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암은 여행의 종합선물 같은 고장이다. 즐길 거리, 볼거리 거기에 먹을거리까지 풍부하니 틀린 말도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氣)가 센 산’으로 알려진 월출산은 사시사철 등산객들로 붐비고, 국물 맛 시원한 연포탕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여기에 하나 더. 기의 고장 영암을 더욱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체험이다. 가을 하늘을 닮은 쪽빛으로 천을 곱게 물들여도 좋고, 향 깊은 전통주에 살짝 취해 봐도 좋다. 이 모든 것이 영암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고, 비 갠 호숫가엔 일곱 색깔 무지개가 뜬다. 길섶에 흐드러지게 핀 꽃도, 마른 가지에 탐스럽게 맺힌 과일도 제각각의 색을 품는다. 천연염색은 자연이 내어주는 천연재료를 이용해 자연의 색을 재현해 내는 작업이다. 눈처럼 하얀 천은 쪽물을 만나 하늘빛이 되기도, 감물을 만나 노을빛이 되기도 한다. 천연염색은 정성이 반이다. 염색물을 만들고, 조물조물 주물러 천에 물을 들인 뒤 말릴 때까지 손닿지 않는 과정이 없다.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내는 염색과는 비교할 수 없다.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은 지금도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천연염색을 선보이는 패브릭 아트(fabric art) 전문기업이다. “어머니를 닮았나 봐요. 손재주가 좋으셨거든요.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염색이나 바느질을 도맡아 하셨죠.”영암에서 나고 자란 이혜숙 대표는 2009년 취미로 하던 천연염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천연염색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천연염색 외에 블루아트, 섬유아트처럼 손이 많이 가는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힘들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하지만 체험에 참가하신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절로 납니다. 제 노력을 알아주시는 거 같아서요.”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의 천연염색 체험은 손수건, 면티, 스카프 등을 이용해 진행된다. 체험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최소 2인부터 신청이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이 자랑하는 블루아트 체험은 일반 천연염색과 달리 풀 먹인 천으로 그림 그리듯 염색을 하는 체험이다. 천에 먹인 풀의 농도를 조절해 농담과 계조를 표현할 수 있어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블루아트 작품은 등 쿠션이나 방석으로 제작해 원하는 주소로 보내준다. 다양한 색의 천연염료를 이용해 붓으로 천에 그림을 그리는 섬유아트도 (사)예담은규방문화원의 인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천연염색 체험을 하느라 출출해진 배는 월출소반이 책임진다. 치자, 비트 등으로 색을 낸 주먹밥에 육즙 가득한 볼카츠, 거기에 영암의 명품 먹거리 숭어 어란까지 더해져 한 끼 식사로 넉넉하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보니 월출소반을 맛보기 위해선 방문 하루 전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사)예담은규방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한옥 카페 ‘인디고’는 잔디 깔린 넓은 마당을 품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다. 이곳에선 커피, 오미자차, 에이드 같은 음료 외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월출산의 모습이 장관.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대접한다는 뜻의 ‘봉제사 접빈객’은 양반가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덕목이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집에서 술을 빚어 온 이유는 제사를 지내고 손님 대접하는 데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집에서 양조한 술이라고 해서‘가양주’라 불리던 우리 전통주는 집집마다 사용하는 물과 누룩이 달라 맛과 향이 달랐다. 술맛이 좋은 집은 늘 들고나는 사람으로 붐빌 만큼 집안의 자랑이 되던 전통주였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싸구려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쌀이 아닌 밀가루로 술을 빚기 시작한 것도 전통주의 저급화에 한몫했다. 우리술과힐링은 우리 땅이 키운 쌀로만 술을 빚는다. 그 흔한 감미료도 넣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술과힐링에서 빚은 술은 쌀과 물과 누룩이 어우러져 완성된 진정한 우리네 술, 전통주다. “술맛은 정성입니다.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고 제대로 숙성시키면 술맛이 나쁠 수가 없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고요? 그건 제대로 만든 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김창중 대표의 전통주 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우리 전통주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그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김 대표는 오늘도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빚고 또 익힌다. “우리 전통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요. 잘 씻은 쌀로 고두밥을 짓고, 여기에 누룩, 물을 넣어 버무리면 끝나는, 간단해 보이는 체험이지만 실제로 하나하나 경험하다 보면 정말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술과힐링에서는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전통주 빚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기초 과정의 경우 정해진 양만큼 고두밥과 누룩, 물을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돼 누구나 쉽게 전통주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물론 술맛을 보기 위해선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 최소 100일 이상은 숙성을 해야 제대로 된 술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 이렇게 완성된 밑술의 알코올 도수는 12도 내외로 입맛에 따라 물을 조금 섞어 마셔도 된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술 빚기의 첫 번째 단계인 쌀 씻기부터 체험하자. 체험 비용은 모두 동일하지만 후자의 경우 체험 시간이 3배 이상 길어진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술에 안주가 빠지면 섭섭하다. 주안상 체험은 영암 한우에서 독천 낙지까지, 영암의 땅과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로 요리한 안주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 메뉴는 메인 요리(생고기, 민물장어, 낙지볶음, 항정수육) 4가지와 우삼겹 채소 말이, 채소탕수, 궁중 녹두전 등 서브 요리 10가지로 구성된다. 메인 요리는 접시당 2만 원, 서브 요리는 접시당 5천 원이며,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신청하면 전통주 빚기 체험 후 정갈하게 차려낸 주안상을 받아볼 수 있다. 거기에 김 대표가 직접 빚은 전통주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좋은 음식과 술이 불러오는 취기로 몸이 따뜻하게 녹아들 것이다. (사)예담은규방문화원 - 장소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710-25 - 문의 : 010-9441-1001 - 이용요금 : 천연염색 체험 프로그램 1만 5,000원~3만 5,000원, 섬유아트 체험 프로그램 3만 5,000원, 블루아트 체험 프로그램 4만 5,000원~5만 5,000원, 월출소반 2만 원 (모든 체험 최소 인원 2인 이상, 단체는 20인 이상 별도 문의) - 홈페이지 : www.instagram.com/ye.dameun / https://map.naver.com 우리술과힐링 - 장소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중앙로 58-2 - 문의 : 010-6517-2226 - 이용요금 : 전통주 빚기 체험 프로그램 5만 8,000원, 주안상 체험 2만 원부터(사전 신청 필수), 보라 약주(500㎖·18도·3만원), 탁주(500㎖·18도·2만원), 막걸리(500㎖·12도·1만원) - 홈페이지 : www.instagram.com/oolisool - 소프트모텔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여운재로 121 / 0507-1354-7475 - 영암연희한옥펜션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690-17 / 010-4725-3311 / https://site.onda.me - 월인당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모정1길 37-11 / 0507-1324-3252 - 독천식당 : 갈낙탕, 연포탕, 세발낙지 /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독천로 162-1 / 061-472-4222 - 중원회관 : 갈낙탕, 짱뚱어탕, 장어정식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군청로 2-13 / 061-473-6700 - 청하식당 : 갈낙탕, 연포탕, 낙지구이 /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독천로 170-1 / 061-473-6993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3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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