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철원은 핫한 여행지가 되었다. 한탄강 은하수교와 한탄강 주상절리길, 한탄강 물윗길, 고석정꽃밭, 소이산모노레일, 철원역사문화공원 등 독특한 지형과 청정자연을 배경으로 유니크한 시설을 갖춰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철원은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품은 안보관광지로 각인돼 있다. 백마고지전적지, 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6.25와 평화관광은 여전히 철원을 여행하는 주요 키워드이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여행지에서 어제의 아픔을 딛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내일을 그려본다. 철원, 평강, 김화는 철원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지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대로 불렸다. 그 중에서도 철원 백마고지는 철원평야에서 서울로 통하는 주요 보급로 상에 위치해 국군이 엄중히 경계하던 곳이다. 여기서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 가운데 하로 기록된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졌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 사이, 해발 395m의 작은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열흘 동안 모두 열두 차례 격전이 벌어졌으며, 2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처절한 전투 후 파헤쳐진 산이 마치 흰 말이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군의 승리로 끝난 덕분에 철원평야의 곡창지대를 확보하였다. 전쟁 이전 북한 땅이었던 철원 지역이 남한에 속하게 되었다. 전투에서 희생된 영혼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장병들이 힘을 모아 위령비를 세웠고, 이후 백마고지전투기념관, 전승각, 전적비 등을 만들었다. 전승각 앞에서 너른 들판 너머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백마고지다. DMZ 평화의길 철원코스 출발점을 알리는 조형물이 희망찬 내일을 상징하듯 푸른빛을 뽐낸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등으로 약 4년간 운영을 중지했던 철원 DMZ 평화(안보)관광이 지난 2023년 6월 재개되었다. 투어를 신청하면 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약 3시간 동안 둘러볼 수 있다. 참가하려면 먼저 동송읍 양지리에 있는 DMZ두루미평화타운으로 가야한다. 개별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민통선 내부에 있기 때문에 투어에 참가해야 방문할 수 있다. DMZ두루미평화타운은 양지초등학교를 리모델링 한 곳으로 생태교육실, 도서관 등이 마련돼 있다. 바로 옆에는 세계적인 두루미 서식지를 연구 보전하기 위한 국제두루미센터도 있다. 두루미들이 날아오는 겨울철에는 철새탐조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DMZ두루미평화타운 내에 DMZ 평화(안보)관광 접수처가 있으며 출발 15분 전까지 접수해야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각자 가져온 개인 차량을 이용하게 되며, 문화해설사가 탑승한 선두차량을 따라 줄지어 이동한다. 지정된 장소 이외의 지역에서 주정차 및 하차는 금지되므로 잊지말 것. 첫 번째 장소는 제2땅굴이다. 1975년에 발견된 제2땅굴은 지하 50~160m 지점에 총길이 3.5km로,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약 1.1km나 내려온 것이 특징이다. 개방된 것은 약 500m 구간으로 휴식을 위해 넓게 조성해 놓은 제1광장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구에서 안전모를 쓴 다음 계단을 내려가면 점차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명이 있어 생각보다 어둡지 않고, 습하지만 기온이 낮아 불쾌하지 않은 정도다. 오히려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하게 느껴진다. 땅굴 내부에 고사리류나 이끼류 같은 식물도 살고 있다. 사진 촬영에 제약이 없고 제1광장에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다시 입구로 돌아온 뒤 바로 옆에 자리한 제2땅굴 전시관으로 향한다. 땅굴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땅굴 관련 물품이 전시되어 있고, 가운데는 탐사 중 순직한 장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땅굴에서 발견된 북한군의 녹슨 무기와 생활 용품이 인상적이다. 철원평화전망대는 동송저수지 옆 언덕 위에 마련된 곳으로 비무장지대와 북한까지 조망할 수 있다. 2층 전망대에서 일대를 소개하는 영상을 관람하고 축소 모형을 통해 주변의 산과 들, 남북한 초소, DMZ, 군사분계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무장지대는 빽빽한 수풀로 초록빛이 가득하다. 