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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예술촌은 오랜 시간 옛 마산시의 중심이었다. 한동안 잊힌 옛 도심이 예술촌으로 변모하며 부활했고, 상상길은 그 중심을 가로지른다. 샛길마다 예술의 혼과 손때 묻은 시간, 재래시장의 생기와 황홀한 맛이 반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만끽하는 여행이다. 상상길이 열린다. 도로명은 불종거리로에서 접어드는 동서북10길이다. 삼거리에는 불종을 상징하는 아치를 설치했다. ‘불종’은 예전에 불이 난 것을 알리기 위해 친 종이다. 1977년에 사라졌지만 그 이름은 길 위에 남았다. 재미난 이름이 또 있다. 상상길을 아우르는 지역은 창동 혹은 창동예술촌이라 불린다. 일대에는 1760년 조창이 들어섰다. 조창은 나라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보관하던 창고다. 관원과 상인이 오가며 상권의 핵심을 이뤘다. 창동(倉洞)이라는 이름 또한 조창(漕倉)에서 비롯했다. 그때부터 250년 넘게 마산합포의 중심이다. 상상길 여행도 250년 골목의 자취를 더듬으며 시작된다. 상상길은 불종거리로에서 부림시장까지 155m 구간이다. 직선 길이 두 번 교차하는데, 좌우로 열리는 첫 골목은 마산합포의 역사를 간직한 길이다. 왼쪽은 250년골목, 오른쪽은 쪽샘골목이라 부른다. 250년골목에서 상상길을 거쳐 쪽샘골목까지 약 300m 거리다. 폭 3~4m에 불과하지만, 소담스런 가게와 크고 작은 미술 소품이 정겨운 길이다. 몇몇 통일된 간판이 질서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 한층 아기자기하다. 먼저 250년골목은 창동예술촌에서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리좀’이 있어 상상길 여행의 아지트로 삼기에 알맞다. 리좀 주인장은 문화 기획자로 창동의 역사를 꿰고 있다. 리좀이 있는 건물 1층에는 의류 사업으로 멕시코를 오가다 멕시코 음식이 반해 요리사가 된 한국 주인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Mexico’가, 2층에는 사진작가 남편의 갤러리와 아내의 카페가 한 공간을 구성한 ‘커피밀’이, 3층과 지하에는 리좀에서 같이 운영하는 예술극장과 서비스 공간이 있다. 250년골목 반대편 쪽샘골목으로 가면 창동예술촌의 에꼴드창동골목과 마산예술흔적골목이 차례로 나타난다. 창동예술촌은 여기에 문신예술골목을 더해 테마 골목 세 개로 구성된다. 에꼴드창동골목은 작은 옷가게와 공방이, 마산예술흔적골목은 1950~1980년대 마산 르네상스 시절의 향수가, 문신예술골목은 조각가 문신을 재조명한 공예 거리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조각가 문신이 문신예술골목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에꼴드창동골목에 들어서면 붉은색 아치형 조각이 반긴다. 문신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마산예술흔적골목의 아고라광장에도 문신의 문안을 형성화한 조형 무대 벽이 있다. 두 골목이 자리한 쪽샘은 과거 쪽샘학사주점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한때 주점이나 라이브 카페 등이 있는 젊음의 거리였다. 물론 지금도 음악이 울려 퍼진다. MBC경남 창동스튜디오는 매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라디오 생방송 <정오의 희망곡>으로 문을 연다. 누구나 방송을 참관하고,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할 수 있다. 에꼴드창동골목과 마산예술흔적골목이 겹쳐지는 길에 자리한 공방촌도 살갑다. 폭은 한층 좁아져 2m 남짓이다. 그 좁은 길에 길만큼 작은 공방이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공예 체험도 진행한다. ‘MoolGlass’는 유리공예, ‘오월이네’는 냅킨 공예를 한다. ‘꿀단지고서방’도 특별하다. 수집품 가득한 공간에서 검정 고무신에 고운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다. 고무신은 옛날 한국에서 즐겨 신은 신발이다. 그 위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넣은 꽃고무신은 의미 있는 여행의 선물로 재탄생한다. 문신예술골목은 창동예술촌 골목의 진수다. 창동거리길의 옛 시민극장을 낀 ‘ㄷ’자 뒤쪽 길은 부림시장과 닿는다. 두세 사람이 간신히 지날 만큼 좁은 길은 작은 공방과 갤러리가 두드러진다. 공방에 가면 작품을 들여다보고 같이 공예품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사이로 문신의 그림이 떠오르는 벽화나 시민극장 뒤편 벽돌의 천사 그림 등도 예술 골목의 정취다. 화분이 많아 화사하다. 총 315개에 달하는데 민주화의 성지 마산의 3·15의거를 기념한 숫자다. 초입의 시민극장 건물 역시 마산 근대사의 상징이다. 1908년 경남의 근대 시민운동이 태동한 민의소 자리로, 1946년 시민극장을 거쳐 1995년 <브레이브 하트>를 상영할 때까지 수많은 사건의 중심이었다. 공예 체험은 시장에서도 진행된다. 문신예술골목과 지척인 부림시장에는 지난 2013년 부림창작공예촌이 생겨났다. 공예 작가 30명이 시장 A동 건물에 입점해 공예촌을 형성했다. 도자기, 섬유, 나무, 종이로 만든 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고, 체험 강좌도 가능하다. 부림시장은 상상길의 끝자락으로 가볍게 시장 나들이하기 제격이다. 장터는 마산항 개항 이후 붐벼 산업화와 함께 성장했다. 1980년대는 경남을 대표하는 의류 도매시장이었다. 공장 월급날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몇몇 한복집이나 폐백 음식집에서는 한국의 결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B동 안쪽의 먹자골목이나 콩가루와 소금으로 조리한 한국식 수프, 콩국도 별미다. 하지만 오랜 시간 부림시장 명물로 불리는 건 ‘6·25떡볶이’다. 목욕탕 의자에 쪼그려 앉아 피란민처럼 먹었다고 해서 6·25떡볶이, 월남떡볶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지금은 어엿한 실내 분식집이다. 하지만 여전히 화분 받침에 떡볶이를 담아낸다. 국물이 넉넉해 물떡볶이라고도 부른다. 창동은 이름난 분식집이 많다. 6·25떡볶이와 더불어 250년골목의 복희집과 쪽샘골목의 창동분식이 창동의 3대 분식집이다. ‘복희집’은 한때 금남의 집이라 불릴 만큼 여고생으로 가득했다. 떡볶이도 맛있지만 직접 쑨 팥으로 만든 팥빙수와 단팥죽이 일품이다. 