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까마득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았던 필름 카메라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폴라로이드부터 오래된 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일회용 카메라와 아날로그 렌즈 교환식 카메라(SLR)까지. 각자 선호하는 카메라 종류도 다양하다. * 아래 사진들은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필름 카메라를 찾은 건 언제였을까. 트렌드에 동참하겠다는 핑계로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태원 해방촌에 다녀왔다. 따로 정해놓은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누비며, 셔터 한 번의 소중함을 느끼며,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당일치기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해방촌 입구를 통과하니 눈앞에 오르막이 보였다. 살가운 남쪽 햇살이 언덕 위에 가득 쏟아졌다. 힘차게 오르기에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졌다. 외투를 하나씩 벗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일단 꼭대기까지 오른 뒤 거미줄같은 해방촌 골목길을 구석구석 훑을 요량이었다. 해방촌 언덕 정복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중간 지점에 위치한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곳은 빨래를 하는 동안 커피와 샌드위치, 케이크 등을 맛보며 편히 쉴 수 있는 빨래방 겸 카페다. 친환경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탁이 끝나길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보니, 유럽 어딘가에 펼쳐진 낯선 이들의 삶에 잠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까진 더웠는데, 창가로 스며드는 햇볕에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오랜만에 맛보는 차가운 음료를 창가에 올려놓고 인증샷을 남기기로 했다. 세 번째 셔터를 누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손에 있는 것이 서른여섯 장만 찍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라는 사실을. 아무 때나 셔터를 눌러대던 버릇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두 번째 피사체를 찾아 셔터를 눌렀다. 찰칵-. 쾌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청량감 넘치는 소리와 끼릭거리며 돌아가는 와인더의 톱니바퀴. 어쩌면 이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길을 나섰다.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카페 폴리시랩을 지날 땐 꽃에 물을 주는 모습을, 골목길 어딘가에선 카페 오잇의 독특한 외관 사진을 찍었다. 뭉실이 산도는 외관의 색채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해방촌 곳곳에 자리한 개성 넘치는 공간들이 카메라 안에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결과물에 대한 궁금증도 깊어졌다. 신비주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태원답고, 해방촌답다. 골목길을 지키는 카페, 식당, 독립서점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한껏 드러낸 채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출사를 나온 만큼 프레임에 담길 피사체를 찾아야 하는데, 자꾸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다. 그래도 괜찮다. 포근한 봄날의 오후를 오롯이 누렸으니. 이번에는 테라스에 정겨운 플라스틱 테이블이 놓인 가맥집, 우리슈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냉장고에는 다양한 종류의 해외 맥주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공간이라면 낮술이 당길 수밖에 없다. 맥주 두 병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수제 맥주가 많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맥주로 가볍게 목을 축인 뒤에는 근처에 있는 외국서점(foreign book store)을 찾았다. 외국 서적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점으로, 중고 책과 새 책을 함께 취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 시절 가까이 했던 원서들을 뒤적이다가 곧 여행 가이드북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국을 주제로 한 영어 가이드북도 있었다. 대부분 이태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처분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 쯤 다시 이곳에 방문해 새로운 가이드북을 구매하곤 한다. 경리단길 쪽으로 가 보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의 모습이 필름 카메라의 레트로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다시 해방촌으로 돌아왔다. 옹벽 아래 주차된 자동차도, 오래된 아파트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저 평범한 지하도로라고만 생각했던 남산2호터널에도 오묘한 선형이 뻗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엔 왜 몰랐을까? 모든 것이 아쉽고도 흥미로웠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 해방촌 꼭대기에 올랐다. 기대했던 황금빛 노을은 은빛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멋있었다. 저녁 온도마저 루프탑 테라스에 올라 저녁 식사를 즐길 만큼 따스해져 있었다. 6 #어디서 살까 전국 주요 여행지에서 일회용 필름 카메라 자판기 필름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름로그는 한 번 사용하면 버려지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업체다. 