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는 그동안 고생한 ‘우리 집 요리사님’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좋아하실 한옥 스테이를 물색하던 중 전북 고창읍성의 한옥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유명한 선운사도 가까이 있어 들렀다 오기도 좋을 것 같았다. 고창읍성한옥마을은 객실 내에서 취사를 할 수 없어 간식을 챙겨갔는데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식사는 외식으로만 이루어졌지만 다행히 부모님께서 이 지역 음식 맛을 흡족해해서 기분 좋은 여행이 되었다. 고창읍성에서 느린 걸음으로도 10분이면 도착하는 ‘고창읍성한옥마을’은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숙소였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선택한 은양당의 용덕재는 소나무(노송)로 지어진 높은 천장의 한옥이었는데 은은한 나무 향기를 내뿜으며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나무로 제작된 가구들 사이로 TV와 에어컨이 눈에 띄었다. 전통 속에 현대문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소형 라디오가 한 대 있다면 아날로그 감성을 좀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시원한 방 안에서 달콤한 복숭아와 쫄깃한 찰옥수수를 먹고 있으려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런 여유로움 속에서 한옥 숙소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더욱 좋았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해가 질 무렵 고창읍성으로 산책을 나섰다. 성곽을 따라 걷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곳곳에 피어 있는 백일홍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고창읍의 고즈넉한 저녁 풍경을 사진과 눈에 고스란히 담았다. 길이 1.7km의 성곽을 열심히 걸으며 땀으로 흠씬 샤워를 했지만 건강해진 기분 탓인지 마음만은 무척 상쾌했다. 어둠이 짙어진 고창 읍내를 한 바퀴 돌기까지 했더니 마치 현지인이 된 듯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여행 첫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충분한 수면 후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방 정리를 끝내고 관리실에 열쇠만 반납하면 되는 간단한 퇴실 절차를 거쳤다. 잘 쉬었다 간다는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관리자분의 부재로 감사의 마음만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한가로운 국도 드라이브를 만끽하며 도착한 구시포해수욕장에서는 색감이 좋은 등대와 창밖 바다 풍경이 일품인 카페가 인상 깊었다. 시원한 흑임자우유빙수로 더위를 식히며 한숨 돌리고 나서 다음 목적지인 학원농장으로 이동했다. ‘여름가을 꽃잔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뜨거운 태양 아래에 활짝 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라서 매력적이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막국수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며, 1박 2일의 짧고 굵은 가족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딸 덕분에 편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께 다가오는 가을에는 ‘단풍 여행’도 선물해드려야겠다. Info. 1. 업 소 명 : 고창읍성한옥마을 2. 주 소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128 3. 전화번호 : 063-563-9977 4. 홈페이지 : www.고창읍성한옥마을.kr/ 5. 주차가능 여부 : 가능(관리자가 알려주는 위치에 비교적 자유롭게 주차 가능) 6. 숙박요금 : 8~22만원(부가세 포함, 계좌이체만 가능) * 성수기(7월 중순~8월 중순)에는 추가요금 발생(5만 원 정도) * 1인당 1만 원 추가요금(영유아 포함) 7. 100% 환불가능 날짜 : 투숙예정일 7일 전까지 8. 체크인 : 오후 3시 9. 체크아웃 : 오전 11시 ★ 귓속말 Tip 전화로만 숙소 예약이 가능하며, 관리자가 구성원에 맞는 객실을 추천해준다. 온천욕을 즐기고 싶다면 ‘석정온천’ 할인쿠폰을 활용한다.(정가 1만1000원/할인가 7000원) 1. 고창읍성 사적 제145호로 조선시대에 지어진 옛 고창 고을의 읍성이다. 백제 때 고창을 모량부리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해 고창읍성을 모양성으로도 부른다. 고창 지역은 호남 내륙의 군사적 요충지로 조선 초만 해도 서해안을 통한 왜구의 침범이 심했기에 백성의 집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만든 성이다. 현재 고창읍을 두르고 서 있는 성벽은 길이 1700m에 높이 4~6m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성곽을 제외한 성 안 시설들이 불타고 무너졌는데 동헌, 객사 등 옛 건물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복원됐다. 고창읍성에는 성 밟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것이다. 1700m에 이르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다릿병도 낫고 자연히 건강해질 테니 감사해서 선한 일을 할 것이고, 그래서 극락에 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 전후로 모양성제가 열리는데 그중 핵심 행사는 바로 성 밟기다. 고창의 여성분들이 모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 밟기를 하는데 이 장관을 구경하러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산 9 문의 : 063-560-8067 2. 구시포해수욕장 길이 약 1.7km, 폭 2m의 백사장과 우거진 송림, 완만한 경사, 특이한 지형을 이룬다. 갯벌 한 점 없이 고운 백사장이 돋보이는 곳이다. 특히 바닷물이 빠지면 백사장이 단단해져서 축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이고, 나지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며 해안 일대에는 기암괴석이 널려 있다. 해수욕장 1km쯤 앞에는 전국에서 바다낚시터로 손꼽히는 가막도를 비롯해 많은 섬이 흩어져 있다. 이들 섬 뒤로 펼쳐지는 낙조는 가히 장관이다.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오토캠핑을 할 수도 있고 야영을 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상하면 진암구시포로 545 문의 : 063-560-8272 3. 학원농장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에 전념하고 있다. 경관농업은 재배할 작목의 선정 시 작목 자체의 농업수입보다 재배 당시의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선정된 보리, 메밀,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을 바탕으로 봄철에는 청보리밭축제, 여름과 가을에는 꽃잔치를 개최하고 때때로 작은 이벤트를 추가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 <7일의 왕비>, <도깨비> 등 드라마와 <웰컴 투 동막골>, <식객> 등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15 문의 : 063-564-9897, www.borinara.co.kr/ 글/사진 : 여행Q레이터 김선아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