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0여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소나무 숲.
원시림으로 보호된 이 비밀의 숲이 열린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저 상상 속에서만 맴도는 원시 자연의 숲이 바로 울진 금강소나무숲이다. 말로만 듣던 이곳을 탐방하기로 한 날.
'이제 곧 걷게 될 이 숲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숲길에서 무엇을 얻게 될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커진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품고 경북 울진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4시간 여 만에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소광리행 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종점인 금강송펜션 앞이, 바로 금강소나무숲길의 출발점이다. 버스는 어느 새 국도를 벗어나, 계곡을 낀 깊은 산 속 길을 쉼 없이 달린다. 그야말로 첩첩 산중이다. 50분 정도 갔을까? 드디어 종착역인 소광2리 금강송펜션 앞에 내렸다. 이날 묵을 민박집이 바로 앞에 있다. 민박집에 짐을 푼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저녁 6시가 되어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은 후,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내일 아침 금강소나무숲길을 만날 생각에 가슴은 푸푼 채...
날이 밝고, 드디어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하는 날! 출발 시간은 아침 9시. 민박집 바로 옆의 출발지에 가니, 숲해설사가 나와 있다. 이날 탐방하는 구간은 소광리 숲길 3구간. 금강소나무숲길 탐방로는 모두 5개 구간이며 현재 1구간과 3구간, 2개 코스가 운영된다. 그런데 탐방객이 나 혼자였다. 평일이고, 마침 태풍과 비 소식 때문에 예약했던 몇 명이 취소해서, 나와 숲해설사 단 둘이 숲길을 걷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호사가!' 숲해설사에 따르면 이렇게 탐방객 혼자 가는 것은, '숲해설가를 동반한 예약탐방제'로 운영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하려면 사전에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또한 숲과 야생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1구간/3구간 각 구간별 80명만 이용할 수 있다.
숲해설가 주영숙 씨를 따라 숲길로 들어선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과 식물들이 무성하게 피어있다. 얘는 좁쌀꽃이에요. 좁쌀처럼 생겼죠? 이 나무는 등골나무, 얘는 노루오줌나무에요, 나무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나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꽃과 나무들, 지나가면서 이름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왼쪽으로 한 무더기의 하얀 꽃들이 언덕에 가득 피어있다. 얘는 굉장히 많이 피어있네요 얘는 개망초인데, 얘가 잔뜩 피어 있으면 농사를 망친다고 해서 이름도 곱지 않죠. 또 개망초는 번식력이 강한데 특히 나라가 망할 때도 아랑곳없이 언덕 여기저기에 많이 피어있어 '망국초'라고도 해요 무심코 지나치는 꽃 하나, 나무 하나에도 제각기 이름을 갖게 된 이유와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이 놀랍다. 주영숙 숲해설사는 그저 이 꽃과 나무, 숲 자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라고 말했다. 어느새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간다. 우거진 수풀림으로 해가 차단된 숲 속은 마치 원시림처럼 고요하고 아늑하다. 3구간의 첫 이정표인 저진터재를 넘어 너삼밭재에 이른다. 이 길은 화전민이 떠난 후 자연으로 돌아갔다가 숲길을 조성하면서 40년 만에 개방됐다. 길을 걷다가 디딜방아가 있던 터에 놓여있는 디딜방아를 보면서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을 엿본다. 너삼밭재를 넘어 숲속에서 나오니 시야가 확 트인 하천길이 이어진다. 이곳은 금강소나무군락지로 가는 하천길이다. 하천의 이름은 대광천. 서쪽에서 내려오는 하천은 소광천이다. 대광천과 소광천이 만나는 지점은 '소광리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안내간판이 나오고 여기서 200m를 가면 1구간과 만난다. 이곳에서 도춘자 숲해설사를 만났다. 3구간 코스만 왕복 18.3km로, 약 7~8시간 소요되니 숲해설가도 구간별로 나눠서 인솔한다. 덥지 않은 쾌적한 날씨에 마음이 가볍다. 보슬비도 간간히 내린다. 금강송의 멋진 모습과 맑은 대광천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숲길 3구간의 최종 목적지는 금강소나무군락지이다. 이 군락지에 이르러 도춘자 숲해설가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은 탐방 예약할 때 신청하면 출발지에서 받거나 중간 지점에서 받는다. 도춘자 숲해설사는 울진에서도 깊숙한 숲인 이곳 풍광에 반해 작년에 귀농했다고 한다. 이렇게 숲해설사로 일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활력도 생기고 보람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 코스인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군락지로 들어간다. 군락지 입구 안내판 옆에는 안도현 시인이 울진금강송을 노래한 시비가 있다. 시비를 읽은 후, 길을 따라 걷는다. 길 양쪽으로 우리나라 토종소나무의 한 품종인 금강소나무 수십만 그루가 늘어선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금강소나무들이 하늘 향해 높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듯하다. 곧이어 수령이 530년 된 최고령 금강수나무(일명 오백년 소나무)를 만난다. 5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온갖 풍파를 겪고도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은 강인함에 경외심마저 느껴진다. 금강송군락지를 끝으로, 발길을 돌려 출발지였던 소광리를 향해 걷는다. 문득 '내가 이렇게 지루해하지 않고 오랜 시간 걸은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라 가능한 일이리라. 돌아올 때 인솔한 김동구 숲해설사는 울진에 오면 3가지 욕을 먹는다면서 3가지 욕은 해수욕, 삼림욕, 온천욕이라고 했다. 울진에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고, 금강소나무숲길에서 삼림욕을 하며, 온천욕(백암온천, 덕구온천)까지 두루 즐길 수 있으니 맞는 말이다. 다음에 울진에 오면 꼭 3가지 욕을 다 먹어야겠다. 대장정(?)의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하루 동안 영혼이 매우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림으로 휴양하고 위안을 받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힐링 체험장'이 아닌가 싶다. 이 경험은 두고두고 내 삶의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 2013년 2-1(12km)구간을 주말(토.일)만 시범운영(인원: 20명) 1.찾아가는길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1리 232번지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2리 657번지 * 자가운전 서울-영동고속도로-7번국도-울진-불영사-소광리 금강소나무숲 *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길 건너 소광리로 출발하는 버스(오전 8:05, 오후 3:20, 하루 2번 운행) 타고, 종점인 소광2리 금강송펜션 앞 하차 2.숙박 및 식사(지역주민들의 집(민박)에서 해결)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할 시, 사전에 인터넷으로 탐방 예약과 동시에 민박과 식사도 신청하게 된다. 보통 숲길 출발지인 소광리 주민들의 집에서 숙박을 하고, 식사 역시 민박집에서 해결한다. 탐방 날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예약과 함께 주문 가능하다. 민박비 하루 만원, 각 식사 한 끼와 도시락 비용 6천원. 탐방 예약(필수) :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 www.uljintrail.or.kr / 054-781-7118 - 글, 사진 : 허주희 여행작가( cutyheo@daum.net ) ※ 위 정보는 2013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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