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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는 일년지대계'라. 얼마나 오랫동안 꿈꿔왔던 시간인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정해진 삶의 틀에서 벗어나 낯선 태양을 찾아 떠나는 천금 같은 자유, 그것은 우리에게 허락된 황금의 시간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 눈길이 머무는 곳, 제주도. 남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야자수, 하얀 모래 위를 넘실거리는 옥빛 바다,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여행객들. 제주도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풍경이 되었다. 여기에 휴식을 원하는 내 몸과 마음에 오아시스처럼 갈증을 풀어줄 휴식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제주도 동쪽의 하도리 당근밭 가운데 비젠빌리지가 있다. 올해 문을 연 곳이지만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과 빈티지한 소품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문화공간이다. 도미토리에서 펜트하우스, 캠핑 트레일러까지 갖춘 여행자들의 쉼터이지만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은 아니다. 레스토랑 하도테이블, 오가닉 팜 카페 비어라운드, 빈티지 소품과 롱보드를 판매하는 로프트 마켓, 조명 컬렉션을 전시하는 갤러리, 야외수영장 등 휴식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비젠빌리지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 천천히 움직이며 자연을 음미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무엇보다 여행자들과 교류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이곳에서 해야 할 고민은 '수영할까, 책을 볼까, 맥주 한 잔 마실까?' 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비젠빌리지를 호텔이라 부르지도, 펜션이라 말하지도 않는다. 스타일리시한 여행자들의 아지트라고 한다. 비젠빌리지와의 첫만남은 그저 그렇다. 창고 같은 건물과 컨테이너가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세련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가 가득한 객실을 보면 '와, 이런 곳이!'로 생각이 바뀐다. 마치 유럽의 부티크 호텔을 보는 것 같다. 객실은 도미토리, 커플룸, 펜트하우스, 캠핑 트레일러 등 종류가 다양하다. 여행자의 목적과 취향을 배려한 것이다. 홀로 여행한다면, 도미토리, 연인이나 부부라면 커플룸, 럭셔리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펜트하우스가 적당하다. 여행의 낭만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여행자는 캠핑 트레일러를 추천한다. 도미토리는 비젠빌리지의 자랑거리다. 빌리지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 사는 마을'을 표방하기 때문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도미토리다. 3개 동에 6인실, 4인실을 마련해 100여 명이 쉴 수 있도록 했다. '도미토리가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이곳의 도미토리는 일반적인 게스트하우스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미토리를 이용해본 여행자는 안다. 침대가 좋은 곳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비젠빌리지는 여행자가 최대한 편히 묵을 수 있도록 목재로 침대를 짜고 호텔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 시몬스 매트리스를 깔았다. 잠자리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클래식한 관절 조명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세 동의 공간 구성은 같고, 방의 컬러와 가구의 소재로 변화를 줬다. 누구라도 부담 없이 쉬어가며 여행자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펜트하우스는 특급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외관은 컨테이너이지만, 실내는 목재의 질감을 살려 마감하고 주인이 직접 수집한 가구로 채워 1970년대 빈티지 감성이 물씬 풍기도록 꾸몄다. 빈티지한 가구며 조명들은 저마다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카이저 이델(Kaiser Idell),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 지엘드(Jielde)의 조명과 빈티지 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한 빔 릿펠트(Wim Rietveld)의 오아서 체어다. 어느 것 하나 의도치 않게 놓인 것이 없다. 철저한 계산 아래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도록 적절하게 배치했다. 세련된 실내공간이 아날로그 감성을 만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으로 탄생했다. 미국에서 구해온 아비온 캠핑 트레일러에도 같은 디자인 개념을 적용했다. 객실마다 특별한 조명을 둔 것에는 주인 최정훈 씨의 이력과 관계가 있다. 그는 서울에서 인테리어 회사 닷투디자인과 빈티지 조명&가구 숍 로프트 마켓을 운영했다. 그러다 과거와 현대의 감성이 공존하는 부티크 호텔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주로 내려왔다. 하도리에서 당근밭으로 가득한 풍경을 발견하고는 비젠빌리지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동안 모아온 소중한 빈티지 조명, 가구, 스피커를 엄선해서 가지고 왔다. 덕분에 비젠빌리지를 오가는 이들은 보기 좋게 흉내 낸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오리지널 빈티지 소품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비젠빌리지의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갤러리 등은 요즘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강하다. 노출 콘크리트, 투박한 디자인, 오래된 소품…. 빈티지하고 시크하지만 모던한 분위기가 외국의 여행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편집숍 로프트 마켓은 롱보드와 하이브로우 가구를 비롯해 아웃도어 제품, 의류 등을 판매한다. 주인이 좋아하는 것들로 직접 셀렉트한 물건들이다. 레스토랑 하도테이블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이용해 요리한 브런치 요리를 즐기기 좋다. 낮에는 레스토랑이지만, 밤이 되면 맥주를 마시며 춤도 출 수 있는 펍&클럽으로 변신해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흥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오가닉 팜 카페 비어라운드는 여성들이 즐겨 찾는 제주도의 명소다. 독특한 분위기에 사진 찍기 좋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카페 한쪽에 JBL과 알텍(Altec)의 빈티지 스피커를 설치해 통기타 연주나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정훈 씨는 비젠빌리지의 모든 공간이 스몰 웨딩이 열리는 결혼식장, 예술가들의 플리마켓, 댄스파티가 열리는 무도장 등으로 활용되기를 꿈꾼다. 제주도에 여행 와서 잠만 자고 떠나는 숙소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즐기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비젠빌리지를 이용하는 한 방법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하도해변이 있고, 월정리해변과 비자림도 멀지 않다. 하도해변은 서핑하기 좋은 명소다. 서핑이 아니라도 스노클링이나 카약 등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파도의 나지막한 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을 걸어도 좋고, 바다에 뛰어들어 첨벙거려도 좋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비자림 속으로 들어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일도 행복하다. 비자림은 '천년의 숲'이라 불릴 정도로 울창하다. 산책로를 걸으면 크기가 제각각인 비자나무를 만나게 된다. 수령에 비해 작아 보이는 것은 비자나무의 생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비젠빌리지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9길 72 -문의 : 064-784-8216 http://www.wiesenvillage.co.kr/ 주변 음식점 -석다원 : 성게해물칼국수 /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752 / 064-784-2329 -하도작은식당 : 파스타 외 / 구좌읍 하도13길 62-9 / 010-4177-3213 -달마숯불갈비 : 돼지생갈비 / 제주시 중앙로7길 25 / 064-725-5244 숙소 -더하우스펜션 :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060 / 064-784-6040 -파도소리펜션 :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950 / 064-783-3338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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