자판기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 또는 필름로그의 업사이클링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면 된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필름만 별도로 구매할 수도 있다. 필름로그에서 구매한 일회용 필름 카메라에는 현상 및 필름스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화질의 파일을 원하는 경우에는 추가 비용 발생). 촬영 후 자판기에 있는 수거함에 현상 신청서와 함께 필름 카메라를 투입하면 이메일 등으로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필름로그는 동대문, 강남, 경주, 제주 등에 직영점을 두고 있다. 이태원에도 필름로그 자판기가 있다. 용산구청 뒤, 필름로그와 협업하는 데이비스 셀피 라운지(David’s Selfie Lounge) 입구에서 분홍색 자판기를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카메라를 고를까 카메라의 스펙이 각각 다른 것처럼 필름도 브랜드마다 고유의 색감이나 분위기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필름의 차이점을 파악한 뒤 용도에 맞는 것을 구매하겠지만, 재미로 사진을 찍을 땐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핵심은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한 뒤 필름 이름 뒤에 붙는 숫자를 살피는 것이다. 필름 이름 뒤에 붙는 숫자를 흔히 ISO, 감도라고 한다. 필름이 가진 빛에 대한 민감성을 국제 표준 규격으로 표현한 숫자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숫자가 낮을수록 밝은 곳에서 촬영하기에 적합하고, 숫자가 높을수록 어두운 곳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ISO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데, 같은 논리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필름의 ISO 감도는 주로 100~3200 사이의 값을 갖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100~200 감도인 필름을, 실내 또는 야간 사진을 찍고 싶다면 1600~3200 감도의 필름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ISO 감도가 낮은 필름으로 실내에 있는 피사체를 찍는다면 사진이 온통 새카맣게 찍힐 것이다. 한 번 장착한 필름은 중간에 교체할 수 없으니 미리 고민해야 한다. 또한 ISO 3200 수준의 필름을 현상할 때는 현상소에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사용할까 ① 카메라 오른쪽 상단에는 대부분 셔터 버튼이 있다. ② 상단 중앙 또는 셔터 옆에 컷 수를 나타내는 표시기를 확인한다. ③ 원하는 피사체를 찾은 뒤, 일반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듯이 셔터를 누르자. ④ 뷰파인더에 보이는 화면이 곧 결과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사진을 촬영할 때는 손가락 등 방해물이 렌즈를 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⑤ 셔터 아래에 엄지손가락으로 돌리는 톱니바퀴가 있다. 필름을 감을 때 쓰는 와인더다. 사진 촬영이 끝났다면 이 와인더를 끝까지 돌리자. #필름 넣는 방법 일회용이 아닌, 일반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필름을 별도로 구매해서 장착한 뒤 촬영해야 한다. 필름 넣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① 카메라 측면 또는 후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 덮개를 연다. ② 왼쪽 상단에 위치한 리와인더 손잡이를 꺼내서 위로 들어 올린다. ③ 덮개 안쪽 왼쪽에 필름을 넣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필름을 넣자. 필름의 원기둥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이 아래를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④ 필름을 넣었다면 카메라 왼쪽 상단에 있는 리와인더를 눌러 필름을 고정한다. ⑤ 필름을 카메라 덮개 내부 오른쪽에 있는 원기둥 쪽으로 말아 넣어야 한다. 중간에 톱니바퀴가 있는데, 필름 상·하단에 있는 구멍과 맞추고 필름의 끄트머리는 오른쪽 원기둥에 고정해서 말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⑥ 덮개를 닫는다. ⑦ 셔터 버튼 근처에 있는 와인더를 돌려서 필름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왼쪽 상단에 있는 리와인더가 돌아간다면 필름이 잘 장착된 것이다. ⑧ 필름을 장착한 후에는 서너 컷 정도 사진을 찍어보자. 어차피 빛을 받은 부분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얻을 수 없으니 편안하게 눌러도 좋다. ⑨ 카메라 본체의 컷 수 표시기 숫자가 현재 촬영한 컷 수를 알려준다. 숫자가 1이 될 때까지 셔터를 누르고 와인더를 돌려서 촬영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둔다. #필름 빼는 방법 ① 필름은 촬영 가능 매수가 정해져 있다. 표시기에 나오는 숫자가 촬영 가능 매수에 도달했다면, 혹은 와인더가 더는 돌아가지 않는다면, 필름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② (주로) 카메라 본체 하단에 필름의 리와인더 고정 장치를 푸는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른 뒤에 리와인더를 돌려 필름을 감으면 된다. ③ 리와인더의 손잡이를 잡고 살짝 뽑으면 필름을 감을 수 있다. 이 리와인더를 더 돌아가지 않을 때까지 돌린다. ④ 리와인더를 전부 돌린 뒤 덮개를 열어 필름을 꺼낸다. ⑤ 꺼낸 필름은 잘 보관했다가 현상소에 맡긴다. 글, 사진 : 여행작가 김정흠 ※ 위 정보는 2022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mo{display:none;} @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mo{display:block;} .pc{display: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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