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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밥과 반찬이 물릴 때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가. 산과 들에 나물이 지천이어도 도심의 밥상에는 나물 찬이 귀하다. 춥고 긴 겨울에 의기소침해진 식욕은 푸릇푸릇한 산나물을 상상만 해도 입맛이 돌고 허기가 진다. 1시간 남짓 걸리는 교외로 나가면 한 상 가득 산나물이 올라오는 싱그러운 초록 밥상을 만날 수 있다. 봄 향기 가득한 나물 앞에서 싱싱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산나물 밥상으로 소문난, 산채 식당 세 곳을 찾았다. 길을 나서보면 겨우내 그리웠던 것이 봄나물 밥상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화사한 봄날, 산채 밥상을 찾아가는 길목엔 입보다 눈이 먼저 호사를 누린다. 산자락마다 연초록 나뭇잎이 무성하고, 봄꽃은 물이 올라 앞 다퉈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봄기운이 만연한 산과 들을 지나 마음 설레며 찾아간 식당에도 신선하고 맛있는 제철 나물이 한창이다. 두릅, 달래, 냉이, 미나리, 쑥 등 봄나물에는 비타민A와 C, 미네랄과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춘곤증과 만성피로에 효능이 탁월하고,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찾아주는 데 더없이 좋은 보양식이다. 독특한 향과 맛으로 식욕을 돋우고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봄나물, 무엇보다 지금이 한창 맛있을 때다. 걸구쟁이네 밥상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최고의 밥상이다. 고기는 물론 젓갈과 설탕, 조미료와 오신채도 들어가지 않으니 사찰 밥상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천일염과 직접 담근 효소, 간장,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에 담백하고 깔끔하다. 2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나물박사가 되었다는 주인장은 장아찌와 김부각까지 손수 만드느라 1년 내내 바쁜 나날을 보낸다. 마당에 놓인 70여 개의 항아리는 꽃과 열매와 나물로 담근 효소액으로 맛있게 익어가는 중이다. 자리에 앉으면 밥상에 푸짐한 애피타이저가 차려진다. 산나물샐러드에 신 김치를 얹은 도토리묵, 김부각, 메밀전병과 두릅회 등 입맛을 돋우는 일품요리가 한 상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사한 산나물샐러드. 밥상 위에 봄꽃을 활짝 피운 주인공이다. 이름도 생소한 물거름대와 황새냉이, 산미나리, 참나물 등 다양한 봄나물 위에 제비꽃, 냉이꽃, 복숭아꽃, 살구꽃, 민들레 등 꽃송이를 깨끗이 씻어 얹었다. 소스에는 다래와 쑥 효소액에 무장아찌 발효액을 넣고 들깻가루를 듬뿍 뿌려내는데,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한 젓가락 듬뿍 집어 입에 넣으면 씹을수록 달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봄의 향기, 그 자체다. 애피타이저가 끝날 즈음에 다시 한 상이 차려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새콤해지는 민들레김치, 어수리나물, 갯무나물, 나리꽃나물, 곰보배추나물, 꽃나물, 물거름대나물과 돌나물로 담근 물김치 등 봄에 나는 나물은 모두 밥상에 올라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짐한 나물밥상을 비우고 후식으로 나오는 산야초 한 잔을 마시고 나면 겨우내 웅크리고 고단했던 몸속이 천연 비타민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분당에서 가까운 산사랑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기리 끝자락에서 만난다. 광교산 등산로와 접해 있어 등산객에게도 사랑받는 식당이다. 점심시간에는 대기표를 받고 1시간 남짓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올라 탁 트인 시야의 맑은 공기 속에 앉아 있다 보면 기다림도 즐길 만하다. 