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얼마나 우거졌으면 마을 이름이 ‘숲실’일까. 숲실, 푸른 숲을 닮아 숲 아래 계곡물도 맑고 푸르다. 옛사람들은 숲실마을 위 숲과 계곡에 ‘청노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밤에 푸른 숲으로 내려온 이슬이 맑고 푸르다’는 뜻이다. 맑고 푸른 이슬에 흠뻑 젖고 싶다. 각호산, 민주지산, 삼도봉, 박석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남북으로 줄지어 내달리는 산줄기 아래 숲의 마을 ‘숲실’이 있다. 김천 시내에서 약 40km, 하루에 시내버스가 두 번밖에 들어가지 않는 시골 마을이다. 외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물어서인지 마을도 자연도 다 순박하게 남아 있다. 하루 두 번만 다니는 숲실(파천2구)행 시내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른 탓인지 출발 시각까지 40분 정도 여유가 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배웅하는 사람, 마중 나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류장 분위기는 도시나 시골이나 매한가지다. 버스는 금세 푸른 논 푸른 숲 시골길을 달린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진다. 그렇게 도착한 숲실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옛 시골 마을 분위기 그대로다. 도시가 고향인 사람이라도 그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을 고향의 원형이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행정구역상 마을 이름은 파천리이다. ‘파천巴川’의 ‘파’가 뱀, 소용돌이 등의 뜻이 있으므로 ‘파천’이란 이름은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물줄기’, ‘소용돌이치는 물줄기’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천리에는 파천, 임곡, 죽전 등 자연마을 세 곳이 속해 있다. ‘임곡’은 ‘숲이 우거진 골짜기’라는 뜻이다. ‘죽전’은 ‘대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의미다. 행정구역상 이름인 파천리보다 숲실마을로 더 잘 알려졌다. 마을 초입 거대한 나무가 여행자를 반긴다. 콸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을을 둘러보는데 외양간 누렁소가 “음메” 하고 긴 소리를 낸다. 오래된 집 담벼락에 거미줄이 보인다. 작은 마을을 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을 바로 앞에 계곡이 있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사람들이 모였다. 물가에 가마솥을 걸고 장국을 끓인다. 한쪽에서는 커다란 솥뚜껑에 삼겹살을 굽는다. 아낙들은 계곡물에 상추를 씻고,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그늘 아래 펼친 잔칫상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 사람들이 장국이며 고기며 먹을 것들을 나르고, 아이들은 계곡물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천렵이 따로 있을까. 개천에 나가 고기 잡고 음식을 해먹던 옛 시골 마을의 정겨운 여름 풍경을 숲실마을에서는 아직까지 볼 수 있다. 비록 고기를 직접 잡는 재미는 없지만 꼬맹이부터 수염 하얀 노인까지 계곡물에 발 담그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는 여행자를 보고 장국밥 한 그릇 먹고 가라신다. 괜찮다는 여행자의 말에 그럼 술이라도 한잔하라고 화답한다. 오가는 말에 담긴 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순박한 풍경 속에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이 ‘숲실’이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것이 맑고 시린 계곡물뿐이랴. 고향 같은 풍경, 순박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내리꽂히는 작살 같은 뙤약볕도 녹록하게 해준다. 숲은 마을 위에 가득했다. 마을 위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800m쯤 올라가니 오두막이 나온다. ‘숲실산방’, 민박을 할 수 있는 집이다. 집주인의 허락을 받고 주변을 돌아본다. 개가 컹컹 짖는다. 마당에 닭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먹이를 쪼아 먹는다. 아궁이 달린 흙벽 위에 마늘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시골집 분위기에 젖어서 어슬렁거리는데 집 뒤 숲 그늘 아래로 계곡이 보인다. 계곡으로 내려가니 우거진 숲이 통째로 살아 있는 녹색 생명체 같다. 그 숲 그늘 아래 계곡물이 흐른다. 계곡 위 하늘을 덮은 숲이 보호막처럼 햇빛을 가린다. 햇빛을 받지 못한 곳에 이끼가 푸르게 번졌다. 비탈진 너럭바위 위로 계곡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흐른다. 물소리가 시원하다.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위가 미끄러워 걸음이 조심스럽다. 올라갈수록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다. 초록빛 커튼에 가려진 계곡물에 온몸을 담근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에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입술이 파래지고 소름이 돋는다. 바위로 올라와 드러눕는다.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의 진정한 맛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인적 드문 계곡에서 더위 걱정, 일 걱정, 세상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기며 그냥 쉬는 것.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이따금 햇살 한 줄기가 떨어진다. 옛사람들은 이 숲과 계곡에 ‘청노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밤에 내리는 이슬이 맑고 푸르다’는 뜻이다. 푸른 숲, 푸른 이끼, 온통 푸른 계곡에 드러누운 여행자의 몸도 푸르러지는 것 같다. 이슬마저 푸르게 물들 것 같다는 옛사람들의 운치가 돋보인다. 숲실산방으로 올라가니 주인 내외가 늦은 점심을 먹을 모양인지 계곡이 보이는 오동나무 그늘 아래 탁자에 김치와 소금을 차렸다. 아주머니가 가지고 나온 건 콩국수. 삶는 김에 국수 몇 가닥 더 넣었다는 아주머니가 여행자 앞에 콩국수 한 대접을 놓아준다. 오동나무 그늘에 앉아 계곡 물소리 들으며 먹는 콩국수는 음식이 아니라 여름 한철 거뜬히 날 수 있는 보약 같다. 계곡 물소리를 뒤로하고 숲실산방을 나서는데 그새 정이 들었는지 닭들이 배웅하듯 쪼르륵 따라온다. 더 머물고 싶은 푸른 숲과 계곡 푸른 마을을 나선다. 버스는 끊긴 지 오래. 마을에서 30분 정도 걸어 나가서 버스를 기다린다. 숲과 들판 사이로 난 길이 구불거리며 흐른다. 그 길을 따라가는데 보랏빛 도라지꽃이 만발했다. 주변 음식점 -장영선원조지례삼거리불고기 : 왕소금구이, 양념불고기 / 경상북도 김천시 지례면 장터길 64 / 054-435-0067 -안양해물탕 : 해물탕 / 경상북도 김천시 부곡중앙7길 11 / 054-430-6449 -용두식당 : 냉면 / 경상북도 김천시 아랫장터길 1 / 054-434-2522 숙소 -프로포즈모텔 : 경상북도 김천시 부곡시장1길 10 / 054-432-3012 -오페라모텔 : 경상북도 김천시 부곡시장1길 8 / 054-433-2055 -숲실산방 :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파천리 818 / 054-437-8250 http://cafe.daum.net/oozi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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