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산나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산나물은 비타민의 보물창고이다. 겨울철 잃었던 원기를 회복하고 다가올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산나물만한 것이 없다. 경기도 양평군은 친환경농업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용문산 일원은 산나물의 명산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용문사 입구 전통장터에서는 30여 명의 어르신들이 여행객들을 상대로 산나물이며 잡곡을 팔고 있다. 용문사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친환경농업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용문사는 사찰 답사를 목적으로 한 여행객들이나 용문산 등산객들로 주중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절집 초입에는 무료로 운영되는 친환경농업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잦다. 박물관 앞뜰은 분수가 시원하게 솟아오르고 바람 시원한 산책로가 잘 갖춰진 공원이다. 박물관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용문사 답사나 용문산 등산에 앞서 미리 둘러보면 왜 양평군이 ‘친환경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1층은 갤러리 ‘미지’로 활용되고 2층에 양평역사실, 친환경농업실, 자연음식연구소, 무료다도체험장으로 쓰이는 누각인 용화대 등이 오밀조밀 들어찼다. 현재 갤러리에서는 ‘사찰의 후원 : 양평의 산나물축제와 함께하는 사찰음식의 향연’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6월 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회장 곳곳에 ‘사찰음식의 정의’, ‘발우공양의 정신’, ‘사찰음식의 특징’, ‘현재 한국 사찰에서 먹는 음식’, ‘사찰의 천연조미료’, ‘계절별 대표 음식’ 등에 대해 설명해놓은 대형 패널이 걸려 있어 찬찬히 읽어두면 좋다. ‘사찰의 후원’ 전시회를 둘러보는 발걸음이 차분해진다. 도심 속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럴싸한 작품들은 없지만 벽면에 전시된 안내 패널, 기둥 옆에 놓인 발우, 산속의 고요가 전해지는 대형 사진, 각종 다구가 놓인 선반 등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마다 탑돌이를 하듯 발걸음이 느려진다. 특히 ‘발우공양의 정신’을 설명한 안내문 앞에서 한동안 발길이 머문다. 발우공양의 첫번째 정신은 평등사상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대중이 차별 없이 나눠 먹는다는 뜻이 담겼다. 둘째는 청결사상으로 자신이 먹을 만큼만 개인의 발우에 덜어 먹는다. 셋째는 절약사상.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고 그릇 씻은 청수까지 마시기에 음식물쓰레기를 전혀 남기지 않는다. 넷째는 음식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먹는 공동체사상. 마지막 다섯째는 복덕사상이다. 우주 만물의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자는 복덕의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사찰 답사 시 가능하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발우공양도 직접 경험하길 권해본다. 양평역사실로 들어서면 선사시대의 생활상부터 관람하게 된다. 양평군 개군면 공세리에서 발굴된 유적을 토대로 선사시대의 주거생활, 수렵생활, 농경생활 등을 모형으로 재미나게 재현됐다. 이어서 ‘함왕혈’이 양평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큰 나무와 큰 돌멩이들에 둘러싸인 땅바닥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파여 있다. 이것이 함왕혈이다. 구한말 의병의 최초 발상지, 한국전쟁 당시 최대의 승리를 거둔 용문산전투의 현장, 조선 후기 성리학의 거장 이항로 선생이 태어난 곳, 독립운동가였던 몽양 여운형 선생의 고향이기도 한 양평이 많은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곳임을 알게 된다. 친환경농업실은 전통농업 가치의 재발견, 친환경농업 토양, 친환경농업특구 양평, 양평체험마을 등의 코너로 구성됐다. 도시인들은 친환경농업의 개념을 깊이 알지 못하는데 이곳에서 그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다. 선조들은 석회수 등을 이용한 병충해 방지용 살충제를 만들어 사용하고, 음식물 찌꺼기로 가축을 기르고, 그 분뇨를 다시 비료로 사용하는 등의 자연순환식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친화성과 경제성을 모두 높인 농법이 친환경농법이다. 우렁이농법, 오리농법, 참게농법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농법의 사례이다. 이제 용문산이 자랑하는 산나물에 대해 알아볼 순서이다. 친환경농업실 ‘양평의 산나물’ 코너가 관람객들을 산나물의 세계로 안내한다. 갖가지 산나물의 명칭, 채취 시기, 조리법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곰취는 산나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다. 어린잎은 식용으로, 뿌리는 약용으로 쓴다. 생으로 또는 데쳐서 쌈으로 먹으며 향이 좋다. 암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며 기침과 천식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곰취를 즐기는 등산객들은 오뉴월 산에 오를 때 밥과 된장만 가져간다. 산에서 곰취를 직접 채취해 쌈을 싸 먹는 것이다. 참취 역시 곰취와 조리법이 동일하고, 혈전 예방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좋다고 한다.