편한 신발에 여유만 주어진다면 1시간 정도 산행을 하고 내려와 먹는 밥도 특별하다. 드넓은 마당에는 반지르르하게 손때 묻은 고추장, 된장 항아리가 즐비하고 따가운 봄볕에 무말랭이가 때깔 좋게 말라가는 풍경이 정겹다. 손님 많은 식당답게 자리에 앉자마자 신속하게 반찬이 깔리기 시작한다. 봄나물과 장아찌와 밑반찬이 골고루 색깔 맞춰 자리를 잡으면, 생선조림과 청국장과 돌솥밥이 빈자리를 채운다. 어른들 말씀대로 밥상이 어둑어둑하다. 얼추 세어도 서른 가지는 족히 되는데, 그 가운데 밥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상큼한 반찬이 있다. 싱싱한 초록 빛깔의 토마토김치다. 아삭하고 달큼 시큼한 맛이 입안에 신선한 봄기운을 불어넣는다. 가을철 땡감으로 담근다는 노란 감장아찌와 빨간 비트장아찌도 신선하다. 그 외에도 나물 반찬이 수두룩하다. 씀바귀와 시금치는 새콤달콤하게 무치고, 가지와 호박과 취나물은 살짝 데쳐 된장에 심심하게 무쳐서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렸다.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민들레겉절이와 도라지겉절이의 쌉싸래한 뒷맛이 입맛을 은근히 살려준다. 젓가락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만큼 다양하고 푸짐한 밥상에 황태와 삼겹살고추장구이까지 있어 아이들의 입맛도 놓치지 않는다. 쑥 내음 향긋한 청국장찌개에 돌솥의 눌은밥까지 알뜰하게 먹고 나면 봄날을 실컷 만끽한 포만감에 하루가 든든하다. 수많은 이천 쌀밥집 속에서 산채 밥상을 제대로 차려내는 식당 중 한 곳인 점봉산 산채마을은 서울의 맛집 순례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식당이다. 강원도에서 채취한 산채를 말렸다가 내기 때문에 1년 내내 묵나물을 선보이는데, 5월 한 달 동안 곰취와 참나물 쌈과 싱싱한 산나물을 요리해서 황홀한 봄의 미각을 선사한다. 산나물 양념에는 표고와 다시마, 황기 등 약초를 섞어 만든 천연 조미료만 써서 자연의 맛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산채비빔밥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미역취, 산뽕잎, 참취, 막나물, 전우치 등 산나물은 제철에 말려놨다가 다시 불리고 삶아서 볶아낸다. 강원도 산자락에서 캔 자연산만 취급하는 까닭에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산채비빔밥에 나오는 반찬은 몇 가지 안 돼도 하나같이 맛깔스럽고 깔끔하다. 6월이면 고추, 제피, 참나물, 가죽장아찌, 참취, 곰취, 신선초와 무 등으로 장아찌를 담가 산채정식 밥상에 골고루 선보인다. 고추장으로 양념해 구운 표고버섯은 고기 저리 가라 할 만큼 감칠맛과 식감이 좋다. 향기가 독특한 제피장아찌나 무, 고추장아찌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별미다. 이천의 쌀밥집답게 돌솥에 고슬고슬하게 지어내는 쌀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지다. 봄나물은 고추장에, 묵나물은 간장양념에 비벼야 맛있다는 주인장의 조언대로 간장을 넣어 젓가락으로 슬렁슬렁 비벼서 한입 먹는다. 묵나물도 봄에 더 향기롭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씹을수록 구수하고 쌉싸래한 나물 맛이 약초 한 바구니를 먹은 기분이다. 수수하고 담백한 산채비빔밥은 입에 편안하고,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목이버섯죽이나 후식으로 나오는 산더덕 마차는 건강한 산채비빔밥의 시작과 끝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주변 음식점 걸구쟁이네 : 여주군 강천면 강문로 707 / 031-885-9875 산사랑 : 용인시 수지구 샘말로89번길 9 / 031-263-6070 http://www.sansalang.co.kr/ 점봉산 산채마을 : 이천시 경충대로 3047-3 / 031-638-0811 숙소 -썬밸리호텔 : 여주시 강변유원지길 45 / 031-880-3889 -미란다호텔 : 이천시 중리천로115번길 45 / 031-639-5118 http://www.mirandahotel.com/new/hotel/index.asp -호텔리버 : 용인시 기흥구 갈천로7번길 73 / 031-283-3601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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