엔 휴가 차, 겨울철엔 왠지 겨울바다 한 번 봐줘야 할 것 같아서, 가고 또 가도 다음해에 또다시 찾는 곳이 동해바다 아니던가. 특히 속초는 수도권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편리한 접근성과 싱싱한 해산물, 잘 갖춰진 숙박 및 편의시설에 힘입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다. 속초에서도 관광객 수가 많기로 치면 아마 대포항이 으뜸일 터. 인파로 붐비는 주말, 늦도록 불을 밝힌 대포항에서 새벽녘까지 회와 매운탕에 소주를 즐겼던 기억을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 대포항보다 북쪽에 있는 동명항은? 간혹 구분 없이 섞어 쓰기도 하지만, 속초 사람들은 청초호 안에 자리한 부두를 속초항, 바다 쪽 외항을 동명항이라 명확히 구분해 부른다. 동명항은 싱싱한 제철 해산물, 특히 양식이 아닌 자연산 활어회만 취급하기 때문에 회 좋아하는 사람은 활어유통센터에 단골가게까지 정해두고 철이 바뀔 때마다 찾는다는 곳이다. 러시아와 중국행 여객선이 출항하는 속초국제여객터미널도 동명항에 있다. 동해바다에서 밝은 해가 떠오르는 일출의 고장 '동명항'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동명항이 자신 있게 자연산 활어회만 취급한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명동과 영랑동 어민으로 구성된 속초시 수협 산하 동명어촌계가 이곳에 사무실과 직판장을 두고 매일 아침 그날 잡아온 활어들을 경매에 부치는데, 경매권을 갖고 있는 동명항 활어유통센터의 28개 가게 상인들이 이 활어들을 즉석에서 구입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자연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매는 동이 트기도 전인 아침 6시 무렵 시작된다. 전날 밤이나 새벽에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이때부터 하나 둘 입항한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배에서 내린 각종 수산물은 바로바로 경매를 통해 팔려나간다. 경매에 참여한 상인들이 자기 번호가 적힌 입찰표에 가격을 적어 제출하고, 낙찰가가 결정되고, 가게로 수산물을 옮기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배 한 척에서 내린 수산물 경매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후다닥 진행된다. 아침잠 설치며 구경 나온 관광객은 처음 보는 풍경이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계절에 따라 주로 잡히는 생선이 다르다. 대부분 속초에서는 언제든 오징어회를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여름이 제철이다. 지금은 이미 차가워진 바다를 피해 남쪽 바다로 내려가버린 뒤다. 광어와 도미는 봄가을, 즉 4~5월과 10~11월에 많이 잡힌다. 가자미는 사철 잡히는 생선 중 하나다. 동명항 활어유통센터 1층에는 18호, 24호, 71호 등 고유 번호를 크게 써 붙인 28개의 가게가 있다. 번호는 1번부터 순서대로 배열된 게 아니라 규칙 없이 들쭉날쭉한데, 그건 이 번호가 해당 가게의 입찰권 번호이기 때문이란다. 생선은 1층의 28개 가게 중 한 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둘이서 3만 원이면 기본 생선에 성게, 해삼까지 양껏 먹을 수 있다. 구입한 생선은 1층 뒤편의 회 써는 코너에서 생선값의 10%를 받고 손질해준다. 채소와 초고추장, 겨자, 고추와 마늘 등은 1,000원씩. 손질한 횟감은 2층 식당으로 가지고 올라가서 먹는다.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전망이 꽤 훌륭하다. 별도의 자릿세는 없으며, 매운탕과 음료, 술 종류는 이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성게알, 홍합, 멍게, 해삼처럼 채취를 하는 해산물 좌판은 동명항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인다. 죽 늘어선 구경꾼 중에는 외지인도 있고, 속초 사람도 있는데, 한눈에 보아도 누가 관광객인지 금방 표시가 나는 것이 재미있다. 성게알은 1만 원어치면 성게알비빔밥 3~4인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만큼 양이 많다. 갓 지은 뜨끈뜨끈한 흰쌀밥에 성게알을 올리고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어 비벼 먹으면 맛있다는 아주머니 말씀. 지난주에도 이 좌판에서 홍합을 사서 삶아 먹었다는 한 구매자는 서울서 파는 모양만 매끈한 홍합과는 탱탱함의 차원이 다르다며 입맛을 다신다. 영금정과 영금정전망대, 해돋이정자, 속초등대전망대는 동명항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포인트들이다. 영금정은 본래 거대한 바위산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속초항 축항 공사를 하면서 석재로 대부분을 파내는 바람에 너럭바위가 됐다.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깨져나간 부분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와 같아 영금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등대전망대는 속초8경 중 제1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아닌 게 아니라 2, 3층에 올라 보니 속초 시내와 설악산, 동해바다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속초 최고의 조망 명소라는 타이틀을 그냥 얻은 게 아니구나 싶다. 바다 위에 세운 해돋이정자에서는 잠시 앉아 쉬면서 코앞에 다가온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주변 음식점 -진양횟집 : 오징어순대 / 강원 속초시 청초호반로 318 / 033-635-9999 -대선횟집 : 자연산회 / 강원 속초시 영랑해안길 12 / 033-635-3364 -봉포머구리집 : 물회, 성게알밥 / 강원 속초시 청초호반로 56 / 033-631-2021 숙소 -베니키아 호텔 산과 바다 대포항 : 강원도 속초시 동해대로 3691 / 033-635-6644 -메모리즈 모텔 : 강원 속초시 영금정로6길 11 / 033-636-9415 http://www.memoriesmotel.kr/ -호텔 마레몬스 : 강원도 속초시 동해대로 3705 / 033-630-7000 http://www.hotelmaremons.com/ -더클래스호텔 :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1288-22 / 033-630-0900 http://www.theclass300.com/ 글, 사진 : 이정화(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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