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처럼 커다란 풍선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 봤다. 어른이 되어서도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은 그대로다. 비행기가 아닌 열기구를 타고 바람에 실려 하늘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 꿈을 실현시켜줄 곳이 경기도 이천의 서경리 마을이다. 이곳에서 하늘로 떠올라 가을 빛 내려앉은 이천평야를 둥둥 날아다닌다. 커다란 풍선 모양의 주머니에 바구니를 달아 하늘을 나는 기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구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불로 공기를 데워 상승력을 얻어 하늘로 뜨는 열기구, 풍선을 수소나 헬륨을 채우는 가스기구, 열기구와 가스기구의 혼합 형태인 로지에르 방식이 있다. 종종 행사장이나 관광지에서 기구를 줄로 묶어 하늘로 20~30m만 떴다가 내려오는 것은 가스기구이다. 이천 서경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구는 불로 공기를 데워 하늘로 떠오르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유비행을 할 수 있는 열기구다. 단순한 체험이 아닌, 열기구를 타고 이천평야 위를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비행'인 것이다. 한국기구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공인된 자격증을 가진 조종사가 바람의 흐름을 읽고 조종하니 안심하자. 열기구는 바람의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바람이 가장 안정적인 해가 뜨고 난 후 2~3시간 사이에 비행을 한다. 이른 아침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기구협회에서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비행 전날 오후 서경들 마을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동틀 무렵인 7시 전후에 기상상태를 보고 이륙 준비를 한다. 어스름한 새벽 이륙장인 서경저수지 옆 공원으로 향한다. 하늘로 날게 해줄 커다란 풍선인 구피(envelope)를 바닥에 길게 깔고 대형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 찬 공기를 채워 넣는다.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언제 동그랗게 부풀까싶지만 15분이면 풍선 모양으로 빵빵해진다. 구피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버너로 불을 쏴서 공기를 가열시킨다. 순식간에 풍선모양으로 둥실 떠오른다. 열기구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공기주머니 안의 공기를 가열시키면 주머니 속 공기 밀도가 낮아져 하늘로 떠오르고 가열을 멈추면 밀도가 높아져 아래로 내려온다. 그냥 올려다볼 땐 푸른 하늘일 뿐인데 고도에 따라 바다의 물결처럼 바람의 흐름이 다르다. 조종자는 고도의 따른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불을 쏘았다 멈췄다 하며 고도를 바꿔 열기구를 조정한다. 간단하게 먹을 간식거리와 물을 들고 바구니 같은 곤돌라에 올라탄다. 바람에 구피가 살랑살랑 흔들리니 곤돌라도 들썩거린다. 조종사가 길게 불을 쏘아 올리자 금세 기구가 떠오른다. 떠오르고 나서는 땅 위에 있을 때보다 더 안정적이다. 순식간에 서경저수지가 발아래 놓이고 지상 요원들이 기구를 잡고 있던 밧줄을 풀면 비행이 시작된다. 패러글라이딩과 번지점프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하늘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쯤이야 하는 이들도 열기구를 타면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주렁주렁 몸에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가뿐하게 하늘을 나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둥실둥실 떠서 바구니 안에서 걸어 다니기까지 할 수 있어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다. 이른 아침 하늘 위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머리 위에선 불기둥이 훅훅 솟고 바구니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춥지 않다. 발아래 마을은 하루를 시작하느라 분주하고 열기구는 다른 세상 위를 날 듯 천천히 유영한다. 이천은 빙 둘러 산으로 가려져 있어 바람이 안정적이고 경기도 지역에서 유일하게 평야가 있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평야와 시골 마을, 야트막한 야산 덕분에 하늘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많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구획이 나뉘어 노랗게 물든 논밭은 파이 조각 같고 집은 장난감 블록 같다. 하얗게 눈 덮인 너른 평야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른 아침 비행을 하니 저 멀리 지평선 쪽에 낮게 내려앉은 안개가 서서히 물러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맑은 날엔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도 있다. 가을철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유영하다가 김장철을 맞아 주민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있으면 사뿐 내려앉아 김장김치 한 점을 얻어먹는 일은 열기구 여행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열기구 자유비행은 1시간 동안 이천 곳곳을 날아다닌다. 매일 바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km 정도를 비행해 남한강이나 안성천 유역에 착륙하거나 추수가 끝난 논 같은 곳에 착륙한다. 대부분 논에 착륙하는 경우가 많아 자유비행은 추수가 끝난 후인 10월부터 3월까지만 가능하다. 가장 멀리 비행했을 땐 충주까지도 갔다고 하니 바람에 실려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미지의 모험 같은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열기구가 자유롭게 비행하는 동안 아래에서 지상 요원이 차로 따라오니 집에 돌아갈 걱정은 접어두자. 이곳에선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자유비행 뿐아니라 땅과 열기구를 연결해 묶어놓고 지상 10~20m까지만 올라가보는 계류비행 체험도 가능하다. 계류비행은 주로 서경들 마을에 체험학습을 온 학생 단체 손님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신나는 순간이다. 알록달록한 단풍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열기구와 함께 가을 하늘로 떠오른다. 열기구의 이륙장인 서경리는 손두부 만들기, 장 담그기,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이 가능한 체험마을이다. 열기구체험과 더불어 진한 추억을 만들기 좋은 기회다. 알록달록함이 절정의 치달은 가을의 한중간에, 점점 짧아지는 계절을 온몸으로 만끽하러 떠나자. 서경들마을 -주소 : 경기도 이천시 진상미로 1163번길 75 -문의 : 031-634-1089 www.seogyeong.kr 한국기구협회 -문의 : 02-711-8439 www.koreaballoon.org 주변 음식점 -고미정 : 이천쌀밥정식 /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원적로89번길 140 / 031-634-4813 -버드나무집 : 생등심, 본갈비 /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2178 / 031-631-5757 -서경들손두부: 두부요리 /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진상미로 1178번길 17 / 031-633-1701 숙소 -서경들주막 : 경기 이천 모가면 진상미로 1163번지 / 031-631-1870 -테르메덴 : 경기 이천시 모가면 사실로988 / 031-645-2000 http://www.termeden.com/ -이천 부띠끄 XYM :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2529번길 1 / 031-637-3100 글, 사진 : 조혜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