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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마다 관광자원이 대폭 확대되어 마음만 먹으면 별의별 경험을 다 할 수 있게 된 요즘이다. 그래서 웬만한 레포츠나 신생 축제에는 심드렁한 마음부터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이 구름마을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따분한 일상에서 색다른 활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달 풀쌈만찬을 통해 이웃과 정을 나누고 화합의 가치를 실천하는, 어느 '착한 귀농인들'을 말이다. 영동 매곡면과 대항면을 잇는 괘방령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로 오른편으로 작은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강진저수지. 우리가 찾아가려는 구름마을의 시작점이다. 길가에 외롭게 선 '한국농어촌공사' 표지판을 만나면 잘 찾아왔다는 증거다. 어귀에 차를 대고 저수지 방향으로 곧장 10여분을 걸으면 이장 댁에 닿는다. 나무너와를 인 황토집엔 '구름마을 살가운 집'이라고 적힌 현판이 달려 있다. 이곳이 구름마을임을 알리는 유일한 표식이다. 잠시 후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이름조차 생소한 풀쌈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풀쌈축제는 구름마을이 매년 5월에 여는 시그니처 이벤트다. 마을 주민들이 매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자체적으로 즐기던 풀쌈만찬을 연례행사화한 것이다. 이때는 도시민들을 초대해 풀을 뜯고 만찬을 즐기는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 축제라고는 하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적 단출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내부 인력과 소수 조력자의 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여덟 번째 풀쌈축제는 올해 5월 27일에 열렸다. 이장 댁은 구름마을 마을회관이자 풀쌈축제가 시작되는 행사장이다. 앞마당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천막과 채취한 풀을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설치돼 있고 뒤쪽엔 꽤 널찍한 복숭아밭이 자리한다. 이 복숭아밭은 풀쌈축제의 일환으로 선행되는 복숭아농사체험을 진행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후부터 몰려든 가족단위 참가자들은 익숙한 듯 이장과 인사를 나눈 뒤 자연스레 복숭아밭으로 향한다. 이제 막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어린 복숭아가 아무런 지장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일이 어려울 법도 한데 어린 꼬마들도 손쉽게 해낸다. 알고 보니 이들은 서울의 한 복지재단을 통해 캠핑봉사를 해온 전력이 있단다. 구름마을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나. 한 시간에 걸친 복숭아농사체험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풀쌈축제 준비에 돌입한다. 그 첫걸음은 뒷산에서 식용 풀을 직접 채취하는 것. 저마다 봉지나 바구니 따위를 들고 이장의 설명에 따라 먹을 만큼 풀을 채취하기 바쁘다. 언뜻 보면 쉬운 일이나 풀쌈축제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 이 과정을 빠릿빠릿하게 소화해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이장이 함께 돌아다니며 먹는 풀의 종류와 효능을 알려주지만 설명을 들으며 먹을 만큼의 풀을 뜯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이다. 진도를 잘 따라가려면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다간 헛것을 가져가게 되는 수가 있다. 일단은 이장의 설명을 들으며 해당 풀의 샘플을 채취하고, 이후에 혼자 다니며 양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장이 소개하는 먹는 풀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카시아 잎이나 산딸기, 망개잎, 쑥, 산초, 오디 등은 익숙하니 그렇다 쳐도 토끼풀과 단풍잎이 거론될 땐 충격이 크다. 믿기지 않지만 단풍잎은 '아이셔' 맛이다. 아이들도 새콤한 맛에 반했는지 여러 장 따다가 입에 물고 다닌다. 사람들이 잘 모를 뿐, 이곳의 모든 풀들은 나름의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잘못해서 독초를 섭취할까 우려했지만 이장은 손을 휘휘 젓는다. 이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가공을 거치면 대부분 한약재로 쓰이는 것들이에요. 제가 풀을 30년 이상 먹었으니까 말만 잘 따르면 괜찮아요. 2만 명 이상 여길 다녀갔지만 탈이 난 사람은 없었거든요. 화장실에 가게 될 순 있는데, 그건 우유 먹고 배가 아픈 것과 같은 경우에요. 오히려 식사 전 먹는 쌈 한두 개는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아요. 풀을 확보하면 이장 댁 앞마당 수돗가로 돌아와 깨끗하게 씻어낸다. 그중 일부는 효소를 담그는데 사용한다. 커다란 통에 풀과 설탕을 5:5 비율로 섞어 담기만 하면 된다. 이날은 전날 마을 사람들이 풀쌈용으로 미리 확보해 놓은 풀이 있어 전량을 효소를 담그는 데 사용했다. 완성된 백초효소는 집에서 며칠 묵혔다가 유자차와 비슷한 방법으로 섭취하면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없애고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채취한 풀을 먹는 장소는 이장 댁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노근리 평화공원이다. 그곳엔 너른 잔디밭이 있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식사하기 좋다. 평소에는 취사가 금지된 구역이지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전 승인을 통해 1박 캠핑까지 진행한다.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인원이 더 늘었다. 알음알음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과 주민들의 지인들이 찾아온 것이다. 