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는 서산의 명소 아홉 곳을 꼽아 서산9경으로 선정했다. 서산의 명산 팔봉산도 그중 하나로 가야산, 황금산과 함께 제5경에 이름을 올렸다. 팔봉산은 8개의 봉우리가 갯벌과 바다를 굽어보는 해발 362m의 아기자기한 산이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봉우리를 타고 넘는 재미와 아름다운 풍광이 가득하다. 8개의 봉우리를 따라 팔봉산을 올라보자. 팔봉산 하면 이름처럼 8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산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팔봉산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충남 서산에도 그 못지않은 또 다른 팔봉산이 있다. 홍천 팔봉산이 홍천강을 굽어보는 산이라면, 서산 팔봉산은 금싸라기 같은 서해안의 차진 갯벌과 바다를 굽어보는 산이다. 홍천 팔봉산은 327m, 서산 팔봉산은 362m로 조금 높다. 지역은 달라도 엇비슷한 모양새가 마치 형제 같다. 서산 팔봉산은 철계단을 타고 오르는 험한 산이지만, 산세가 낮고 풍경이 아름다워 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팔봉산은 팔봉면 금학리와 어송리, 양길리에 걸쳐 있다. 팔봉산이 있는 팔봉면 역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를 따서 지었다고 하니 팔봉산의 유명세는 듬직할 정도다. 조선 광해군 때 편찬된 서산의 읍지인 《호산록》에 서산 서쪽 바닷가에 있는 산으로 정상의 여덟 봉우리가 마치 바둑돌처럼 줄지어 있다는 기록이 있다. 팔봉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한다. 원래 팔봉산은 봉우리가 9개인데 제일 작은 봉우리를 빼고 팔봉산이라 불렀다. 그래서 매년 연말이 되면 작은 봉우리가 자신을 끼워주지 않았다며 운다고 한다. 팔봉산 산행은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제1봉을 지나 8봉을 끝으로 어송리로 내려오게 되는데 모든 봉우리를 다 거칠 필요는 없다. 양길리에서부터 정상인 3봉까지가 가장 멋지고 풍광이 뛰어나다. 정상에서 8봉까지는 능선을 따라가는 다소 밋밋한 길이다. 3봉 정상까지 올랐다가 운암사지 방면 숲길로 내려오는 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주차장에서 숲속 공터까지는 완만한 숲길이다. 300m쯤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어송리 방면 임도가 나온다. 이 길은 서산 아라메길 4구간이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어송리와 구도선착장, 호리를 거쳐 양길리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22km 코스다. 팔봉산을 오르는 길에 바라보는데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숲길이다. 완만한 숲길을 따라 10분 남짓 가면 본격적인 팔봉산 산행이 시작된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것도 잠시, 제1봉과 2, 3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제1봉까지는 약 70m를 올랐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온통 바위투성이지만 제1봉 정상까지는 금세다. 해발 210m의 제1봉은 감투봉 또는 노적봉이라 부른다. 벼슬아치의 감투 또는 노적을 쌓아올린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출발지점인 양길리 주차장이 발아래다. 산을 오른 지 20여 분 만에 봉우리 하나를 꿰차고 보니 시시하다는 자만심이 몸을 휘감는다. 제3봉 정상에 비해 절반 이상 올랐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제2봉에서 정상인 제3봉까지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바위로 이뤄진 산이다 보니 등산로 곳곳이 철계단으로 이어지거나 좁은 바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긴 철계단을 오르면 금방 지나왔던 제1봉이 가려진 나무 사이로 위용을 드러낸다. 감투나 노적을 쌓아올린 모습은 잘 모르겠지만, 잘 찾아보면 하트바위도 보이고, 오리 머리처럼 생긴 바위, 상어 머리를 닮은 바위가 숨어 있다. 제2봉은 산 아래에서 볼 때는 제법 듬직하지만, 막상 가보면 전망 포인트가 없는 밋밋한 봉우리로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제2봉에서 제3봉까지는 팔봉산에서 가장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구간이다. 거대한 바위 아래를 지나고, 암벽을 따라 이어진 철계단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제3봉 턱밑에 이를 때쯤 만나는 철계단은 정상 못지않은 전망 포인트다. 제1봉에서 본 풍경이지만, '이제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구나' 싶다. 철계단에서 제3봉까지는 지척이다. 산을 오른 지 1시간 정도면 쉽게 정상에 닿는다. 해발 362m 팔봉산 정상이다. 바위 꼭대기에 신선처럼 앉아 사방을 둘러본다. 가장 높은 곳에 앉으니 시야가 탁 트여 장쾌하다. 서쪽으로는 팔봉면 일대와 태안군 이원면의 이원반도가 바다를 향해 북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이원반도 서쪽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이다. 