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즐거운 것은 그곳에 별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굳이 그곳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방도시 제천으로 여행을 간다면 ‘약채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별미들을 맛봐야 한다. ‘약채락’은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이라는 뜻을 지녔다. 한방도시다운 브랜드다. 한약재를 식재료로 직접 사용하거나 효소 등으로 가공해 음식의 맛과 영양가, 약효를 높였다. 한방차는 기본이고 순대, 비빔밥, 한정식, 면요리, 백숙, 전,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약채락 별미 기행을 떠나보자. 인간은 질병 치료를 위해 자연에서 얻은 풀을 이용했다. 약이 되는 풀, 즉 약초에는 목본식물은 물론이고 버섯 같은 균류도 포함된다. 채취한 그대로 이용하기도 하고 건조시키거나 삶아서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이 식물을 약으로 사용한 것은 선사시대부터이다. 약 4,800년 전 중국의 신농이 약으로 식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약초 관련 최초 기록은 바로 단군신화에 나타난다. 고조선 건국 당시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려고 쑥과 마늘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쑥과 마늘이 질병 치료에 사용되었다는 증거다.제천시는 한약재가 많이 나는 고장이다. 서울, 대구, 충남 금산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약령시장 가운데 한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큰 일교차, 석회암의 사질 토양, 오염원이 없는 자연 환경 등이 제천산 한약재의 명성을 높여준다. 제천에 약초시장이 크게 형성된 시기는 조선시대 후기부터라고 한다. 황기, 당귀, 황정, 더덕, 천궁, 홍화, 오가피, 만삼, 생강, 인삼, 강활, 길경, 두충, 목단, 방풍, 사삼, 산수유, 시호, 율무, 인진쑥, 작약, 지황, 고본, 헛개나무 등 총 60여 개 품목이 제천에서 유통되고 있다. 한방생명과학관에 가면 약초 이야기와 제천의 한약재산업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약채락 음식을 만들 때 자주 활용되는 한약재나 산나물들은 과연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을까? 충청북도 요리비법 전수자(명장)이자 순채요리연구가인 박화자 씨로부터 설명을 들어본다. 그는 약채락 해독요리 전문점 바우본가를 경영하고 있다. * 황기 : ‘황’은 노란색, ‘기’는 스승을 뜻하니 ‘보약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다. * 당귀 : 피를 생성해주는 보혈작용이 뛰어나며 기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 뽕잎 : 식물 중에서는 콩 다음으로 단백질 함량이 많은 이파리 채소. * 오가피 : 뿌리, 가지, 잎, 꽃을 모두 사용. 해독작용이 뛰어나 ‘제2의 산삼’으로 불린다. * 곰취나물 : 쌉쌀한 향이 일품인 ‘산나물의 제왕’. 진해, 거담, 항염, 지열에 효과가 좋다. * 구기자순 : 예부터 불로초라 할 정도로 노화방지, 자양강장에 좋다. * 엄나무순 : 산삼나무라고도 하며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 어수리나물 : 당뇨,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지녔고 살균, 청혈작용을 한다. * 두릅순 : 혈압을 낮춰주고 혈액순환, 피로회복에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약채락 요리를 맛볼 차례다. 최근 서울 수유4동에 분점을 낸 대보명가에 가면 약초밥상, 약초쟁반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약초쟁반은 황기, 오가피 등 16가지 약초를 달인 물에 산야초와 버섯(능이⋅송이⋅표고), 각종 견과류(연자육⋅구기자⋅은행⋅잣⋅호두 등)를 넣어 음양오행의 균형을 맞춘 음식이다. 여기에 한우 수육을 담갔다가 꺼내 먹는데 보약이 따로 없다. 약초밥상은 남성의 밥과 여성의 밥이 따로 나온다. 남성의 밥은 기력 보강을 위해 황기, 인삼 등 8가지 한약재를 넣으며 흰색을 띤다. 반면 여성용 밥은 보혈 기능 강화를 위해 당귀, 천궁 등 8가지 약재를 넣으며 자색을 띤다. 식전 요리로 마튀김, 닭가슴살샐러드, 떡잡채, 백김치가 나오고 밑반찬으로는 도라지순, 곰취, 곤드레, 방풍나물, 생둥굴레, 어수리나물, 김장아찌, 산마늘 등이 올라온다. 특히 민들레, 달맞이꽃, 도라지, 각종 약초로 만든 산야초장아찌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의림지에서 가까운 성현한정식은 약채락 한정식 전문 맛집이다. 4가지 종류의 한정식과 산삼배양근을 넣은 삼계탕, 약선간장게장정식 등을 내놓고 있다. 산야초물김치, 효소로 만든 약초샐러드, 채소와 황태껍질튀김무침, 황기가루를 넣은 화전, 탕평채, 황기맛간장으로 만든 잡채, 뽕잎⋅표고⋅당귀⋅황기로 만든 약초묵회, 당귀전, 들깨탕, 치자소스를 곁들인 버섯탕수육, 흑임자소스를 뿌린 생감자채, 사물탕 삼겹살찜, 흑미⋅해바라기씨⋅서리태⋅기장으로 지은 돌솥밥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서울의 유명 한정식집 밥상이 절대 부럽지 않다. 1인분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다. 다음으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약채락 요리들을 먹어보자. 노다지식당에 가면 약채락 브랜드를 내세운 육회비빔밥, 전통비빔밥, 강된장비빔밥이 여행자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황기순, 오가피순, 뽕잎 등의 약초를 넣은 비빔밥이다. 많이 넣으면 쓴맛이 강해져서 손님들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나물류를 제외하고 당귀나 황기 등은 고추장, 돼지고기 고명 등의 한방 소스로 활용했다고 한다. 제천황기순대식당은 황기를 넣은 순대와 순대국밥을 기본 메뉴로 해서 모둠순대, 곱창전골, 막창볶음 등을 여행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양도 푸짐하고 인심도 넉넉하며, 무엇보다도 깔끔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퇴근 후에는 인근 직장인들과 상인들로 북적거린다. 바우본가(한방백숙) 주소 : 충북 제천시 숭문로 88-9문의 : 043-652-9931 대보명가(약초쟁반·약초밥상) 주소 : 충북 제천시 용두대로 287문의 : 043-643-3050 성현한정식(약채락 한정식) 주소 :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 600문의 : 043-645-3319 제천황기순대(황기순대) 주소 : 충북 제천시 용두천로 73-13문의 : 043-642-0330 노다지(육회비빔밥) 주소 : 충북 제천시 내토로47길 21문의 : 043-648-8865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이용 시 제천IC로 나간 후 38번 국도를 타고 신풍로터리를 지나 5번 국도로 갈아타면 제천시청 입구, 제천역이 차례로 나온다. * 대중교통 바우본가 :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림초등학교 방면으로 도보 7~8분 대보명가 : 중앙공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제2산업단지 방면 67번 또는 명도, 왕미 방면 400번 버스를 타고 가구단지에서 하차. 도보 6~7분 거리 성현한정식 : 제천역에서 세명대 방면 버스 이용, 안모산 정류장에서 하차 제천황기순대 : 제천역에서 세명대 방면 버스 이용, (구)동명초교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 2~3분 노다지 :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1번, 31번 버스를 타고 서희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10분 거리 제천운수 043-646-2955/ 제천교통 043-643-8602 2.숙소 제천관광호텔 :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11길 31/ 043-643-4111 서울관광호텔 :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13길 10 / 043-651-8000 3.기타 여행정보 제천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okjc.net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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