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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속 콩쥐는 잔치에 가고 싶어 넓은 밭을 매고, 많은 빨래를 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었더란다. 풍성한 음식과 흥겨운 가무가 곁들여지는 잔치는 어린 콩쥐의 마음도, 나이든 팥쥐 엄마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제대로 된 잔치를 구경하기 힘든 요즈음 같은 때, 전주한옥마을에서 남녀노소 모두를 즐겁게 해줄 잔치 한판이 열리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가면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음식점, 한옥을 이용한 박물관과 체험관, 한옥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등이 즐비하다. 그만큼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 하지만 전통문화예술을 제대로 체험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는 얘기도 많았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한옥 자원 활용 야간 상설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가 시작됐다. 작년에 선보인 마당창극 <해 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 메고>에 이은 한옥마을 잔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작년 공연이 <춘향가> 중 ‘변사또 생일잔치’ 부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올해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는 판소리 <심청가> 중 ‘황성 맹인잔치’ 부분을 70분짜리 마당창극으로 재구성했다. 당대 최고의 명창 안숙선,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 출신의 왕기석, MBC 마당놀이에 다수 주인공으로 출연한 명창 김성예,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이순단, 최근에 남편인 춤꾼 팝핀현준과 함께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아리랑>으로 감동을 선사한 명창 박애리 등 판소리계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월 18일 첫 공연을 시작한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는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매진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명창들이 대거 출연해 공연의 질을 보장한다는 매력 외에 답답한 실내 공간이 아닌 전주소리문화관 야외 놀이마당에서 한옥을 무대로 공연이 펼쳐진다는 점이 새롭다. 정숙하게 숨죽여 들어야 하는 클래식 공연과 달리 박장대소하고 ‘얼씨구, 좋다!’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를 넣으며 마음껏 흥에 취해도 된다.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우리 국악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특징이 한옥 마당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만나니 제대로 맛이 살아난다. ‘이거 하지 마시고, 저거 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는 여느 공연장 풍경과 사뭇 다르다. “사진 찍어도 좋고, 따라 부르셔도 좋고, 중간 중간 크게 박수 치셔도 좋고,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하셔도 좋습니다. 단, 안전상의 이유로 중간에 자리를 옮기시는 것만 빼고요.” 공연 시작 전 안내자의 말에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준비를 마친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한옥에 입장해서 풍성한 잔치음식을 즐긴다. 이때부터 이미 마음은 지독히도 편해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전주의 어머니들이 나와서 떡이며, 부침개며, 고기며, 과일이며, 막걸리를 잔뜩 내어준다. 뜨거운 햇살이 한 자락 넘어간 뒤 운치 넘치는 한옥 마당에 앉아 잔치음식을 푸짐하게 먹고 나면 마음이 무장 해제되고 만다.흥에 젖어 어깨가 절로 들썩거릴 무렵, 신명나는 풍물패의 등장과 함께 공연이 시작된다. 마당창극의 장점을 십분 발휘, 공연은 무대에 국한되지 않고 객석 뒤쪽 연못 위 정자나 객석 사이사이를 오가며 진행된다. 공연장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도 많다. 70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을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자 효과 등을 통해 스토리를 빨리 전개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스크린 대신 한지로 만들어진 한옥의 대청문을 배경으로 펼쳐져 더욱 흥미롭다. 명창들의 완성도 높은 판소리는 감동을 주고 구수하고도 걸쭉한 입담은 웃음을 준다. 고전 <심청전>에서는 조연급인 뺑덕어미의 역할이 눈에 띈다. 곳곳에 추파를 던지고 심지어 황봉사와 눈이 맞아 ‘알나리깔나리’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뺑덕어미와 황봉사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모두들 함께 몸을 들썩인다. 황봉사의 천연덕스러우면서 의뭉스런 연기가 감칠맛이 난다. 