북쪽으로는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가로림만에 떠 있는 고파도와 웅도가 다정스럽다. 북쪽으로 멀리 서산의 끝자락인 대산읍과 코끼리바위로 유명한 황금산도 바라다보인다. 정상에서 제8봉으로 가지 않고 운암사지 숲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제3봉 아래로 내려가 양길리 주차장까지 에둘러 가는 길이다. 바위지대를 따라 내려가나 싶더니 금세 조붓한 숲길이 이어진다. 팔봉산의 허리를 휘감아 가는 길은 '항상 구름이 머문다'는 운암사 터를 지나 제1봉과 제2봉의 갈림길로 이어진다. 산을 내려가는 내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친구처럼 정겹다.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듬직한 두 어깨가 나란하다. 팔봉산 제3봉 정상을 거쳐 양길리 주차장까지 되돌아오는 데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가파른 암봉이 있기는 하지만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가파른 길을 피하고 싶다면 운암사지로 난 숲길을 이용하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국보 제228호로 지정된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 있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다. 특히 밝기에 따라 별의 크기를 달리 표현한 전통 천문도로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유일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즉위 후 조선의 개국은 하늘의 뜻에 따른 것임을 만백성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고구려에서 전해 내려온 천문도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 만들었는데, 이는 고구려와 조선의 별 위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때 달라진 별의 위치 등을 계산하고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사람이 바로 금헌 류방택이다. 충남 서산에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이 있다. 전시관 로비에 들어서면 천상열차분야지도 복제품이 서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별자리를 목성의 위치에 따라 12차로 나누고, 달의 위치에 따라 28수로 나누어 차례대로 배열했다. 모두 1,464개의 별 가운데 70~80퍼센트는 어떤 별자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1만 원권 지폐에도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나온다. 조선시대 과학의 상징인 혼천의와 현대 천문학의 상징인 보현산천문대 광학망원경의 배경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는데,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진 별자리이다.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은 전시교육실과 천체투영실, 별과 행성을 관측하는 주관측실, 보조관측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교육실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천문과학 자료와 천문기기, 기상기기 등을 전시한다. 용오름, 플라즈마 방전판 등 기상 분야의 간단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에서는 맑은 날 태양과 달, 별과 행성 등 천문 관측도 가능하다.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옆에는 류방택 선생을 기리는 송곡사가 있다. 홍살문을 지나면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반긴다. 1420년 유윤이란 사람이 낙향해 정원수로 심은 것으로 600년 가까이 된 향나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고목이다. 팔봉산 주소 : 충남 서산시 팔봉면 팔봉산로 100(양길리 주차장 입구) 문의 : 041-662-2004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주소 : 충남 서산시 인지면 무학로 1353-4 문의 : 041-669-8496 www.ryubangtaek.or.kr 1.주변 음식점 코뚜레 : 한우불고기 / 서산시 팔봉면 팔봉산로 94 / 041-662-7798 팔봉산가든 : 산채비빔밥 / 서산시 팔봉면 팔봉산로 87 / 041-662-1718 소박한밥상 : 한정식 / 서산시 인지면 애정길 150-22 / 041-6623-8260 2.숙소 스카이모텔 : 서산시 동헌로 94 / 041-668-7822 계암고택 : 서산시 음암면 한다리길 45 / 041-688-1182 용현자연휴양림 :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339 / 041-664-1971 http://www.foresttrip.go.kr/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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