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연탄, 못난이인형, 청재킷 등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가면 어느새 학창 시절 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가슴앓이했던 첫사랑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경주 추억의 달동네는 1970~80년대 어느 골목으로 우리를 훌쩍 데려다놓는다. 찬바람이 불어도 마음에 연탄 한 장 들여놓은 것처럼 훈훈한 그 시절로 아날로그 여행을 떠나본다. 경주가 달라지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넘쳐나는 문화재를 더듬는 무거운 여행은 잠시 잊어도 좋다. 보문단지에서 불국사로 향하다 보면 추억의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토함산 자락을 따라 그 옛날 어려운 시절의 동네 풍경을 꾸며놓았다. 점빵, 전파사, 국밥집, 복덕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1970~80년대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추운 날씨에도 매표소 앞에는 줄이 길다. 입구로 들어서면 달고나와 추억의 과자를 파는 가게가 가장 먼저 반긴다. 연탄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손에 국자가 하나씩 들려 있다. 엄마를 따라 국자에 설탕을 녹이는 아이들은 재미에 푹 빠졌고, 딸과 함께 온 할아버지는 처음 해본다며 어색해 하면서도 연신 웃는 얼굴이다. 옛날 과자를 파는 가게 안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난로 위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사람도 있고,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발견하고 즐겁게 지갑을 여는 사람도 있다. 1970년대 집집마다 TV 위에 흔히 놓여 있던 못난이인형이 진열대 가운데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작은 바구니에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과자들을 잔뜩 골라 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추억의 뺑뺑이가 돌아가자 화살이 힘껏 날아가고 아이 손에는 라면땅 2개가 돌아온다. 바닥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달동네 풍경이 펼쳐진다. ‘19공탄 11원’이라고 적힌 연탄가게 옆에 점빵이 있고, 점빵 앞에서는 뻥튀기 아저씨가 기계를 돌린다. 금방이라도 뻥하고 터질 것 같아 귀를 막으며 지나간다. 원기소를 파는 약국을 지나면 동네 아이들이 말타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에 엎드린 인형의 등에 올라타 사진을 찍는다. 여학생 대여섯 명이 함께 와서는 올라탈 자리가 모자라자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진 사람이 엎드리고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때 함께 말타기를 하던 앞집 영란이와 옆집 금화 얼굴이 떠오른다. 구두닦이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발을 올려놓기도 하고, 어느 가게 앞 평상에 차려진 술상에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기도 하며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가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볼일을 보는 재래식 화장실, 얼큰하게 취한 아저씨가 혼자 앉아 있는 국밥집을 지나면 소망국민학교가 나타난다. 1996년에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뀌었으니 어느덧 20여 년 전 일이다.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이름이고,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이름이다. 국민학교 안에 들어가면 교복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 1970년대 고등학교 교복과 교련복이 주루룩 걸려 있다. 그 당시 학교를 다닌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별 새로울 게 없어서일까. 교복을 입고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20대다. 1학년 3반 교실로 들어가면 뒤에 벌서는 아이가 있고, 장난치다 혼나는 아이도 있다. 작은 나무의자와 초록빛 책상 그리고 난로 위에 올려진 양철도시락이 눈길을 끈다. 학교를 나서면 주산부기학원, 피아노학원이 보인다. 고고장, 전당포, 비디오방 등 요즘 보기 드문 가게들이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다. 분식점 앞에 놓인 곤로, 주윤발이 나오는 밀키스 광고지, ‘쥐를 잡자’ 포스터, ‘외상사절’이라는 경고문 하나하나가 그때 그 시절 풍경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가게 안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이 많다. 빵집에선 수줍은 남학생과 새침데기 여학생이 미팅을 하고, 파출소에선 경찰이 취객과 실랑이를 벌인다. 장발의 DJ가 음악을 들려주는 옛날식 커피숍도 있고, 손바닥만 한 자취방에선 남학생이 기타를 친다. 엿장수 리어카에 모여든 동네 꼬마들 손에는 고물이 하나씩 쥐어져 있는데, 그중 솥을 끌고 나온 아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엿장수 아저씨 가위 치는 소리가 가까워지면 신고 있던 고무신을 쳐다보며 괜히 멀쩡한 신발을 원망했던 시절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난다. 한참을 걷다 보니 군 막사가 보인다. 다리 뻗고 누운 말년 병장과 군화 닦는 이등병, 머리 박고 기합 받는 군인, 홀라당 벗고 샤워하는 병사까지 옛날 군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2014년 12월에 개장한 경주 추억의 달동네는 150개 코너에 6,000여 개 소품으로 꾸며졌다. 어른들은 추억을 먹으며 살고, 청춘은 추억을 만들며 산다고 했던가. 보고, 입고, 먹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공유할 사람을 소환해보자. 추억의 달동네 -주소 : 경북 경주시 보불로 216-8 -문의 : 054-748-5002 http://www.daldongnae.co.kr/ 주변 음식점 -함양집 : 한우물회 / 경주시 북군1길 10-1 / 054-777-6947 -궁림바지락칼국수 : 바지락칼국수 / 경주시 새골길 193 / 054-748-1049 -유수정 : 쌈밥 / 경주시 보불로 26 / 054-771-0786 숙소 -힐튼 경주 : 경주시 보문로 484-7 / 054-745-7788 http://www.hiltongyeongju.co.kr/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경주 : 경주시 보문로 465-37 / 054-748-4848 https://www.benikea.com/hotel/infoHotel.do?hotelNo=1083 -경주햇살가득 애견펜션 : 경주시 하동1길 39-5 / 054-773-3100 http://www.gjsunshine.co.kr/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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