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넘는 무더위와 수면을 방해하는 열기의 밤이 가깝다. 곧이어 장마철이기도 하다. 더위는 더위대로, 습기는 습기대로 연중 최고의 시련을 주는 때가 눈앞이라 생각하니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컨디션, 체력 관리에 신경 쓰면 좋겠다. 건강에 좋은 트레킹 코스를 찾다 보니 남양주가 눈길을 끌었다. 전철 타고 다녀오는 트레킹 여행으로 남양주의 남쪽 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 여정은 팔당역에서 시작해 가까운 남양주역사박물관을 관람하고 예봉산(해발 683m)과 적갑산(해발 560m)을 지나 운길산역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약 10㎞. 남양주는 서울과 가깝다. 오히려 너무 가까운 탓에 여행 가는 기분이 나지 않을 정도랄까. 가평, 양평, 춘천 등 관광 명소가 많은 지역 인근이라 여행지로 관심 끌기 어려울 같지만, 주말이면 많은 레포츠 애호가들이 모여든다. 등산복 입은 사람, 자전거를 가져온 사람, 인라인스케이트를 메고 온 사람 등등 레포츠 애호가들이 전철에서 일제히 내린다. 주말 오전 팔당역 풍경이다. 2007년 중앙선 팔당역이 개통되면서, 한강 자전거도로와 예봉산 일대 트레킹 코스로 접근성이 한층 좋아진 덕분이다. 팔당역 앞 광장에 여행 안내도가 있다. 또 각 코스의 길목마다 방향과 거리가 표시된 표지판이 있어 따로 지도를 챙길 필요가 없을 정도다. 팔당역에서 예봉산 등산로 입구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남양주에 대해 알아볼 겸 팔당역 바로 옆 남양주역사박물관에 들러보길 권한다.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남양주의 역사를 전시로 만날 수 있다. 특히 남양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봉선사의 대종 문양과 탁본에 관해 자세히 풀어놓은 전시가 인상적이다. 전시실 외에도 기획전시장, 석조전시장, 자료실, 야외공연장 등이 있으니 홈페이지( www.nyjmuseum.go.kr )를 통해 공연이나 기획전시 일정을 알아봐두는 것도 좋겠다. 팔당역 가까이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팔당역이 있다. 현재 출입문이 잠겨 있어 일반인의 접근은 어렵다. 자전거길을 통해 외부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관할 지역본부에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개인 촬영을 하고 싶을 경우 역무실을 찾아가 요청하면 바쁘지 않은 때에 한해 출입이 가능하기도 하다. 서울이 한양 또는 한성으로 불리던 시절,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은 삼각산이 보이는 이곳 팔당에서 임금에게 예를 갖췄다고 전해진다. 거기서 예봉산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나무 벌채권을 가진 '예빈시' 관아에 소속된 산이라 하여 예빈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예빈시에서 이 산의 나무를 수종사에 공급했다고 하며, 인근 지방의 목재 공급원으로 중요한 산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도 팔당2리 마을 주민은 예봉산 산신각에서 매년 2월과 9월에 산신제를 드린다. 예봉산으로 오르는 길은 7부 능선 전과 후로 나뉜다. 등산로 초입부터 7부 능선까지는 제법 넓은 산길이다. 경사가 완만해 다리를 풀기에 좋다. 7분 능선 즈음해서 길이 점점 가팔라지고 계단이 나타난다. 천천히 가도, 빨리 가도 힘든 건 마찬가지. 자주 숨 돌리며 풍경을 즐기시라. 예봉산 정상, 거친 숨을 고르자 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한북정맥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에는 운길산이 북한강으로 내달린다. 강 건너 용문산이 우뚝 솟아 단연 돋보인다. 남양주 최남단에서 바라보는 북쪽 풍경이 인상적이다. 문안산과 화야산 그리고 고래산 등 강산이 화려하게 넘실댄다. 이 굴곡지고 겹겹이 솟은 산 풍경이 남양주를 대변한다. 남양주는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산지다. 그래서 근대 이전의 남양주는 먹고 살기 힘든 고장으로 통했다. 예봉산 정상을 지나 적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약 2㎞. 산을 넘는 바람도 시원해 산책하듯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약 15분 걸으면 철문봉에 다다른다.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삼형제가 본가인 여유당에서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의 도를 밝혔다고 한다. 철문봉을 지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나온다. 규모는 작지만 모여 부는 바람이 거세다. 여름바람 특유의 후끈함과 상쾌한 숲내음이 동시에 느껴진다. 활공장 덕분에 북서 방향으로 전망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이곳에서는 강원도에서 달려온 한북정맥이 지친 듯 기세가 옅어져 한강과 나란히 동행하는 모습이다. 철문봉과 적갑산 정상 사이, 보기 드문 물푸레나무 군락지가 있다. 이 나무의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해서 '물푸레나무'라고 부른다. 성질이 단단해서 야구 배트의 주재료로 활용된다. 과거에는 물푸레나무 가지를 회초리로 썼으니,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이 끝난 셈이다. 회초리가 필요한 사람은 떨어진 가지가 없는지 한번 살펴보고 가시라. 적갑산은 예봉산과 운길산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산이지만, 예봉산~운길산 종주 코스에서 필히 거치게 되는 경유지이다. 옛날에는 절터가 있다고 해서 절골산 또는 적골산으로 불렸는데, 일제강점기에 유래를 무시한 채 적갑산이라고 기록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갑산을 기점으로 잠시 앉아 쉴 만한 곳이 많으니 등산용 방석 하나 챙기면 좋겠다. 적갑산 정상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면, 남양주 다산길 4코스인 '큰사랑산길'과 만난다. 여기서 운길산역 방향으로 내려가자. 왼쪽은 운길산, 오른쪽은 예봉산, 뒤로 적갑산이 호위하는 계곡길이다. 능선길에서 계곡길로 변하면서 길옆에 물이 모여 졸졸 흐른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 등산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니 재충전이 따로 없다. 아스팔트길이 나오면 운길산역까지 도보로 약 한 시간 거리가 남는다. 평지 같은 내리막길이다. 양쪽으로 눈과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숲의 파노라마가 아름답다. 숲이 지나면, 시원한 전망의 논이 펼쳐지고 개구리가 울어댄다. 멀미 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오르면, 능선길의 삼림욕이 기다린다. 걸음이 지칠 즈음 내리막으로 넘어가면서 평지 같은 계곡길이 나타난다. 하산길의 끝자락 운길산역 가까이 장어구이, 산채비빔밥 등 식당이 즐비해 여독을 풀며 허기진 배를 달래도 좋겠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했던가. 지하철에 몸을 실으니 그 의미가 유독 마음에 와 닿는다. 남양주역사박물관 주소 :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로 121 문의 : 031-576-0558 www.nyjmuseum.go.kr 1.주변 음식점 돌고래 : 쏘가리매운탕, 장어구이 /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 950 / 031-576-0166 다송 : 산채비빔밥, 한정식 / 남양주시 오남읍 진건오남로690번길 121 / 031-528-1212 머치골원조매운탕 : 민물장어구이, 빠가사리매운탕 / 남양주시 와부읍 고래산로 232 / 031-576-3117 http://www.muchgol.com/ 2.숙소 골드관광호텔 :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로92번길 133 / 031-841-2121 수안채 : 남양주시 수동면 비룡로 1438-109 / 010-9425-1773 http://www.suanchae.com/ 컨트리모텔 :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525-32 / 031-591-1521 쉐르빌모텔 : 남양주시 수동면 비룡로 1622 / 031-592-4294 http://www.mchereville.co.kr/ 글, 사진 : 안정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