풀쌈축제가 본래 귀농 가구와 기존 농민의 화합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마을 사람들의 방문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참가자들이 텐트를 치는 동안 구름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풀쌈을 메인으로 하는 푸짐한 상을 내온다. 풀쌈에는 망초, 환상덩굴, 닭의장풀, 칡잎, 토끼풀, 명아주, 쇠똥나물, 쇠비름, 찔레순, 질경이 등 수많은 종류의 먹는 풀이 사용된다. 종류별로 가득히 담은 후에는 숙주와 고사리를 추가해 양을 늘리고 아카시아, 국화, 장미로 향을 더한다. 풀 이외에도 파프리카, 오이, 표고버섯 같은 부재료도 들어간다. 이렇게 준비된 풀들은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가래떡이나 오리고기 제육과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으면 된다. 쌉싸름한 맛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풀보다 부재료를 더 많이 넣는다. 속이 허전하면 남은 풀에 밥, 계란, 당근, 버섯 등을 추가해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다. 포도의 고장답게 목은 와인으로 축인다. 영동샤토와인은 맛이 달고 가벼워 풀과 함께 즐기기 좋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면 '숲속의 작은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의 시낭송 등 추억 만들기 행사가 열린다. 이장 댁인 살가운 집 마당에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고 바비큐와 한잔 술을 즐기며 여흥을 풀기도 한다. 텐트 없이 빈 몸으로 방문한 사람들은 이장 댁에서 하룻밤 잠을 청하면 그만이다. 일련의 과정은 흡사 농활과 MT를 섞어 놓은 듯한 광경이다. 그곳에선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다.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이도, 멍하니 TV를 보는 이도 없다. 좋은 사람들끼리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게 전부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이 평범하고도 특별한 경험이 구름마을을 다시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쯤 되면 이토록 기발한 축제를 만들어낸 구름마을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구름마을은 충북 영동군 매곡면 강진리 일대에 뿌리를 둔 소규모 공동체다. 여섯 명의 구성원이 하나의 목적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정신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이라고 해서 어느 한 지점에 무리지어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리 단위의 마을개념과는 조금 다른 셈이다. 이 공동체를 사업에 빗대면 여섯 명의 구성원은 출자자이며 이들을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은 조합원이다.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구성원 수는 한참을 헤아려야 할 만큼 늘어난다. 구름마을의 중심에는 송남수 이장이 있다. 그는 이름마저 생소한 풀쌈만찬을 이곳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귀농 후 오래 전 지인에게 배운 대로 뒷산에서 먹을 만한 풀을 뜯어 만찬을 열었고, 이때 모인 400여 명 중 뜻이 같은 일부가 모여 지금의 조합을 만들었다. 구성원 대부분은 새롭게 정착한 마을에서 마땅히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으로 경제활동까지 추진할 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이 끈끈해졌다. 심지어 구름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각종 체험활동은 외부인을 유입시키는 어트랙션으로 자리 잡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풀쌈만찬을 열고 겨울에는 호두 알맹이가 콕콕 박힌 고소한 호두찐빵을 만들어 파는데, 대대적인 홍보 없이도 단골을 늘려가며 좋은 성과를 냈다. 영동 특산품인 와인과 표고버섯, 복숭아에 대한 체험도 상시 운영중이다. 그중에서도 풀쌈축제는 지역 방송에도 소개된 구름마을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풀쌈축제 진행 방식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소개한 식순은 구름마을과 오래 전 인연을 맺고 이곳에서 자사 농촌캠핑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온 복지재단 측의 기호에 따라 일괄 정비된 것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사이좋게 모여 풀쌈을 먹는다'는 기본 뼈대만 남기고 장소와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이 바뀔 여지가 있다. 축제가 끝났다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구름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영동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마을규모로 열리는 풀쌈만찬에 참여하면 된다. 풀쌈만찬은 봄부터 가을까지, 특별하게 바쁜 일이 없는 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에 열린다. 미리 전화만 하면 거창한 프로그램까진 아니더라도 풀쌈 한 접시 정도는 맛볼 수 있다.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말자. 장담하는데, 시골인심 아직 안 죽었다. 구름마을 풀쌈축제 -날짜 : 매년 5월 말 (풀쌈만찬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주소 : 충북 영동군 매곡면 괘방령로 466-93 (이장댁) -참가비 : 전화문의 -문의 : 010-2856-1311, 010-3303-9428 (사전예약 필수) 제공 : 한국관광공사 ※ 위 정보는 2017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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