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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Kidult)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되어서도 유년 시절의 추억을 좇는 '어린 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경주의 키덜트뮤지엄은 여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해도 좋을 듯하다. 키덜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어른과 아이 모두가 행복한 공간.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 말이다. 키덜트뮤지엄 입구에서 그분과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릴 뻔했다. 누구? '기운 쎈'으로 시작하는 첫 소절만으로도 여전히 주제가 전체를 술술 부를 수 있는 무쇠팔과 무쇠다리를 가지신 분 말이다. 나타나면 모두모두 벌벌벌 떨었고,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키라며 두 눈 부릅뜨고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불끈거리던 마징가Z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정의의 사도, 로봇태권V가 있지 않은가. 근데 왜 일본의 마징가Z일까, 의문이 든다. 한데 이건 민족 감정의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로봇 선후배 간의 서열로 이해하는 게 맞지 싶다. 마징가Z는 72년생, 로봇태권V는 76년생이니까. 참고로 전시관에는 로봇태권V가 정의로 뭉친 주먹으로 마징가Z의 턱에 통쾌한 라이트 훅을 날리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으니 아쉬움은 여기까지. 키덜트뮤지엄은 경주 보문단지에 자리해 있다. 일단 1층 전시실로 들어서면 전구가 발명되기 전 사용했던 촛불 영사기들을 만날 수 있다. 필름을 거는 릴이 없는 것 빼곤 지금의 영사기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몸통에 큼직하게 양초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 둔 게 특이하다. 작은 난로에 렌즈를 붙여놓은 것 같은 모습이랄까. 아마 지금도 촛불 영사기를 사용한다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양초를 갈아 끼우기 위해 몇 번의 휴식 시간이 필요할까, 라거나 영사기사가 상영 중 재채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재미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다.에디슨이 발명한 영사기와 축음기를 보고 3전시관으로 걸음을 옮기면 현대식 LP를 사용하는 전축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곳에선 전축도 전축이지만 1987년 S전자에서 송년 사은품으로 제공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모음집 같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LP판들이 흥미롭다. MBC 대학가요제,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그리고 전축 있는 집이라면 필수품처럼 비치해두던 캐롤집 같은 것들 말이다. 다양한 종류의 라디오가 전시된 4전시관에선 빨간색 마이마이가 단연 시선을 끈다. 19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맞수가 마징가Z와 로봇태권V라면, 1980년대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 그러니까 카세트 플레이어의 맞수는 워크맨과 마이마이였다. 카세트테이프를 갈아 끼울 필요 없이 무한 재생되는 마이마이의 오토리버스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이라 할 만한 기능이었다. 그룹 웸(Wham!)의 리더 조지 마이클의 'Last Christmas'를 밤새 반복해 듣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라디오 전시관 한켠에는 윤종신, 김건모 등 이름만으로도 반가운 가수들의 카세트테이프들이 자리해 있다. 그 많고 많은 테이프들 중에서 유독 최헌의 카세트테이프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문 건, 술 한 잔 하면 언제나 '오동잎'을 구성지게 부르시던, 지금 내 나이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키덜트뮤지엄에서는 비록 피규어로 만들어진 모형이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참 많이 만날 수 있다. 1층 전시관에는 람보의 실베스타 스텔론,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 당대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미래에서 날아온 시간이동 로봇 도라에몽도 보인다. 도라에몽이 진구의 시험을 돕기 위해 호주머니에서 꺼냈던 '기억식빵'이 실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뾰족코에 큼지막한 주먹, 철인28호도 내 추억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봇 캐릭터 중 하나다. 3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이들 추억 속 캐릭터를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재미난 상황을 재현한 디오라마관은 마치 한 편의 캐릭터 공연을 보고 있는 것처럼 흥미롭다. 깡통로봇 앞에서 다스 베이더와 헐크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있기도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틀스 멤버의 모습을 흉내 낸 스타워즈의 주인공들도 보인다. 손가락 끝이 발갛게 변하는 ET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디오라마관의 모든 전시물은 사용하지 않는 브라운관 TV를 재활용해 꾸몄다. 브라운관 TV의 케이스가 디오라마관의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면, 내부 기판은 정크아트관의 로봇태권V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로봇태권V의 설계도를 보는 것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곳은 경주 키덜트뮤지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존이기도 하다. 정크아트관에는 로봇태권V 외에도 조명을 비추면 늑대나 사슴의 그림자가 벽면에 나타나는 정크아티스트 심건우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3층 전시관 입구 벽면에서 만난 추억의 책들도 참 반갑다. 제목만으로도 여전히 얼굴이 붉어지는 <선데이서울>, 초등학생들의 필수 지침서였던 '표준전과' 그리고 언제나 철수와 영희가 주인공이었던, 가끔 바둑이도 등장하던 '국어교과서' 등등. 김동길 관장이 옛 교과서를 수집하던 중 교과서 속에 나왔다는 '수'와 '우'를 찾아볼 수 없는 성적표는 왠지 낯설지가 않다. 경주 키덜트뮤지엄은 단순히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다. 유리 진열장에 전시된 일부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시물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볼 수 있다. 거기에 미니 도서관, 틀린그림찾기, 캐릭터 가면 체험, 레고 놀이터 등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여럿 있다. 동심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 박제된 상태로 남는 걸 원치 않는 김동길 관장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다. 때문에 박물관은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1층 레고 놀이터의 블록들은 일주일마다 어김없이 전체 소독을 실시한다.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고풍스러운 타자기와 큼직한 영사기도 주기적으로 소독을 실시하는데, 재밌는 건 이들 전시물은 일반 소독제가 아닌 들기름을 이용해 관리한다는 점이다. 간혹 '앗 손 다쳐요. 눈으로만 보세요' 같은 내용의 푯말이 붙어 있는 건, 정말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곳 키덜트뮤지엄은 많은 이들이 추억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곳이니만큼 전시물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과도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 경주 키덜트뮤지엄 -주소 : 경북 경주시 보문로 132-16 콜로세움 -관람시간 : 10:00~18:30 (입장마감 18:00) -휴무 : 연중무휴 -요금 : 14세 이상 7,500원, 36개월 이상~14세 미만 6,500원 -문의 : 054-744-7997 주변 음식점 -숙영식당 : 찰보리밥정식 / 경주시 계림로 60 / 054-772-3369 -삼포쌈밥 : 쌈밥 / 황남동 186-1 / 054-749-5776 -요석궁 : 전통한정식 / 경주시 교촌안길 19-4 / 054-772-3347 http://www.yosokkoong.com 숙소 -만남 게스트하우스 : 경주시 북정로 66-1 / 054-742-0220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 : 경주시 보문로 465-37 / 054-748-4848 http://www.swissrosen.co.kr -힐튼호텔 : 경주시 보문로 484-7 / 054-745-7788 http://www.hiltongyeongju.co.kr/html/main/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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