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트레인을 타고 남도를 훑으며 주전부리 여행을 떠난다. S-트레인이 정차하는 역들은 모두 남도의 갖은 진미를 품고 있지만, 이번엔 늘 입이 궁금한 여행자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맛깔스러운 주전부리를 찾아간다. 남도해양관광열차인 S-트레인은 2013년 9월 남도를 관통하는 관광열차로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부산에서 출발해 마산, 진주, 하동, 순천 등을 지나 여수엑수포역까지 가는 노선과 서대전에서 출발해 전주, 순천, 벌교, 보성 등을 거쳐 광주송정역까지 가는 2개 노선으로 운행된다. 2개 노선은 각각 운행되지만 순천에서 갈아타면 부산에서 광주송정까지 갈 수 있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아우르는 S-트레인의 노선은 지도 위에 자연스런 S자를 그린다. 여행자에게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두루 다니며 남도의 독특한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편리한 열차다. S-트레인의 ‘S’는 ‘Sea’에서 따왔고 남도의 바다를 의미한다. S-트레인은 하루에 딱 한 번만 왕복한다. 아침에 출발지에서 떠난 열차는 도착지에 멈추어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을 기다렸다가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각 노선은 10개 남짓한 조용한 역에 잠시 멈춰 선다. 여행자는 어떤 역에서라도 내릴 수 있고,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어도 좋다. S-트레인을 타고 먼저 광주로 간다. 광주의 대표적 간식은 상추튀김이다. 깻잎튀김이나 고추튀김처럼 상추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것이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상추튀김은 각종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것을 말한다. 고기를 싸먹듯 상추 위에 튀김을 올려놓고 청양고추와 양파를 송송 썰어 넣은 매운 간장소스를 된장처럼 튀김에 올려 싸먹는다. 청양고추와 양파가 합세하니 튀김 특유의 느끼함이 가시고 의외로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상추의 아삭함과 튀김의 바삭함이 더해져 아삭바삭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서울에 치맥(치킨&맥주)이 있다면 광주에는 상맥(상추튀김&맥주)이 있다. 1만 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한 요기에 맥주까지 곁들일 수 있다. 광주 상무지구 치평동에 있는 ‘현완단겸’은 바로바로 튀겨내는 바삭한 상추튀김이 자랑이다. 광주 무등시장에도 유명한 상추튀김집이 있다. 재래시장의 정서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무등시장의 ‘튀김나라’도 괜찮다. 치자물을 넣은 튀김옷을 입혀 노란 빛깔의 튀김이 먹음직스럽다. 순천 번화가인 중앙로에는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빵집, 화월당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곳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이어져오고 있다. 화월당은 크게 두 종류의 빵만 판다. 하나는 볼카스테라, 또 하나는 찹쌀떡이다. 화월당의 명물이 된 볼카스테라 주문이 너무 밀려 다른 빵은 아예 만들 엄두조차 못 낸단다. 일제강점기부터 만들어 팔아온 만쥬와 쿠키 등 과자류가 몇 종 보이긴 하지만 구색 맞추기일 뿐 주력 상품은 아니다. 하나에 1,500원 하는 볼카스테라와 1,000원 하는 찹쌀떡은 늘 입이 궁금한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간식이다. 노란 볼카스테라의 부드러운 카스테라 속에는 팥이 가득 들었다. 팥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아주 달 것 같지만 생각만큼 많이 달지는 않다. 달달한 정도야 사람 입맛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디저트로 혹은 출출할 때 약간 달달하게 먹을 만한 정도다. 아직 이가 온전하지 않은 어린아이나 잇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좋아할 법하다. 카스테라의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편안하게 감돌며 고소한 향을 풍긴다. 오후 3~4시면 빵이 떨어질 때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여수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돌산갓김치다. 