쌉싸름한 맛이 인상적인 엄나무순은 무침, 초회로 요리하거나 장아찌로도 만든다. 원추리는 무치거나 국으로 끓여 먹거나 전으로 부쳐 먹기도 한다. 춘곤증을 쫓고 우울증을 달래준다. 참나물은 가장 흔하게 먹는 산나물로 비만을 방지하고 소화에 도움을 준다. 산더덕은 구이, 무침, 튀김 등으로 요리하며 원기 회복, 가래 해소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고사리는 나물로 요리해서 먹는데 변비를 예방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해준다. 산마늘(명이)은 잎을 데쳐서 먹고 뿌리는 장아찌를 담근다. 노화예방, 자양강장 효과를 가진 산나물이다. 이밖에도 삼나물, 두릅, 도라지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박물관 내에서 본 산나물들은 용문사 주차장 맞은편의 전통장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3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평수는 좁아도 말끔하게 지어진 가게에서, 용문산에서 채취했거나 텃밭에서 재배한 산나물이며 잡곡 등을 판매한다. 산나물 공부를 마치고 용문사 답사를 시작한다. 친환경농업박물관에서부터 그 유명한 은행나무가 서 있는 곳까지 슬금슬금 고도가 높아지는 숲길이 이어진다. 초록으로 짙어가는 나무들이 신선한 정기를 한껏 뿜어낸다. 도심의 골목을 산책하는 기분과 사뭇 다르다. 말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고 멍했던 머릿속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글이 있다면 수필가 이양하(1904∼1963) 선생의 <신록예찬>이다. 첫머리가 이렇게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일주문에서 해탈교까지 숲길 옆으로 용문산 계곡에서 발원한 도랑물이 졸졸 흘러간다. 시원한 물소리가 땀을 씻어준다. 맨발로 걷다가 도랑물에 발을 씻는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신록을 예찬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은행나무와 용문사가 가까워진다. 수령이 1,100년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고 계곡을 초록빛으로 뒤덮고 있다. 스러지지 않는 그 강인한 생명력 앞에서 여행객들은 그저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바람결에 실려 오는 초여름의 향기를 맡을 따름이다.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계단을 몇 개 오르면 용문사 경내에 닿는다. 대웅전 뒤편으로 용문산 정상이 보인다.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산나물 향기가 밴 몸으로 대웅전에 들어가 참배를 한다. 5월의 싱그러운 하루가 흘러간다. -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3-5101 - 친환경농업박물관 070-7715-3796 - 용문사 종무소 031-773-3797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팔당대교 → 6번 국도 → 용문터널 → 용문사 나들목 → 용문사 주차장 → 친환경농업박물관 → 용문사
* 대중교통
용산역 → 중앙선 전철 → 용문역(매시간 2회 출발, 1시간 30분 소요) → 용문사행 버스 탑승(15분 소요) → 용문사 하차 ※ 양평읍내에서도 용문사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2.주변 음식점
마당 : 곤드레나물밥 /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239 / 031-775-0311
소나무집 : 냉면 / 양평군 옥천면 사나사길 3 / 031-772-6687
30년전통옥천냉면 : 냉면 / 양평군 옥천면 옥천길 33 / 031-772-5026
3.숙소
양평밸리 : 양평군 양평읍 삼산길 130-48 / 031-774-3000 / http://www.yp-valley.co.kr
용문산펜션 : 양평군 용문면 연수로590번길 6-1 / 031-772-3340 / http://www.ypguide.co.kr/index.php 한화리조트 양평 : 양평군 옥천면 신촌길 188 / 031-772-3811 / http://www.hanwharesort.co.kr/irsweb/resort2/resort/index_yangpong.asp
-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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