팥빙수는 거친 얼음과 팥, 우유로 승부한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한국의 옛날식 팥빙수다. ‘창동분식’은 냄비우동과 김밥이 맛깔스럽다. 간장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 김밥이 별미다. 다른 분식집에서 맛보기 어려운 박고지조림을 넣어 단맛이 난다. 3대 분식집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넘게 창동의 10~20대를 매료해왔다. 이제는 엄마와 딸이 손잡고 오는 단골도 적잖다. 마산 현지에서 한국의 여고생처럼 맛있게 여행하고 싶다면 필수 코스다. ‘고려당’의 꿀빵과 전병(센베이), ‘코아양과’의 옥수수식빵과 밀크셰이크도 세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끈다. 상상길과 창동예술촌은 마산예술흔적골목의 창동예술촌아트센터를 출발지로 삼아도 좋다. 창동예술촌아트센터는 창동예술촌의 본부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아고라광장에서는 공연도 열린다. 센터 옆에는 창동예술촌종합안내소가 위치한다. 창동예술촌 지도를 얻거나 도움말을 구할 수 있다. 상상길과 창동예술촌을 벗어나고 싶을 때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을 추천한다. 문신미술관은 창동예술촌 서쪽 추산 언덕에 있다. 문신은 파리를 중심으로 이름을 떨친 마산의 대표 조각가다. 1980년 홀연히 귀국해 15년 동안 손수 미술관을 짓는 일에 집중했다. 사후에는 미술관을 시에 기증해서 마산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문신원형미술관 등으로 구성된다. 문신원형미술관은 문신 작가 조각품의 원형 틀을 전시하고, 야외에는 그의 대형 작품이 볼거리다. 마산항과 창동예술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아 전망 좋은 미술관이다. 문신미술관과 이웃한 성호동에는 가고파꼬부랑벽화마을이 있다. 미술관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동네 골목이 미로처럼 열리고 닫히며, 경남미술협회 소속 화가들이 그린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자연과 동물, 팝아트까지 소재와 내용도 다채롭다. 문신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마산 시가와 바다 조망이 좋다. 창동예술촌에 3대 분식이 있다면, 마산합포에는 3대 생선 요리가 있다. 미식 여행자라면 셋 중 하나는 꼭 맛볼 일이다. 첫째, 아귀찜이다. 아귀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된장과 고추장 양념으로 쪄서 매운맛이 강하다. 처음에는 생아귀찜으로, 현지에 가까운 맛을 원할 때는 말린 아귀찜에 도전한다. 달콤하고 담백한 먹거리를 원할 때는 장어구이를 추천한다. 마산어시장의 곰장어는 씹는 맛이 좋고, 붕장어는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복 요리다. 회, 불고기, 수육, 튀김, 무침 등 다양한 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전날 과음했다면 복국이 최고다. 통술집에 가면 마산 술상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이름값 하는 마산합포 여행의 방점이다.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 게스트하우스 리좀 http://cafe.naver.com/guesthouserhizome - 마산수산시장 http://susanmarket.modoo.at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http://moonshin.changwon.go.kr ○ 문의 전화 -창원시청 관광과 055-255-3690 -창동예술촌 055-222-2155 -MoolGlass 070-4642-6279 -꿀단지고서방 010-4577-2796 -갤러리 리아 055-222-2155 -MBC경남 창동스튜디오 055-250-5024 -부림시장 055-246-3729 -부림창작공예촌 055-243-6464 -마산어시장 055-221-0671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055-225-7181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 055-220-5690 ○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리좀 :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4, 070-8822-2081 - 마산m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67, 055-223-0550 - 호텔 사보이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삼호로 39, 055-247-4455 http://savoylove.blog.me/ ○ 식당 정보 - 오동동아구할매집(아구찜거리) : 아귀찜,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남2길 10, 055-243-5950 - 김인철동해장어막회(동해장어구이, 장어골목) : 장어구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산2길 103, 055-224-1004 - 목화통술(통술골목) : 통술,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구찜길 26 2층, 055-223-1661 - 코아양과 : 옥수수식빵,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28, 055-243-1331 - 복희집 : 팥빙수,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1-1, 055-242-1157 - 창동분식 : 박고지김밥,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0, 055-246-1467 - 고려당 : 꿀빵,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0길 68, 055-243-0011 - 6·25떡볶이 : 떡볶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2길 16-23, 055-247-4830 ○ 축제와 행사 정보 -마산가고파국화축제 : 매년 10월 경, 마산항 제1부두, 055-225-2341 -케이팝월드페스티벌 : 매년 10월 경, 창원종합운동장, 055-225-3691(창원시청 관광과)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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