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선 전철을 타고 산행을 떠난다. 깊은 숲이 아늑한 호명산과 치기 어린 우락부락한 남자 같은 삼악산, 서로 다른 개성이 넘치는 5월의 산으로 간다. 산을 오르내리며 흔들리는 마음도 다잡는다. 녹음이 깊어가는 숲에서 오롯한 휴식을 맛본다.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이라는 뜻의 호명산. 높진 않지만 깊다. 걷는 내내 깊은 숲을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질주하듯 빠른 걸음으로는 3~4시간에도 오르내릴 수 있지만 쉬엄쉬엄 가면 5~6시간 걸린다. 호명산 등산 코스는 간단하다. 외길이다. 가평올레길 6-1코스와도 겹친다.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다. 청평역에서 출발해 호명산 정상과 호명호수를 거쳐 상천역으로 내려오는 12km 코스다. 혹은 가평올레길을 따라 가평역 방향으로 걷거나 숯뚤봉을 거쳐 쁘띠프랑스로 내려가도 된다. 코스는 심플하지만 길은 다채롭다. 숲의 운치와 산행의 즐거움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길이다. 호명산 정상까지는 꽤 힘든 경사가 이어진다. 2.7km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몸이 적당한 열기를 발산하며 활기를 띤다. 부드러운 흙길은 발길에 위안이 된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어주면 기대했던 선물이라도 고맙기만 하다. 3분의 2쯤 오르면 쉬어가기 좋은 전망대가 나온다. 의자도 여럿 놓여 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청평호를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어도 좋다. 오르고 올라 도착한 해발 632m 호명산 정상. 헬기장을 겸한 호명산 정상부는 다소 휑하 다. 정상의 광활한 경치를 기대하며 오르는 동안 산이 내어준 숲과 먼발치 경치를 무심히 지났다면 막상 정상에 올라서는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행의 즐거움은 정상 정복에 있는 게 아니라 가고 오는 길의 무성한 숲에 있다.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위도 보고 아래도 보며 숲을 즐긴다면 정상이 휑해도 허무할 일이 없다. 호명산 정상부터 호명호수까지는 능선을 타고 간다. 정상에서 호수까지는 약 3km의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오목하게 포근한 숲길을 오르내리며 울창한 숲을 느낀다. 걷다 보면 시나브로 호수에 닿는다. 호명산 위로 드러난 호명호수는 인공 호수다. 산 위의 호수가 이색적이다. 호수 옆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눕는다. 하늘은 가짜처럼 푸르고 구름도 동화처럼 피었다. 몽실몽실 피어 있는 구름조각에 시름도 잠시 잊는다. 내려갈 때는 상천역으로 가거나 다시 가평역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오르는 동안 체력이 다했다면 큰길이 난 호명호수에서 청평터미널이나 가평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가도 된다. 하지만 호수에서 상천역으로 가는 등산로가 호명산 산행의 절정이니 놓치지 말자. 호명호수에서 상천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거침없는 숲이다. 나무마다 넝쿨이 엉켜 자연 그대로의 기운이 흐르고, 다듬지 않은 숲은 야생미가 넘친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 역시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울창한 숲을 지나 산행이 막바지로 접어들면 아름드리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500m가 넘는 길 전체가 잣나무 천지다. 호명산 잣나무 숲은 가지런하지 않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야생미가 넘친다. 잣나무 숲길을 빠져나와 평화로운 시골길을 지나면 곧 상천역이다. 강촌역에서 삼악산 입구로 가려면 강촌역 앞에서 버스를 타거나, 강촌유원지를 지나 옛 강촌역 앞 다리를 건너 강변길을 걸어가도 된다. 강 따라 걷는 길도 운치 있으니 급한 일 없다면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강촌역에서 등선폭포 매표소까지는 5km.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막상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추억에 취해, 풍경에 취해 멀지 않은 거리다. 강촌교를 건너서 바로 등선봉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지만 삼악산까지 다소 위험한 능선을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힘든 코스로 꼽힌다. 가장 걷기 좋은 코스는 등선폭포 매표소부터 시작하는 길이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등선폭포와 기암절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흔히 보는 반들반들한 암석이 아니다. 거친 나뭇결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한국의 산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삼악산은 암석과 폭포를 격려하며 야생미를 마음껏 발산한다. 한국의 여느 산들과 달리 거친 대륙에 우뚝 솟은 중국의 바위산을 닮았다. 이름에 '악' 자가 붙었으니 바위가 많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등선폭포를 지나 오르는 길은 1시간 30분쯤 소요되니 그리 길지 않다. 천천히 올라도 2시간이면 족하다. 길은 나무계단과 돌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 숨이 약간 차는 정도다. 매표소에서 40~50분쯤 오르면 흥국사를 만나고, 흥국사에서 30~40분만 더 오르면 삼악산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발아래 의암호가 담대하게 펼쳐진다. 호수에 뜬 붕어섬도 보인다. 하산길은 오르는 길보다는 단순하다. 의암댐 매표소까지 2시간 남짓한 길이다. 내려와서는 춘천을 낀 북한강변을 걷거나 춘천 시내 쪽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좋다. 산행이란 오르고 쉬고 먹고 내려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모든 산과 숲이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산행의 즐거움이란 늘 같지 않다. 일상처럼 똑같은 일의 무한반복 속에서도 자연 속에서는 지루함이 없다. 매번 산이 보내는 언어가 다르고, 오르는 사람의 감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초록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람도 숲에서 위안을 받는다. 호명산 -주소 :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길 -문의 : 031-580-2346 -등산 코스 : 청평역~징검다리~약수터~전망대~호명산 정상~기차봉~호명호수~잣나무숲길~상천역 삼악산 -주소 : 강원 춘천시 서면 경춘로 1401-25 -문의 : 033-262-2215 -등산 코스 : 강촌교~등선폭포 매표소~등선폭포·선녀탕~흥국사~삼악산 정상~철계단~상원사~의암댐 매표소 '춘천 가는 기차' 대신 ITX 청춘열차 -경춘선 복선화 사업과 함께 개통된 서울~춘천 간 준고속 2층 열차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경춘선만큼은 전철보다 열차를 고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타볼 만하다. -열차시간 : 용산→춘천(가평 경유) 06:00~22:00(1시간 간격으로 매시 정각 출발) -소요시간 : 용산→가평 55분, 용산→춘천 1시간 15분 소요 -운임 : 용산→가평 4,800원, 용산→춘천 6,900원 주변 음식점 -성희네 : 매운탕, 닭백숙 /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재길 86-297 / 031-584-3695 -삼악산식당 : 산채비빔밥, 매운탕 /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118-13 / 033-261-9960 -삼악산등선폭포에있는등선집 : 회, 닭갈비 /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118-8 / 033-262-2519 숙소 -자라섬캠핑장 : 경기 가평군 가평읍 자라섬로 60 / 031-580-2700 http://www.jaraisland.or.kr -방주펜션 : 경기 가평군 청평면 강변로 87 / 010-2711-5530 www.bjminbak.co.kr -아이리스호텔 : 경기 가평군 가평읍 북한강변로 1027-11 / 031-581-0058 -의암산장 : 강원 춘천시 서면 경춘로 1517-23 / 033-261-1140 -산악산장 :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40-4 / 033-243-8112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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