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특정한 용도가 없어도 시장 구경은 재미있다. 다양한 물건을 고르는 재미, 다양한 먹거리들을 맛보는 재미, 그리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정말 다양한 재미를 품은 시장구경은 끝이 없다. 오늘은 넘치는 재미들 중 가장 ‘큰 재미’에 속하는 ‘맛’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인 만큼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시장구경보다 더 재미있는 남대문&동대문 맛 여행을 소개한다. 남대문시장부터 살펴보자. 본격적인 시장 맛 여행에 나서기 전, 잠시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자. 얼핏 보아도 켜켜이 쌓인 세월이 묻어나는 남대문·동대문시장은 대체 언제부터 자리했을까. 시장의 내력을 알려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가야 한다. 물물교환에서 본격적인 화폐경제로 넘어가던 조선후기,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역사를 따라가면 이 땅의 근현대사가 함께 나온다. 사람과 돈, 그리고 상품이 모인 시장에는 당시의 상황이 ‘나이테’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수도 한양은 예나 지금이나 행정은 물론 시장의 중심이었다. 궁궐과 양반 사대부가에서 필요한 사치품이나 생활용품은 종로 일대 시전상가를 중심으로 지금의 동대문 자리인 이현(배우개)과 남대문 밖 칠패시장으로 흘러든다. 서울에 근대적인 상설시장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후반, 100여년 전. 당시 한성부는 종로와 남대문로에 늘어서 있던 상업용 가건물들을 철거해 도로폭을 넓히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가건물을 '가가(假家․임시건물)'라고 했다. ‘가게’는 여기서 유래했다. 철거로 영세 상인들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정부는 이들에게 남대문 안과 선혜청 창고를 내어준다. 지금의 남대문 시장터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1905년, 일제는 ‘한일협상조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았다. 이 조약으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다. 당시 충무로와 명동 일대 노른자 위에 모여 살던 일본인들은 남대문 시장에 눈독 들였으리라. 통감부가 남대문 시장을 빼앗아 일본인들에게 넘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고심하던 한국 상인들은 개천(지금의 청계천) 광교에서 장교에 이르는 구간을 판자로 덮어 그 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대안을 찾는다. 광교에서 장교까지, 앞 글자를 따서 ‘광장시장’이라 이름 붙였다. 지금 우리들이 ‘녹두빈대떡’와 ‘마약김밥’을 먹으러 찾는 광장시장이 품은 이야기다. 조선 후기 남대문 밖 칠패시장은 난전으로 유명했다. 지금의 남대문 시장 위치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통상 남대문 시장의 시작으로 본다. 21세기의 남대문시장은 명동과도 가까워 관광객들의 필수 탐방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대로변에 자리한 포장마차들이 우리를 반긴다. 우동, 국수부터 곱창볶음과 곰장어 등 술 한잔 더해 맛볼 다양한 포장마차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고민이 시작된다. 거대한 남대문시장 여행가이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시장 맛기행’ 취지에 맞게 ‘맛’을 중심으로 돌아보자. 메인 거리는 회현역 5번 출구부터 시작이다. 이 큰 거리를 중심으로 남대문시장의 별미로 꼽히는 칼국수골목과 갈치조림골목이 뻗어있다. 여기에 30년 넘게 이어온 우직한 곰탕집 <은호식당>, 찢어주는 닭고기 맛이 일품인 <닭진미(구 강원집)>이 더해진다. 맛 기행 시작점은 칼국수 골목이다. 이름은 ‘칼국수 골목’이지만 밥종류(보리밥·찰밥)을 주문하면 칼국수와 냉면이 딸려 나온다. 칼국수를 주문해도 냉면은 서비스. 서비스 냉면은 작은 그릇에 맛보기로 나오지만 칼국수는 제법 양이 푸짐하다. 여자 둘이서는 보리밥 하나만 주문해도 제법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시장 골목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색다른 감성 여행으로 괜찮다. 보리밥·냉면 5500원, 칼국수·수제비·잔치국수 5000원. 단,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이 깐깐한 깔끔쟁이라면? 패스할 것! 시장 골목 간이 의자 말고 음식점에서 칼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한순자손칼국수>가 있다. 칼국수 골목에서 나와 메인 대로를 따라 가면 닿는다. 이곳 역시 어떤 메뉴를 시켜도 냉면은 서비스다. 다시 메인 대로로 나와 걷는다. 코코상가와 청자수입상가가 닿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남대문을 대표하는 곰탕집 <은호식당>이 보인다. 은호식당은 1932년부터 80년 넘게 3대가 이어오는 곰탕전문점으로 남대문시장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푹 고아낸 곰탕 한 그릇은 지방에서 물건 하러 온 이들과 시장상인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의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꼬리곰탕(1만7000원), 도가니탕(1만3000원), 해장국(6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은호식당>과 함께 남대문시장 곰탕집 양대산맥으로 알려진 <진주집>도 알아두자. 상대적으로 맑은 곰탕 국물을 자랑하는 <진주집>은 갈치조림 골목에 자리한다. <은호식당>에서 나와 다시 메인 대로에 올라 직진한다. 호빵, 왕만두, 어묵튀김 등 군것질 거리가 눈길을 끈다. 계속 걷다보면 족발집이 나온다. 그러다 <남도안경>이 보이면, 거침없이 좌회전하자. 갈치조림 골목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 전체가 갈치조림집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1인분도 눈치주지 않고 내준다. 갈치조림(8000원)을 주문하면 계란찜(5000원)과 갈치튀김(8000원)까지 한상 거하게 차려준다. 처음 갈치조림 골목을 찾은 이들이 간혹 조림하나 튀김하나를 주문하면 친절한 주인장은 “그냥 갈치조림 시키면 튀김도 주고 계란찜도 준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짭조름하면서도 칼칼한 갈치조림 한 뚝배기에 밥 두 그릇은 금방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있다면 성공 후 찾아가기로 하자. 갈치조림 한 조각에 입맛이 확 살아난다. 어디 그뿐이랴. 닭 껍질과 살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닭개장 전문점 <닭진미(구 강원집)>도 갈치조림 골목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시장상인은 물론 관광객들도 부담없이 푸짐하게 즐길 먹거리 가득한 남대문 시장 맛기행, 시작되는 겨울 몸보신 여행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남대문시장 찾아가는 법: 지하철4호선 회현역 5번 출구 1.주변 음식점 한순자손칼국수 : 서울 중구 남창동 49 / 손칼국수, 냉면 / 02-777-9188 은호식당 : 서울 중구 남창동 50-43 / 꼬리곰탕, 해장국 / 02-753-3263 진주집 : 서울 중구 남창동 34-13 / 꼬리곰탕, 해장국 / 02-753-9813 전주식당 : 서울 중구 남창동 34-38 / 갈치조림 / 02-756-4126 닭진미(구 강원집) : 서울 중구 남창동 34-139 / 닭개장 / 02-753-9063 2.숙소 토모레지던스 : 서울 중구 명동 / 02-779-8353 시어소 : 서울 중구 을지로 / 02-2278-7134 http://sieoso.com/ko/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9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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