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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이보다 치열할까. 연일 갱신하는 폭염 속에 몸이 익을 대로 익은 여름이었다. 오죽했으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은 은행이나 대형마트, 쇼핑몰이 피서지로 인기를 끌 정도였을까. 올여름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숙제는 ‘폭염을 피해 어디로 떠날까’였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특히나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라면 더 고민이 깊었을 터. 부모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든 휴가가 아닌 고단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의 고심 끝에 찾은 곳이 바로 거제도. 시원한 바다와 조용한 숲에서 빈둥거리며 일주일을 보냈다. 언제 더웠냐는 듯 금세 찾아올 겨울날, 사람 잡을 기세로 달려들었던 한여름의 아우성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깐깐하게 따지고 고른 ‘소낭구’ 이번 여행은 가족과의 교감이 콘셉트다. 네 식구가 일주일간 편안히 머물 장소인 ‘숙소’는 그래서 중요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탁 트인 자연경관과 아침 이슬에 촉촉이 젖은 잔디와 풀밭이 있는 그런 곳. 이곳저곳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은 숙소에 대한 고민을 사라지게 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원과 그 속에 자리한 크고 작은 아름다운 한옥들. 거제도 일운면에 자리한 소낭구 한옥 펜션이었다. 한옥에서의 하루는 여느 다른 곳보다 하루가 이르다. 시원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아침 햇살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본다. 창문을 열면 낯선 풀 냄새, 비릿한 흙내음이 기분 좋게 아침 식욕을 돋운다. 시간 맞춰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이제 뭐 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글쎄, 뭐할까? 그냥 놀아”라고 게으른 대답을 한다. 밖으로 나가자는 성화에 못 이겨 정원을 산책한다. 펜션 이름인 ‘소낭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소나무라는 뜻. 그래서인지 정원 곳곳에는 유난히 잘생긴 소나무가 많다. 무려 2000여 평의 정원을 이곳 주인이 분재 다듬듯 정성스레 가꾼 정원이란다. 나직하게 손질한 소나무가 많아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게끔 만든 점도 특이하다. 벽을 쌓듯 큰 돌을 쌓아 만든 폭포에서는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가 합주하고, 황토를 다지고 돌을 둘러 옛 기법대로 만든 연못에서는 연꽃 사이로 비단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쳐 다닌 다. 오솔길은 걷기 편하게 침목을 깔았다. 곳곳에 놓아 둔 물확에서는 개구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펄쩍 뛰어오른다. 돌 틈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기자기한 정원의 아름다움에 취한 부모와 달리 아이들은 통나무로 만든 시소와 나무 그네에서 놀기 바쁘다. 비 오는 날의 정원은 더 운치 있다. 차분하게 깊어진 정원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면 주변이 빗소리로 채워져 정원의 고즈넉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정원을 홀로 거니는 것,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다. 단풍나무, 소나무, 산벚나무 등등 모든 나무와 야생화가 비를 반긴다. 나뭇잎 잎사귀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다. 마치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다. 흙내가 코끝을 자극한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거제에서 만난 일주일간의 풍경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을 ‘게으른 여행’이라 불렀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돌고래가 보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숙소 인근의 아쿠아리움인 ‘거제 씨월드’를 찾았다. 돌고래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고, 돌고래들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는 곳이다. 귀여운 얼굴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흰돌고래 ‘벨루가’도 실제로 만날 수 있다. 3층 규모로 1층에는 파충류 전시관이 있고, 또 커다란 수족관 유리를 통해 돌고래와 벨루가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2층 야외 전시관에서는 돌고래 쇼를 볼 수 있다. 방문 전에 미리 공연 시간을 확인해둔다면 더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일주일간 해변은 두 번 갔다. 숙소 인근에는 유명한 해변이 많았다. 와현 모래숲 해변부터, 구조라 해변,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여차 몽돌 해변이 대표적인 곳들. 특히 와현 모래숲 해변은 숙소와 가까운 데다 물이 맑고 바다가 잔잔해 아이와 함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고운 모래가 많아 모래 놀이에도 제격. 모래 놀이와 물놀이를 손꼽아 기다려온 딸을 위한 장소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염 탓에 해수욕장은 일주일 내내 그리 붐비지 않았다. 거제의 해안도로도 실컷 달렸다. 장승포에서 여차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힐 정도다. 이 길을 따라 늦은 오후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과 여차 몽돌 해변을 찾아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해가 바다 너머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여차에서 홍포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붉게 떨어지는 노을과 다도해 전경의 어우러짐이 지친 여행자의 마음에 작은 위로를 건넸다. 유람선을 타고 한 작은 섬 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였다. 숙소에서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바람의 언덕 방향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약 2.5km를 더 들어가면 바로 해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해금강마을이다. 정확한 지명은 남부면 갈곶리 갈매마을. 이 마을 앞에 떠 있는 돌섬이 바로 해금강이다. 선착장은 갈매마을 바닷가에 있다. 여기서 출발한 배는 곧장 거제의 돗단섬을 스쳐 사자바위를 향해 나아간다. 해금강은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전 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섬의 여러 바위들에는 각각의 이름과 전설이 있어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유람선 선장의 유려한 말솜씨를 듣는 재미도 있다. 일상 같은 여행, 머무는 즐거움에 빠지다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먹거리다. 특히 거제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해물뚝배기는 물론 밥도둑 간장게장, 굴구이 등 다양한 해산물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곳이 바로 거제다. 만약 일주일 정도의 장기 여행이라면 출발 전에 간단한 먹거리는 챙겨가는 것이 좋다. 게으른 여행자를 반기는 식당을 좀처럼 찾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7일 정도의 제법 긴 여행이라면 이미 알려진 맛집보다 거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재래시장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 거제에는 고현종합시장이 있다. 시장 입구부터 방문자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이다. 전어 등 싱싱한 횟거리는 물론 해초류와 채소류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칠 때면, 시장 안 작은 카페를 찾아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길 권한다. 여행이 즐거워질 무렵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모기 때문이었다. 시원한 산바람이 좋아 모기장만 믿고 창문을 열고 잔 탓이었다. 딸아이의 팔다리는 물론 얼굴까지 십여 군데를 모기에 물렸다. 평소 벌레 알레르기가 있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부어오르는 상처를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를 데리고 시내병원을 전전했다. 이곳 병원과 약국도 휴가철이라 문 연 곳을 한 번에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병원을 다녀온 후 한결 편안해진 아이를 보며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장기간의 여행이라면 출발 전에 여행지의 특성을 살피고, 비상약을 살뜰히 챙겨야 한다는 사실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교훈이다. 혹시라도 발생할 응급 상황을 대비해 병원과 약국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정리해둔다면 보다 안전한 여행이 될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처음엔 그저 불편하고 어색했던 것들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익숙함을 넘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아이들도 에어컨 바람을 찾기보다는 바람 시원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주일의 게으른 여행이 살포시 남기고 간 추억거리다. 올겨울 혹한에 군밤 까먹듯 기억할 여름날의 추억 한 페이지를 이렇게 또 만들어간다. 출처 : 청사초롱 글 : 강경록(이데일리 기자) 사진 : 강경록,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거제시청 제공 ※ 위 정보는 2019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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