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문화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고장 안동. 유교 관련 유산뿐만 아니라 불교 관련 문화재도 숱하게 남아 있다. 그 가운데 전탑은 안동을 여행하는 또 다른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전탑은 벽돌을 쌓아 올린 탑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석탑과 달리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전국에 5기뿐이다. 그 가운데 3기가 안동에 있으니, 안동을 전탑의 고장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3기의 전탑과 함께 여러 군데에 전탑지가 남아 있고, 전탑을 흉내 낸 모전석탑의 수 또한 많다. 안동 전탑 순례를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안동역 서편에 자리한 운흥동 오층전탑(보물 제56호)이다. 역 근처에 있지만 주차장 뒤편 깊숙이 숨어 있어 안동 사람들도 잘 모르는 탑이다. 안동역 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면 찾기 쉽다. 운흥동 오층전탑의 첫인상은 다부진 체격의 남자를 보는 듯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적당한 근육을 가진 건장한 남성. 가까이 다가가니 단정한 외모에 살짝살짝 장식을 더한 게 눈에 들어온다. 1층엔 감실이 있고, 2층엔 인왕상 한 쌍을 새겨 넣었으며, 각 층마다 기와를 얹었다. 탑에 접근할 수 있게 입구를 열어두는데, 그래서인지 벽돌 곳곳에 이름을 새긴 낙서가 보여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기 이름을 길이길이 남기고 싶은 욕심이었다면 일단은 성공이다. 탑의 건립 시기를 9세기 초로 추정하고 있으니 1,200여 년을 말없이 보냈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또 그만큼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낙서는 몇백 년도 못 가 풍화되어 사라질 테지만. 운흥동 오층전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쌓은 탑이다. 법림사라는 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탑과 당간지주만 절터를 지키고 있다. 두께 6cm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5층을 만들었다. 원래는 7층 규모로 금동제의 상륜부가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탑 주변으로 아담한 공원처럼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가장 안쪽에 벚나무 연리지도 있다. 해방되기 전 역무원과 승객이 사랑을 나누며 심었다는 벚나무 두 그루가 연리지가 되어 자랐다는 러브스토리가 깃든 나무다. 두 번째 순례지는 조탑동 오층전탑(보물 제57호)이다. 남안동IC 인근 조탑리에 있다. 도착해 보니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탑을 감싸고 있어 탑신은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해체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탑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완전 해체한 뒤 복원하는 공사는 처음이라 공사 기간은 안내판에 적힌 2014년 말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시청 관계자는 전한다. 다만 이렇게 복원 공사를 하는 것 자체가 큰 이벤트라서 6월부터 매주 1회 일반인에게 공사 현장을 공개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안동시청 홈페이지
( www.andong.go.kr )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찾으면 유리벽 바깥에서 공사하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볼 수 있다. 조탑동 오층전탑은 운흥동 오층전탑과 달리 지붕돌에 기와가 없으며 탑의 외관상 1층과 5층의 몸돌이 큰 특징을 보인다. 안동 전탑 순례의 하이라이트는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보수 공사 중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전탑 2기가 모두 공사 중이다. 공사 현장 가림막을 칠층전탑 실물 크기 사진으로 만들어 조금 위로가 된다.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높이 17m, 기단 너비 7.75m로 1962년에 국보 제16호로 지정됐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전탑으로 꼽힌다. 법흥사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주변 풍광이 아주 뛰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탑 바로 앞으로 철로가 개설되어 지금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열차가 오가며 탑을 괴롭히고 있다. 탑에서 철로까지 거리가 불과 5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1914년 탑을 보수한다면서 기단 부분을 콘크리트로 입혀버린 것이다. 현재 공간이 협소하고 완벽한 복원이 가능할지 알 수 없어 콘크리트를 없애는 복원 공사는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은 보존 처리 관련 공사라고. 칠층전탑 뒤편으로는 고성 이씨 탑동 종택이 있고, 서쪽으로는 임청각 고택이 보인다. 임청각은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원래 99칸 규모였던 것이 일제강점기 철길이 들어서면서 행랑채, 문간채 등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늠름하고 아름다운 전탑에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부분이 눈에 거슬린다. 현재는 보존처리를 위한 공사이며, 해체․복원 공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법흥사지 칠층전탑에서 철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면 안동댐 보조댐이 나온다. 물길을 따라 상류로 걷다 보면 안동댐의 명물 월영교에 이른다. 강 위에 세운 목조다리가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운치 있다. 주말이면 하루 3회(12:30, 18:30, 20:30)에 걸쳐 20분간 분수가 가동된다. 월영교를 건너가면 오른쪽으로 안동호반 나들이길, 왼쪽으로 안동민속촌과 민속박물관이 이어진다. 목재 데크가 낙동강을 따라 이어져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탑동에는 전탑 외에도 꼭 찾아봐야 할 곳이 있다. 동화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을 쓴 고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과 일하던 교회가 이 마을에 있다.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은 데다 병까지 얻어 힘든 일을 할 수 없었던 선생은 조탑마을의 작은 교회에 깃들어 살면서 글을 썼다. 마을 아이들에게 자신이 쓴 동화를 읽어주고, 새벽에 가장 먼저 종을 울리는 종지기로 살았다.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마을 한편에 마련해준 흙집에서 말년을 보내다가 지난 2007년에 눈을 감았다. 조탑동에 선생이 살던 집이 생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 평도 안 되는 방안에 작은 책상과 책꽂이가 전부인 단출한 살림이다. 인세를 받아도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지금은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선생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운흥동 오층전탑 주소 : 경북 안동시 운흥동 231 조탑동 오층전탑 주소 :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139 법흥사지 칠층전탑 주소 : 경북 안동시 법흥동 8-1 문의 :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2 www.tourandong.com 1.주변 음식점 묵향 : 한우구이, 불고기 / 안동시 경동로 220 / 054-840-7710, 054-840-7711 http://www.adbeef.co.kr/htm/muk1.htm 까치구멍집 : 헛제삿밥 / 안동시 석주로 203 / 054-821-1056 http://andongrice.com/ 옥류정 : 간고등어정식 /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91-9 / 054-854-8844 http://www.안동맛집옥류정.kr/ 2.숙소 안동파크호텔 : 안동시 경동로 707 / 054-853-1501 http://www.andongparkhotel.com/ 다우모텔 : 안동시 풍산읍 장터중앙길 66 / 054-858-9100 http://blog.naver.com/competent79 안동군자마을 : 안동시 와룡면 군자리길 41 / 054-852-5414 http://www.gunjari.net/gunjari/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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