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고 생활하는 현대인이지만 때론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쯤 디지털 디톡스 하면서 자연 속에서 나만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면 소연평도를 추천한다. 인천항에서 1시간 40분이면 도착해 작지만, 매력이 풍부한 섬이다. 갈매기 천국이자 지질학적으로도 빼어나다. 느릿하게 걸어도 두세 시간이면 섬 일주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딱히 들지 않는다. 그저 섬 트레킹 그 자체로 충족감을 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소연평도 여행은 쉽다. 가뿐하고 부담 없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8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면 100분 만에 도착한다. 인천대교를 통과하니 어느새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배 안 매점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나니 금세 도착 방송이 나온다. “어, 이렇게 빠르다고?” 깜짝 놀라 짐을 챙겨 나선다. 소연평도는 2023년 기준 인구 113명, 특산품은 꽃게다. 면적이 1.01㎢밖에 안 되니 섬을 다 둘러보고 나서 오후 배로 다시 나올 수 있다. 오후 2시 40분 배를 타기 전까지는 약 5시간 정도 섬에 머물게 되는데, 느긋한 섬 시간이 적용된 덕분일까 더 여유롭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부두에 내리면 아담한 마을이 여행자를 반긴다. 지붕을 모두 주황색으로 통일해서 그런지 유난히 정겨운 섬마을 풍경이 눈길을 끈다. 여객 매표소가 있는 소연평 바다역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깨끗한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마을을 통과하는 언덕길을 올라서 몇 걸음만 더 가면 시원한 풍광이 나타난다. 소연평도의 첫 번째 포인트 갈매기섬이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갈매기 소리…. 풍성한 자연의 사운드가 어떤 음악보다 감미롭다. 갈매기는 떼를 지어 해변이나 바다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머리 위로 군무를 추듯 날아다니며 활발하게 움직인다. 썰물 때면 연결되고 밀물엔 섬이 되는 완벽한 갈매기 천국이다. 갈매기섬에서 돌아 나와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얼굴바위 안내판이 보인다. 소연평도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큰 볼거리다. 깎아지른 바닷가 절벽에 위치해 있어 가파른 계단을 꽤 내려가야 한다. 아담한 등대를 먼저 구경하고 얼굴바위로 향한다. 최근에 조성한 무궁화동산과 산책로를 지나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넘실대는 파도와 시원한 바람이 여름의 더위를 날려준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서니 탁 트인 바다와 짙푸른 수평선에 눈이 개운해지고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자유’라는 단어를 눈앞에 그리면 이런 풍광이 아닐까? 얼굴바위는 잘생긴 남성의 옆 모습처럼 생겼다. 선이 거칠어 미녀보다는 미남이 어울린다. 반듯한 이마 아래 날렵한 콧대와 입술, 턱까지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이 예사롭지 않다. 자세히 보면 얼굴바위 주변으로 다양한 형상을 찾아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바위투성이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국이나 갯쑥부쟁이를 쓰다듬으니 허브처럼 청량한 향이 풍긴다. 거친 환경을 이겨낸 생명의 향기다. 얼굴바위와 시원한 바람을 실컷 즐기고 다시 선착장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는 길에 정자, 벤치 등이 몇 군데 있어 점심이나 간식을 먹기 좋다. 소연평도는 매점이나 식당이 따로 없고 민박집만 두 군데 있다. 도시락이나 물, 간식은 모두 챙겨가야 한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김밥이나 간식을 구입할 수 있다. 갈매기섬 입구 조금 옆에 동네끼미해변으로 내려가는 입구(정자 옆길)가 있다. 해변에 내려서니 모래보다는 몽돌과 바위지대가 넓다. 탁 트인 바다와 독특한 지형이 어우러진 근사한 해변이다. 제각각인 몽돌의 모양과 색깔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맨질맨질한 돌을 손에서 굴려본다. 이 작은 돌 안에 수억 년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니 감동이다. 챙겨온 막대자석과 말굽자석을 자갈 사이에 대고 움직이자 까만 모래가 자석에 달라붙는다. 해변에 흩어져 있는 검은 모래는 철 성분을 포함한 철가루다. 이는 소연평도가 과거 철과 티타늄을 채굴하던 섬이었음을 보여준다. 정상 부근에는 당시의 흔적을 간직한 폐광도 남아 있다. 학창시절 과학 시간처럼 자석과 철가루 실험을 해보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자석을 꼭 챙겨갈 것. 소연평도 트레킹을 하다보면 저절로 ‘자연의 시간’을 되새겨보게 된다.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얼굴바위가 깎이고, 파도가 바위를 둥글게 다듬었을까.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기까지, 자연의 시간은 가늠조차 어렵다. 지질에 관심이 있다면 소연평도는 그 자체로 큰 선물이다. 해안 낭떠러지 지형인 해식애(얼굴바위), 육지와 연결된 섬을 뜻하는 육계도(갈매기섬), 해식애 밑에 형성되는 평평한 침식면인 파식대(얼굴바위 아래 바위지대), 바닷가 모래나 자갈이 쌓인 퇴적 지대를 뜻하는 해빈(동네끼미해변) 등 해안 지형의 다양한 특징을 한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섬과 바위, 바닷물과 바람이 서로 힘겨루기하며 쌓아 올린 시간이 섬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끄고 섬의 시간에 맞춰 느리게 트레킹을 즐기는 동안 소연평도의 자연이 내 안에 가득 쌓였다. 기암괴석과 자연생태에 감동받아 돌아가는 길, 배에서 즐기는 쪽잠이 달콤하다. 갯방풍과 엉겅퀴가 만발한 소연평도의 여름은 갈매기들의 힘찬 날갯짓과 잘생긴 얼굴바위로 기억될 것이다. 해국이 피어나고 꽃게가 풍성한 가을에 다시 찾기에도 좋은 섬이다. 소연평도 :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편 왕복 여객선 운행 인천→소연평 구간 08:00→09:40, 13:00→14:40, 1시간 40분 소요 소연평도→인천 구간 09:40→12:30, 14:40→17:30, 2시간 50분 소요 당일 여행 시 8시 배 이용해서 소연평도 이동, 오후 2시 40분 배 이용해서 인천 이동 출발 30분 전 터미널 도착 문의 : 1577-2891(고려고속훼리) 여객선 예매 : https://island.theksa.co.kr/ - 신분증 지참 필수 (여객선 승선 시 확인) - 소연평도 내에 매점, 식당이 없으므로 생수, 간식, 도시락 준비할 것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내 분식집,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 여객선 내 음료수, 과자, 컵라면 판매) 글/사진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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