공연이 끝난 뒤 팸플릿을 보고 확인하기 전까지 황봉사가 남장 여자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만큼 이순단 명창의 황봉사 연기는 완벽했다. 심봉사, 심청, 황봉사, 뺑덕어미 역은 3~4인 정도가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각 명창마다 어떤 모습으로 소화해낼지 궁금해진다. 감동과 웃음이 교차하고, 허를 찌르는 비보이 무대까지 더해지니 어찌 지루할 틈이 있겠는가? 창극에 판소리라 어린아이들이 좀 지루해하지 않을까 했던 군걱정 따위는 공연 시작과 함께 싹 날아가고 만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그저 신명이 난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즐거워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체험거리가 더해졌기 때문.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박물관과 문화관에서 일곱 가지 전통문화 체험이 진행된다. 한옥 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삼도헌에서 한지수첩 만들기, 전주 부채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부채문화관에서 나만의 부채 만들기, 완판본(전주에서 발간된 옛 책과 그 판본을 일컬음)과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완판본문화관에서 목판 체험, 방화선 선자장과 함께하는 부채 ‘듸림선’ 만들기, 전통술박물관에서 막걸리 내리기 체험, 전주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전통문화관에서 풍물 체험, 다도 및 생활 예절 등을 배우는 설예원에서 다도 체험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매주 서너 가지 체험이 진행되므로 한 가지를 선택해서 알차게 이용하면 된다. 공연 티켓 한 장을 끊으면 재미있는 전통문화 체험, 푸짐한 잔치음식, 수준 높은 마당창극까지 모두 즐길 수 있으니 꽤나 괜찮은 구성이다.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 공연은 오는 10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진행된다. 공연 관람, 전통문화 체험, 잔치음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티켓 가격이 2만 5,000원.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30~50%가 할인된다. 한옥마을에서 사용한 영수증만 있어도 30%가 할인되니 대부분 제값을 다 내지 않는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사전 예약은 필수다. 공연 당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 사이에 공연 티켓과 체험 쿠폰을 수령하면 된다. 인기 체험은 먼저 마감될 수 있으므로 일찍 가서 체험 쿠폰을 받는 게 좋다. 오후 5시에 선택한 체험 장소로 가서 전통문화 체험을 즐긴 후 오후 7시 전에 전주소리문화관으로 가서 줄을 서면 된다. 지정좌석제가 아니므로 조금 서둘러 가면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을 좀더 의미 있게 추억하고 싶다면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 공연을 놓치지 말자. 심봉사만 눈을 뜨는 주인공 위주의 결말 대신 천하의 모든 맹인들이 눈을 뜨는 진정한 해피엔딩의 감동을 가슴에 담아본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잔치가 벌어질지, 벌써부터 내년의 전주한옥마을 마당창극 여행을 기대해본다.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 공연장 : 전주시 완산구 술도가길 56(전주한옥마을 내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 공연일시 : 2013년 5월 18일~10월 5일,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문의 : 전주문화재단 063-283-0223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JC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익산JC → 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JC → 전진로 → 견훤로 → 팽나무6길 → 충경로 → 기린대로 → 어진길 → 전주소리문화관 * 대중교통 [버스] -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114)에서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05:30~24:00), 2시간 45분 소요 -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1일 31회(06:00-22:1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기차] - 용산역(1544-7788)에서 1일 18회(05:20-22:45) 운행, 2시간~3시간 30분 소요 2.주변 음식점 왱이콩나물국밥 : 콩나물국밥 / 완산구 동문길 88 / 063-287-6980 한국집 : 전주비빔밥 / 완산구 어진길 119 / 063-284-0086, 063-284-2224 조점례남문피순대 : 순대국밥 / 완산구 전동3가 2-198 / 063-232-5006 풍년제과 : 제과제빵 / 완산구 팔달로 180 / 063-285-6666 외할머니솜씨 : 전통찻집 / 완산구 은행로 87 / 063-232-5804 3.숙소 전주한옥생활체험관 : 완산구 어진길 29 / 063-287-6300 / www.jjhanok.com 동락원 : 완산구 은행로 33-6 / 063-287-2040 / www.jkhanok.co.kr 삼도헌 : 완산구 최명희길 12-8 / 063-282-3337 청명헌 : 완산구 은행로 39 / 063-287-1677 -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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