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사이에서 ‘썸을 탄다’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썸남, 썸녀’라 하면 ‘호감을 가지고 알아가는 그 누군가’를 뜻하는 말이다. 썸을 타는 기간이 따로 정해진 건 없다만 18년째 썸을 타고 있다면 과연 어떨까? 영화 <오늘의 연애>는 친구인 듯, 연인인 듯 18년간 지내온 준수(이승기 분)와 현우(문채원 분)의 사랑 이야기다. 요즘처럼 가벼운 사랑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에게 좀더 진실하고 깊이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오늘의 연애>는 실제 연인 100명의 사전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세트장이 아닌 100% 올 로케이션 촬영한 영화다. 서울에서 촬영된 영화 <오늘의 연애> 속 그곳을 따라가 본다. 영화 <오늘의 연애>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영화답게 젊음을 상징하는 홍대 주변에서 많이 촬영되었다. 목욕탕 같은 주점 ‘탕’, 클럽 겸 라운지바 ‘춤선생’, 독특한 선글라스 판매점 ‘젠틀몬스터 쇼룸’ 등이 그곳이다. 이외에도 홍대 벽화거리와 홍익어린이공원도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홍대와 인접한 벽화거리다. 홍대의 정문격인 홍문관 오른편으로 세란꽃집이 있는데, 이 꽃집 사이로 난 길이 바로 홍대 벽화거리다. 홍익대학교의 경계가 되는 벽인 셈이다. 인간의 진화 모습을 담은 그림, 다소 형이상학적인 그림도 그려져 있다. 눈에 띄는 건 벽에 붙어 있는 것 같은 하늘색 포스트잇 그림이다. 포스트잇 가득 담긴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에 나온 그림은 길게 이어진 마름모꼴 안에 각기 다른 사람의 얼굴이 가득하다. 현우가 준수를 벽으로 밀치는 장면, 준수가 술에 취한 현우를 업고 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비행기를 타러 가는 현우를 잡기 위해 준수가 달려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홍대 벽화거리는 세란꽃집에서 400m 정도 이어진다. 홍익대학교 길 건너편에 자리한 홍익어린이공원도 영화에 잠깐 등장한다.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 벤치가 놓인 곳으로, 어린이공원이지만 어린이들 대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약속장소로 주로 이용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극동방송 건너편으로는 카페와 술집이 즐비하다. 서교동 카페거리로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많은 촬영이 이뤄졌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목욕탕을 콘셉트로 한 술집 ‘탕’, 영화에서 섹시한 여자들이 춤을 추었지만 실제로는 라운지 클럽인 ‘춤선생’, 쇼핑과 전시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등장하는 ‘젠틀몬스터 쇼룸’ 등이 있다. 그중 ‘젠틀몬스터 쇼룸’은 준수의 군대 선임이자 현우를 마음에 품고 있던 효봉(정준영 분)이 현우와 처음 만나는 곳으로 등장한다. 경리단길은 옛 육군중앙경리단인 국군재정관리단에서 남산을 에두르는 소월길까지, 1km가 채 안 되는 길이다. 경리단길 북쪽으로는 어디서든 남산서울타워가 보이는 남산, 남쪽으로 좀더 내려가면 이태원이다. 처음 들어선 경리단길의 첫 느낌은 부조화다.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섰지만, 거리 뒤편으로는 한적하고 조용한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원래 경리단길 주변은 용산미군기지와 가까워 외국인이 많았고, 남산 아래 달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남쪽에 자리 잡은 이태원이 급성장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하자 개성 있는 가게들이 경리단길로 이전하게 됐는데, 독특하고 감각적인 카페와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유명해졌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 등장한 곳은 경리단길에서 가까운 장진우거리의 ‘그랑블루’다. 2011년 패션 사진작가 장진우 씨가 친구의 권유로 ‘장진우식당’을 차린 이후 10여 개의 음식점이 들어섰는데, 이 일대가 바로 ‘장진우거리’다. 국군재정관리단에서 경리단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성도약국이 보이고, 그 길로 올라가면 이태원자율방범대가 나온다. 그 길 오른편으로 난 길이 바로 회나무로 13가길, 일명 장진우거리다. 거리 초입 소품가게 입구에 장진우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문오리’, ‘방범포차’, ‘장진우식당&다방’, ‘그랑블루’, ‘드렁큰살롱’, ‘레코드 이슈’, ‘안씨막걸리’ 등 다양한 카페와 식당, 술집이 차례로 이어진다. 주택 밀집 지역인 데다 오래된 건물을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서 거리라는 느낌보다 주택가를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오래된 슈퍼와 세탁소, 미용실, 대중사우나가 있는 거리에 눈에 확 띄는 카페와 식당, 술집이 어울린다. 대중탕 건물 한 귀퉁이에 장진우식당과 그랑블루가 있다.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내부를 다양한 LP와 파란색 벽돌로 꾸민 ‘레코드 이슈’, 머리도 하고 맥주도 즐길 수 있는 ‘드렁큰살롱’ 등도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곳이다. 일본 가정식 밥집 ‘메시야’와 영국 가정식 밥집 ‘블루밍 런던’도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경리단길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가서 걸어가거나 삼각지역, 남영역, 신용산역에서 마을버스 3번을 이용해도 된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그 한강에 놓인 다리는 몇 개일까? 가장 서쪽 일산대교부터 동쪽 팔당대교까지 무려 31개나 된다. 그중 마포대교는 서울의 중심에 서 있는 다리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현우와 준수가 마포대교 위를 걷는 장면을 촬영했다.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어벤져스 2>에도 등장하는 친숙한 다리다. 마포대교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야경이 아름다워 산책이나 데이트 코스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마포대교의 다른 이름은 ‘생명의 다리’다.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을 시도한 사람만 지난 5년 동안 1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삶이 힘들고 괴로워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불명예스런 다리였지만, 지금은 생명을 불어넣는 다리로 거듭났다. 마포대교를 걷다 보면 난간에 새겨진 글과 사진이 눈에 띈다.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와 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 발걸음 내내 이어진다.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자신과 가정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마포대교 한가운데에는 다시 한 번 희망과 용기를 갖자는 의미가 담긴 ‘한번만 더’ 동상이 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어깨가 축 처진 한 사람과 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또 한 사람의 모습이다. “한번만 더 가보자 / 한번만 더 만나고 / 한번만 더 듣고 / 한번만 더 안아보자 / 그렇게 /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한 번쯤 되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다리 난간에 들국화의 노래 <사노라면>도 새겨져 있다. 마포대교를 빠져나갈 때쯤 평소 무심히 들었던 노래 가사가 묘하게 가슴을 친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홍대 벽화거리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길22 젠틀몬스터 쇼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7길 54 -문의 : 02-3144-0864 http://www.gentlemonster.com/ 그랑블루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40 -문의 : 070-8160-0872 주변 음식점 -엘 그레코스 : 기로스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54길 23 / 070-8263-8678 -외양간 : 생갈비살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3 / 02-334-7942 숙소 -메리골드호텔 :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12 / 02-332-5656 -Y호텔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강로20길 24 / 02-1661-1055 -엘르인호텔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71길 24 / 02-792-8700 http://www.hotelelleinn.com/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