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는 다소 낯설다. 통일공원 안보전시관 뒤에 휴양림이 들어선 구조는 일반적인 광경은 아니다. 그런 만큼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 강릉 임해자연휴양림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위치했다. 국내 최초로 바다와 산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휴양림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다. 휴양림 숙소에 기대면 정말 동해바다가 보인다. 전망을 위한 정자가 하나 들어서 있는데 정자 옆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거친 날이면 파도 소리도 들린다. 맑은 날이면 객실 안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으니 제법 운치 있는 휴양림이 맞다. 휴양림 내 숙소는 하늘동, 구름동, 바다동 등 매혹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호젓한 통나무집은 아니더라도 어느 곳이나 바다가 비낀다는 게 든든한 볼거리다. 동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휴양림이 흔한 것은 아니다. 휴양림 뒤를 병풍처럼 받쳐주는 건 괘방산이다. 휴양림에서 괘방산까지는 등산로가 잘 닦여 있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동해바다와 휴양림과 숙소가 어울린 풍광이 멋스럽다. 바다는 꼬부랑 등산로를 돌 때마다 다른 풍광으로 다가선다. 숲과 바다가 실어다주는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오전에는 가볍게 산행을 즐기고, 오후에는 해변을 거니는 여유로운 일정이 임해자연휴양림에서는 가능하다. 이곳 등산로는 안보등산로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휴양림에서 묵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일공원을 둘러보게 된다. 정동진 북단의 한적한 안인해변은 1996년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던 곳이다. 그보다 앞선 1950년 6월 25일에는 북한군 1,800명이 한국전쟁 당시 처음으로 상륙을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통일을 염원하고 안보의식을 되새기기 위해 이곳에 통일공원을 조성했다. 통일공원은 3개 전시관으로 나뉜다. 통일공원의 한 축을 이루는 안보전시관 뒤편 샛길에 휴양림이 들어선 형국이다. 안보전시관은 북한 잠수함의 침투 경로, 국난극복사, 북한의 문화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안보전시관 외부는 야외 전시장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전용기인 C-54를 비롯해 육군, 공군의 군사 장비를 전시 중이다. 장갑차 내부에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고, 계단을 딛고 올라 전투기 조종석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장갑차, 탱크, 비행기 등을 배경으로 바다가 펼쳐진 풍경이 이채롭다. 야외 전시관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통일공원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함정전시관이다. 3,471톤급 해군 함정인 전북함이 예전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엄마 손을 잡고 함정에 들어서는 아이들이 연방 신이 나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저 무거운 배가 바다에 뜰 수 있지?” 우리나라 해안 곳곳에 함정전시관이 있지만 규모면에서는 이곳이 단연 최고다. 미로 같은 함정 내부를 거닐다 보면 병사들의 생활상을 조목조목 엿볼 수 있다. 조타실이며 레이더 장비 등을 갖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안타까운 점은 내부 공기가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로 탁하다는 것. 중간 중간 갑판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며 함정을 둘러보는 요령이 필요하다. 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함정전시관에는 이밖에도 좌초된 북한 잠수함과 북한 주민 탈출선이 함께 전시돼 있어 흥미를 더한다. 북한 잠수함은 어른이 가까스로 지날 정도로 좁은 입구를 따라 안전모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임해자연휴양림의 구색을 갖춰주는 것은 통일공원보다는 오히려 안인해변이다. 사실 남쪽으로 향하면 정동진 등 걸출한 여행지들이 있지만, 휴양림에서 내려다보이는 소박한 안인해변은 휴양림을 찾은 외지인들의 살가운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해변 옆으로 안인진항이 들어서 있고 바위에 둘러싸인 작은 해변이 함께 매달려 있다. 해변은 인근 경포대나 정동진에 비하면 앙증맞다는 표현이 맞다. 해변 뒤쪽으로는 민박집이 올망졸망 뒤섞인 안인진 마을이 펼쳐진다. 포구 초입에는 붉고 흰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방파제에 올라 낚시를 하거나 해변에서 한가롭게 물장난을 하다 보면 열차가 지나간다. 정동진을 오가는 기차는 해변을 따라 달리다 이곳 안인해변을 스쳐간다. 예전에는 안인역에 정차했지만 요즘은 기차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해변은 더욱 호젓해졌고, 문을 닫은 횟집 간판이 을씨년스럽게 포구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 안인해변에서 임해자연휴양림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연결된다. 짬을 내서 강릉 해파랑길과 연결되는 해변도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갈 수도 있다. 임해자연휴양림 남쪽으로는 등명락가사, 하슬라아트월드, 정동진이 지척이다. 등명락가사 앞 등명해변에는 강릉의 별미인 섭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짧은 일정이라면 분주하게 인근 관광지를 오가기보다는 휴양림 숙소에 누워 일출을 보고, 정자에 앉아 바다 보며 커피를 마시고, 괘방산 숲길을 걷고, 안인해변에서 호젓함에 젖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보라는 테마와 뒤섞여 있지만 임해자연휴양림의 옥석만 골라 느리게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팁을 하나 얹자면, 휴양림에서는 꽤 빠른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된다. 임해자연휴양림 주소 : 강원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715-85 문의 : 033-644-9483 www.gtdc.co.kr 1.주변 음식점 바다마을횟집 : 섭국 / 강릉시 강동면 정동등명길 23 / 033-644-5747 해맞이횟집 : 자연산회 /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길 35 / 033-644-6067 초당고부순두부 : 순두부백반 / 강릉시 강릉대로587번길 17 / 033-653-7271 2.숙소 브이브이호텔 : 강릉시 하슬라로192번길 22-1 / 033-647-2222 http://www.vvhotel.co.kr/ 주문진호텔 : 강릉시 주문진읍 불당골길 5 / 033-661-0123 http://jmjhotel.com/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 강릉시 해안로 536 / 1644-3001 http://www.lakaisandpine.co.kr/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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