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만의 매력을 아는 여행자들은 지역의 재래시장 탐방을 필수 코스로 챙긴다. 이방인의 자유로움으로 느릿느릿 걸으며 구경도 하고,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집들을 순례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청주의 육거리종합시장은 청주 여행 10선에 포함될 정도로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청주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도 육거리종합시장이 있어 춤을 추는 듯 활기차다. 삼거리, 사거리가 아니다. 무려 6개로 갈라지는 교차로 정면에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이 있다. 6개 중 3개의 길이 시장으로 연결되는데, 조선 후기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라고 하니 길보다 시장이 먼저 태어난 셈이다. 무심천변에 형성되었던 우시장과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 국밥집 등이 육거리종합시장의 시초가 되었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 규모가 커져 면적이 무려 9만 9,000㎡에 이르는 종합시장으로 발전했다. 전국의 재래시장들이 대형 마트에 상권을 빼앗겨 활기를 잃어간다고 걱정하지만 육거리종합시장만큼은 예외다. 1,200여 개의 점포와 노점이 모여 있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5~6만 명에 달할 만큼 성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전국 최우수 시장에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 이유가 뭘까? 육거리종합시장 탐방에 나서보자. 북적이는 시장통을 걷다 잠시 길을 잃어도 좋다. 같은 자리를 맴돌아도 새로운 볼거리가 발길을 잡는 시장이다. 육거리종합시장 중앙 통로에는 신선한 채소류와 생선류를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고, 양편으로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방앗간,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이 입맛을 자극하는 반찬가게도 보인다. 점포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듯 보여도 각 통로마다 방앗간거리, 먹자거리, 산나물채소거리, 패션거리 등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다. 오른쪽 먹자거리로 방향을 잡으면 좁은 골목을 따라 전집과 떡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가 손님을 부르고, 고소한 냄새에 끌린 사람들이 시식대로 모여든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전이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하다. 전집들을 지나면 환하게 불을 밝힌 떡집들이 기다리고 있다. 단호박으로 노란 빛깔을 내고 백년초로 분홍빛 물을 들인 바람떡부터 먹음직스런 절편에 인절미, 백설기, 콩떡 등 뽐내는 듯 떡 종류도 다양하다. 마치 명절 대목 장날을 보는 듯 신명 나는 풍경이다. 전집과 떡집이 늘어선 이 골목은 폐백, 이바지 음식으로 유명한 점포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떡골목 오른편으로는 육거리종합시장을 대표하는 식당 두 군데가 자리 잡고 있다. 새가덕순대(043-254-2739)는 이구동성으로 첫손에 꼽는 식당이다. 34년의 역사를 가진 식당인 만큼 순대국밥 맛이 일품이다. 가게 앞에 걸어놓은 커다란 솥에 뽀얀 육수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손님이 주문하면 밥을 담은 뚝배기에 순대와 눌린 돼지고기를 얹어 여러 번 토렴한 후 상에 낸다. 누린 맛이 전혀 없는 국물과 선지가 꽉 들어찬 순대가 푸짐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온다면 순대전골과 순대볶음도 추천한다. 이름에서부터 정겨움이 느껴지는 순자네죽집(043-257-4226)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많은 식당이다. 간판 메뉴인 호박죽과 팥죽, 깨죽과 콩죽 외에도 칼국수에 콩국수, 순자 씨가 가게 앞에서 바로바로 부쳐내는 메밀전병과 수수부꾸미, 김치전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15년 전 문을 연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할 만큼 단골손님이 많은 곳이다. “육거리시장에 오면 장보기 전에 여기서 죽 한 그릇이랑 수수부꾸미 먹고 가. 속이 든든해야 장도 보니까. 자, 내가 먹는 콩국수도 사진 좀 찍어봐요.” 머리를 마주대고 앉아 수수부꾸미에 콩국수를 나눠 먹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장 구경을 하기 위해 배를 먼저 채웠는데 또 다른 먹을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훈제 고기를 다져넣은 수제 군만두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을 돌리니 오븐에서 막 꺼낸 것이 분명한 단팥빵이 방긋 웃고 있다. 바로구운빵집(043-221-5657)에서 막 구워낸 빵들을 진열 중이다. 고소한 빵 냄새에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진다. 시장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니 달콤한 향기를 퍼뜨리고 있는 과일 노점이 보인다. 막 쪄낸 만두와 커다란 찐빵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싱싱한 제철 과일 한 바구니를 손에 든다.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가격도 착하다. 주전부리를 사서 먹으며 걸음을 옮기면 패션거리다. 시원한 원피스부터 셔츠, 저렴한 바지 들이 장보러 나선 아주머니들을 부른다. 알록달록 꽃무늬가 돋보이는 여성 의류들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떠오른다. ‘가고파의류’, ‘남대문쇼핑’ 등 가게 이름도 정겹다. 패션거리 반대편으로는 그릇잡화거리, 혼수이불거리가 이어진다. 새벽시장과 도매시장, 농기구거리가 함께 있으니 청주 최대 규모라는 자랑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카트를 사용할 수 있어 가족들이 함께 장보기 편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카트는 시장 안 주차장에 마련되어 있다. 바둑판 같은 시장 안에서 잠깐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패션거리에서 이어지는 성안길을 만나거나 시장을 감싸듯 흐르는 무심천을 만날 수 있으니까. 길을 잃은 김에 청주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성안길 나들이를 이어가도 좋고, 조용히 흐르는 무심천변을 걸으며 도시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육거리종합시장] 주소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로2197번길 46 문의 : 043-222-6696 1.찾아가는길 경부고속도로 청주IC → 가로수로 약 1.1km 이동 → 3순환로 7.7km 이동 → 청남로 4.6km 이동 → 육거리종합시장 2.주변 음식점 황할머니갈비찌개 : 찌개 /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140번길 30 / 043-222-9292 선녀와나무꾼 : 한식 /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단재로 1948 / 043-296-5884 / http://www.namuggoon.co.kr/ 길성이백숙 : 누룽지닭백숙 / 청주시 상당구 이정골로 13 / 043-296-7777 / http://gilseongi.com 3.숙소 갤러리관광호텔 :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607 / 043-267-1121 뉴베라관광호텔 :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193번길 32 / 043-235-8181 / http://www.newvera.co.kr/ -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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