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2019년 8월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를 진행, 총 열 팀에 특별한 여름휴가를 선물했습니다. 체험 선정자들이 영월, 충주, 경주, 보성, 남해에서 보내온 생생한 여행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벌써 나락 팼는가베!”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이 창밖을 보며 한마디 하셨다. 한평생 농사를 지으신 분들이라 논의 생김새며 작물의 상태까지 관찰하시는 모양이다. 자동차는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달렸다. 목적지 경주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결혼 생활 30년 만에 우리 부부는 다시 신혼이 되었다. 장성한 아이들이 집을 떠났다는 뜻이다. 그 사이 친정 부모님은 80대 노인이 되었다. 집안일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나는 이제야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며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여전히 건강하셔서 효도할 기회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던 중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 경주로 떠나게 되었다. 경주는 부모님이 사시는 대구와 가깝고, 배정된 숙소도 넓은 한옥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우리 세 사람의 여행기를 건너 듣던 남편까지 합류하기로 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한 뒤 옷과 비상약을 넉넉히 준비하라고 말씀드렸다. 부모님과 우리 부부의 나이를 합치면 280살, 계란 열 판 정도 된다.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각자의 생활방식이나 성격, 취향까지 모두 다르다. 심지어 입맛도 상극이다. 해산물, 육류, 술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아버지와 딸, 해산물은 입에 대지도 않는 어머니와 사위. 머릿속에 몇 가지 걱정이 떠오를 무렵 소소가에 도착했다. 소소가는 100년 고택을 수리한 한옥펜션이다. 나비바늘꽃 춤추는 정원을 지나 방 안에 들어가면 정갈하고 깨끗한 이부자리가 반긴다. 우리가 묵은 곳은 방이 2개라 더 좋았다. 사장님 부부가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조식과 석식을 내어주신 덕분에 식사 걱정까지 덜 수 있었다. 드디어 ‘계란 열판’ 가족의 일주일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에도 숙소 근처 무열왕릉부터 첨성대, 대릉원, 김유신묘, 황리단길 등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돌아다녔다. 호기심이 많은 아버지는 유적지에 갈 때마다 표지판이나 안내문을 유심히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다가 오래전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왔었다며 빛바랜 추억을 풀어놓으셨다. 밤에는 야경이 예쁘기로 소문난 월정교, 동궁과 월지로 구경을 하러 갔다. 근처 노점에서 빛나는 풍선을 팔고 있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이 사 갔다. 별거 아니지만 밤하늘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서로 다른 입맛은 성동시장 한식뷔페로 해결했다. 1인분 7,000원에 계란말이, 고추찜, 코다리조림 등 스무 가지 반찬을 셀프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식사 후 누룽지에 요구르트 서비스까지 나오니 감동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이 아프다던 어머니는 성동시장에 오니 훨훨 날아다니는 듯했다. 아버지가 입을 셔츠와 가족끼리 먹을 음식을 구입하면서 장보기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우리 네 사람이 매일 함께 다녔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 급한 일이 생겨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에 가 있는 동안 나와 부모님만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 경주 시내를 달리는 동안 아버지는 산처럼 높아 보였던 경주 고분의 첫인상을, 어머니는 노인정 친구들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대화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덧 보문호에 다다랐다. 오래전 경주에 왔을 때 부모님과 근처 호텔에 머문 적이 있다.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그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영천에 있는 유명한 군만두집에 가려던 우리는 소소가 사장님의 추천을 받고 옥산서원으로 향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서원 앞에 시원한 계곡이 흘러 운치가 제법 뛰어나다. 나와 부모님은 이미 와 본 곳인데 남편은 이번이 첫 구경이라고 했다. 평생 일에 매여 국내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추석 지나고 가을에 어디 갈지 함 알아봐라!” 부모님과 대구에서 헤어질 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최근에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까지 계모임을 하던 고향 친구분이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었다. 이제 다 죽고 혼자 남았다며 세월을 한탄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도 보문호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걸까. 앞으로도 부모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함께 여행하리라 다짐했다. 후기 제공: 일주일 살아보기 여행 시즌 2 ‘내가 처음 만난 일주일’ 이벤트 체험 선정자 박경숙 님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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