인간의 손길이 끊어진 DMZ는 남과북, 이념을 떠나 태초의 자연에 가까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 안 어딘가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도성터가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전망대 밖으로 나가면 태봉국 도성 모형이 전시되어 있으니 수풀 속에 잠긴 옛 왕국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평화전망대는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손쉽게 오를 수 있다. 탑승 시간은 5~10분 정도로 짧지만 거대한 동송저수지와 드넓은 철원평야를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모노레일 앞면과 좌우 양면이 통유리로 마감돼 시야가 시원하다. 서울~원산을 잇는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은 남방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기차역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여년이 넘었으니 월정리역이 그 역할을 수행한 기간 보다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그저 멈추어만 있었던 셈이다. 경원선 철길은 현재 서울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연결되어 있다. 역사 안팎의 건물과 시설은 전쟁 당시 모두 소실되어 현 위치에 이전 복원하였다. 승강장에 나가면 한국 전쟁 당시 탈선한 열차의 잔해와 디젤 기관차를 옮겨 놓았다. 철은 녹슬어 구부러지고 텅 빈 내부에는 풀이 자란다. 무상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열차의 잔해와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가 묘한 대비를 이루어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월정리는 달 우물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병든 아버지를 살리려다가 달이 질 때까지 우물의 물을 퍼 담다가 숨진 딸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역사 앞 소나무 아래 달 우물 전설을 기념한 동상이 서 있다. 월정리역 우측에 자리한 두루미관은 철원의 겨울 철새들을 전시한 공간인데 현재는 문을 닫고 있어 내부 관람은 할 수 없다. 월정리역을 마지막으로 DMZ평화(안보)관광을 마치게 된다. 노동당사 방면으로 빠져나가기 전 도로 옆으로 철원의 옛 건물들이 보인다. 일렬로 이동 중이므로 정차는 할 수 없고 차안에서 스치듯 볼 수 있다. 제2금융조합, 얼음창고, 농산물검사소 등 시멘트로 지은 건물들이 전쟁 중 포격을 맞거나 세월에 허물어진 모습이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바로 노동당사와 철원역사문화공원이 나온다. 노동당사는 건물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존처리 공사를 진행 중인데 2023년 말까지 계속된다. 노동당사 맞은편은 철원역사문화공원이다. 철원역을 비롯해 철원극장, 우체국, 일출여관, 학교 등을 철원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철원평야를 굽어보기 좋은 소이산 전망대까지 이어진 모노레일을 철원역에서 탈 수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철원 여행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철원역사문화공원에서 500m 거리에 구 철원 제일교회가 있다. 1937년 선교사 웰번이 설립한 감리교회로 일제치하에서는 독립운동의 근거지로도 사용되었다. 한국전쟁 때 교회 사람들을 몰아내고 인민군 병영으로 쓰다가 폭격을 맞아 건물의 대부분이 부서지고 지금 같이 일부만 남았다. 2002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역사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DMZ 평화(안보)관광 접수처 : DMZ두루미평화타운 주소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2길 15-19 전화 : 033-450-5559, 452-9989 출발 시간 : 9시30분, 10시30분, 1시30분, 2시30분(1일 4회, 11월~2월에는 마지막 출발 시간 2시 정각), 출발 30분 전 접수 시작, 출발 15분 전 접수 마감 관광 코스 : DMZ두루미평화타운 접수 및 출발→제2땅굴→평화전망대→월정리역→노동당사 입구에서 해산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 접수 방법 : 개인 방문객은 당일 방문 접수(유선 및 인터넷 예약 불가), 단체는 사전 예약 필수(당일 접수 불가), 접수 승인 후 안내원의 인솔하에 대열 운행(개별 출입 및 이동 불가) 이용 요금 : DMZ평화관광 어른 4,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 모노레일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 휴무 : 매주 화요일 백마고지전적지 주소 : 철원군 철원읍 대마1길 72 노동당사 주소 : 철원군 철원읍 금강산로 265 구 철원 제일교회 주소 :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102 고석정 주소 : 철원군 철원읍 태봉로 1825 문의 : 033-450-5558, 5559(철원 DMZ평화관광 안내센터) 글/사진 : 김숙현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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