돌산갓을 김치로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여수에는 갓을 15%나 넣어 만든 갓빵과 갓파이가 있다. 특정 성분이 15% 이상 들어가면 기능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여수갓구운’의 갓빵은 기능성 빵이다. 매운 맛이 강한 갓을 어떻게 빵과 파이에 넣었을까? 갓에서 매운 맛이 나는 이유는 갓에 포함된 유황 성분의 독성 때문이다. 보통은 김치의 양념이 유황 성분을 분해시키는 작용을 해서 갓김치로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음식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한다. 여수갓구운 빵집의 주인은 갓빵을 만들기 위해 5년을 연구했고, 결국 유황 성분을 분해시키는 효소로 빵을 만드는 비법을 개발했다. 여수갓구운에서 만드는 기능성 빵은 여섯 가지다. 방풍잎과 천년초잼을 넣어 만든 고요타, 갓을 넣은 갓오동빵, 돌산갓파이, 갓티쿠키, 그리고 천년초를 넣어 만든 천년초피셀 등이다. 갓을 충분히 넣어 기능성 빵을 만들되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갓 맛은 거의 나지 않게 했다. 갓빵은 건강빵이다. 보통 밀가루 음식이나 빵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신트림이 나는데 이런 글루텐 부작용도 없다. 100년이 넘도록 인근의 농수산물이 집산하는 진주 중앙시장 안쪽에 이름마저 정겨운 수복빵집이 있다. 수복빵집의 메뉴는 간단하다. 찐빵, 단팥죽, 팥빙수 등 모두 팥이 주재료가 되는 간식들이다. 그 달달한 냄새와 침이 고이게 하는 막강 비주얼 때문에 수복찐빵은 진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유명하다. 수복찐빵은 여느 찐빵과는 좀 다르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운 질감의 팥이 빵 속에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찐빵의 온몸을 타고 흐른다. 흐르는 팥을 가득 묻혀 입안에 넣으면 “아, 이 맛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릴 때 먹던 촌스럽지만 기교 없는 달달한 맛이다. 달지만 질리지 않는다. 겉에 팥고물이 넘치도록 흐르니 안은 비어 있을 거라 예상하겠지만 안에도 고운 팥이 들었다. 안팎으로 팥이 흥건해서 너무 달 것 같지만 또 그렇지가 않다. 추억의 팥맛이 입맛을 당긴다. 빵도 퍽퍽하지 않고 쫄깃쫄깃하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빵 6개가 1인분으로 3,000원이다. 국내에서 농사지은 국산 팥만 사용하고 주인이 매일 직접 팥을 쑨단다. 국산 팥은 수입산에 비해 값이 2~3배 비싸다. 그러니 국산을 고집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산 팥만 쓴다. 주인 부부에게 빵집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려고만 하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억과 그리움, 허기진 배를 찐빵 하나가 과하지 않게 채워준다. 테이블 5개가 놓인 작은 빵집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손님이 줄을 서는 일도 태반이지만 12시 정각에 문을 열고 그날 만든 빵이 다 팔리면 그대로 문을 닫는다. 현완단겸 : 광주시 서구 상무중앙로 29, 062-375-3721 www.sangchoo.co.kr 튀김나라 : 광주시 남구 군분로 27, 062-674-5636 화월당 : 전남 순천시 중앙로 90-1, 061-752-2016 여수갓구운 : 전남 여수시 봉산1로 35, 061-643-0960 수복빵집 : 경남 진주시 촉석로201번길 12-1, 055-741-0520 1.찾아가는길 용산역에서 서대전으로 가는 KTX(07:50, 08:20)를 타면 서대전에서 출발하는 S-트레인(09:37)으로 갈아타고 순천과 벌교, 보성 등을 거쳐 광주송정까지 갈 수 있다. 부산 방면으로 가는 S-트레인을 타려면 순천에서 환승하면 된다. 하동과 진주, 마산, 창원 등을 거쳐 부산에 닿는다. 혹은 광주송정이나 부산, 순천, 여수엑스포역까지 KTX를 타고 바로 내려가 S-트레인 여행을 시작해도 좋다. 문의 : 1544-7788, www.korail.com 2.주변 음식점 괴목국밥 : 돼지머리국밥 / 전남 순천시 동외동 199-5 / 061-753-4124 두꺼비게장 : 간장게장 / 전남 여수시 봉산남3길 12 / 061-643-1880 천황식당 : 비빔밥, 육회 / 경남 진주시 촉석로207번길 3 / 055-741-2646 3.숙소 피아노모텔 : 전남 순천시 팔마로 153 / 061-743-1193 여수펜션 : 전남 여수시 엑스포대로 357 / 061-662-3333 동방관광호텔 : 경남 진주시 논개길 103 / 055-743-0131 http://www.hoteldongbang.com/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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