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휴가철을 맞아 내가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경북 고령이다. 휴가철에 인기가 좋은 도시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여름에 방문한 고령은 내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개실마을이 있다. 개실마을은 다소 외진 쌍림면 합가리에 위치해 있어 가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나 나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여행자는 더욱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쌍림행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쌍림면소재지에 도착 후, 시골길 사이로 약 30분을 더 걸어야 비로소 반가운 기와집들을 만날 수 있다. 해가 져도 여전히 뜨거운 날씨 속에 어떻게 반시간을 걷나 싶었는데, 다행히 가는 길에 배달부 아저씨의 도움으로 편하게 개실마을 앞까지 갈 수 있었다. 편하게 온 것도 좋았지만, 대가 없는 선행을 베풀어주신 아저씨 덕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따뜻해진 맘을 안고 고즈넉한 개실마을로 첫발을 내디뎠다. 배달부 아저씨가 설명해주신 대로 마을은 상당히 컸다. 이렇게 많은 집이 모두 기와집이고, 조선시대 문신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만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마을 어귀에 서서 완만한 산세를 등에 업은 고즈넉한 마을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벌써 10분. 너무나도 평화로운 광경에 마음을 홀랑 빼앗겨버렸다. 마을을 간단히 둘러본 뒤, 한껏 부푼 마음을 갖고 오늘 묵을 ‘축구 꿈나무집’으로 향했다. 표지판을 따라 한국관광 품질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대문을 넘자 잘 가꾸어진 아담한 마당이 나를 반겼다. 주인아주머니가 사시는 집 한 채와 손님들을 위한 집이 분리되어 있으니, 급한 마음에 막 짐을 풀어서는 안 된다. 개실마을 관리자님께 전화를 드리니 곧 아주머니가 나와 체크인을 도와주셨다. 10개가 넘는 선택지 중 축구 꿈나무집을 선택한 건 단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마을의 다른 숙소들은 석정댁, 못골댁, 추우재 등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뜬금없이 툭 튀어나온 ‘축구 꿈나무집’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숙소 이름을 이렇게 짓게 된 연유가 궁금해 주인아주머니께 바로 여쭤보았다. 축구 꿈나무집이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아주머니의 아드님이 대학교 시절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해서 이름을 지었는데 아쉽게도 프로 진출은 하지 못했다고. 축구 뒤엔 선수 대신 꿈나무가 붙었지만 아주머니의 아들 사랑은 여전하다. 꿈꾸던 축구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열심히 노력해 취업한 아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아주머니의 말끝에 뿌듯함이 마구마구 묻어난다. 궁금증을 풀고 이제 고개를 숙여 조그마한 문짝 안으로 몸을 넣어본다. 문에 발린 창호지와 전통 방식의 문고리가 정겹다. 개실마을에서 상당히 작은 축에 속하는 방이지만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 수건, 비누 등 있을 건 다 있다. 장롱 문을 쓱 옆으로 밀어보니 조그마한 냉장고도 보인다. 장롱 안의 냉장고라니, 주인아주머니의 참신한 공간 활용 감각이 돋보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온몸이 노곤하다. 얼른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본다. 딱딱한 바닥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푹신한 요 덕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끊이지 않는 개구리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자장가가 되어준다. 여름의 개실마을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권이다. 다음 날 아침, 더워지기 전 마을 산책에 나섰다. 일곱 시가 채 안 된 이른 시간인데도 마을 사람들의 일과는 이미 시작되었다. 콩기름을 짜시며 민박 왔느냐고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잔잔한 여름 바람과 함께 골목 사이사이를 도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듯 다른 정겨운 광경들에 눈이 즐겁다. 동심으로 돌아가 바람을 가르며 전통 그네도 타보고, 가느다란 줄 위에서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도 체험해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내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 개실마을이다. Info. 업 소 명 : 개실마을영농조합법인 주 소 : 경상북도 고령군 쌍림면 합가1리 243 전화번호 : 054-956-4022 홈페이지 : www.gaesil.net/ 숙박요금 : 5만원~17만원 (예약 후 취소 시 환불 위약금 있음) 체 크 인 : 오후 2시 체크아웃 : 오전 11시 해가 중천에 뜰 무렵, 개실마을을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이른 산책으로 허기진 배도 채우고 장 구경도 하기 위해서 고령 대가야시장을 첫 목적지로 삼았다. 고령 대가야시장은 4일과 9일에만 여는 오일장으로서 역사와 관광이 함께하는 시장으로 홍보되고 있었다. 직접 방문하니 정말 볼거리와 사고 싶은 것, 먹을거리가 넘쳤다. 고령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장간, 농민을 위해 쭉 진열한 농기구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렴한 간식거리와 식재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더운 날씨 탓에 지칠 시장 이용객들을 위해 시장 한편엔 고객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땀을 씻어내릴 수 있는 세면대와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무선인터넷까지 갖춰져 있다. 에너지를 끝까지 채우기 위해 이제 시장의 끝자락으로 향한다. 지역 별미인 국밥을 맛보기 위해서다.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부위의 내장들과 선지로 가득 찬 순대가 입을 즐겁게 한다. 참 만족스러운 반나절이다. 주소 :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시장3길 29 문의 : 054-954-5445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인사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해인사는 합천군에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합천시외버스터미널보다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더 가깝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해인사에 도착하니 이전과 다른 공기에 마음이 탁 트인다. 더운 날씨 탓에 해인사로 올라가는 길을 걱정했지만, 옆으로 흐르는 강물 덕에 그리 덥지 않았다. 오히려 울창한 숲 사이로 걷는 길이 상쾌하다. 일주문과 봉황문, 해탈문을 지나 해인사 경내로 진입하니 신세계가 펼쳐진다. 절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그 웅장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계단을 올라 장경판전에 닿으니 창 사이로 팔만대장경이 보인다.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고자 한 자 한 자를 정성껏 쓴 옛 스님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이곳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켜며 정겹고 평화로운 여행의 마무리를 지었다. 주소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문의 : 055-934-3000 글/사진 : 여행Q레이터 이동훈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