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에 홍엽이 가득하다. 찬바람과 함께 고양이 발걸음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은 단풍이 대구의 산하마저 옷을 바꿔 입게 만들었다. 단풍은 가을의 얼굴이요, 마음이다. 붉게 물든 단풍잎은 서리 맞아 요란히도 곱고, 노란 은행잎은 이슬 젖어 더욱 산뜻하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구 시내에서 붉은 빛 곱게 물든 앞산과 수목원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을 색을 이야기한다. 앞산은 도심과 인접해 단풍 구경을 나서기 용이하다. 앞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은 대구의 앞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불리던 것이 고유명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옛날에는 남쪽을 ‘앞’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는 것을 보면, 앞산은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을 수도 있다. 산성산(653m), 대덕산(546m), 비파산(501m)으로 이루어진 산자락은 능선과 계곡마다 삼림이 울창하다. 앞산에서 단풍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거나 산책로처럼 편안한 앞산 자락길을 걸으며 즐기는 것이다. 많이 걷는 것도 싫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가장 쉽고 편안한 것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앞산공원 관리사무소에서 15분쯤 걸으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 케이블카에 타면 승강장에서 산정 휴게소까지 795m를 천천히 오르며 단풍이 든 울긋불긋한 앞산의 풍경과 대구 시가지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앞산 단풍의 특징은 침엽수와 활엽수의 조화다. 산 전체가 새빨간 단풍으로 덮이지 않고 파란 잣나무 사이에 참나무의 황갈색이 점점이 박혀 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여행객의 마음에 와 닿는 자연의 색감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대구 시가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의 팔공산을 위시한 산줄기가 시가지를 둥그렇게 감싸고, 그 속에 아파트와 빌딩 등 고층 건물이 미니어처처럼 촘촘하게 들어섰다. 서쪽으로는 낙동강이 S자를 그리며 흘러 도시의 풍경에 여운을 남긴다. 전망대를 내려와 여유를 갖고 앞산의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락길을 걸어보자.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로와 달리 경사도가 낮은 2~3부 능선을 따라 조성돼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고산골 메타세콰이아길에서 달비골 청소년수련관까지 14km 구간에 걸쳐 6개 코스가 조성되었다. 1코스인 고산골 메타세콰이아길에는 약 1km의 맨발 등산로가 조성되었다. 단풍 구경하며 삼림욕도 즐기고, 맨발로 걸으며 숲의 싱그러움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각 코스 간 거리는 1.5~2.9km로 가장 긴 코스가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단풍 구경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것으로 앞산 순례가 끝난 게 아니다. 앞산 아래에는 맛 둘레길, 카페 거리, 안지랑 곱창 골목 등이 조성되어 있어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분위기 좋은 테라스 카페에 앉아 커피 향과 함께 전해지는 가을의 정한을 누려도 좋고,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도 좋다. 모두가 단풍의 여운을 간직한 채 앞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도심 속 단풍 명소로 대구수목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본래 생활쓰레기 매립장이었다. 그 위에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을 7m가량 덮어 2002년 5월에 전국 최초로 도시형 수목원을 조성했다. 면적 24만 6000여 m²에 식물 1750종 45만 본이 있으며, 그중 6만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을 통과해 들어가면 침엽수원을 시작으로 각각의 주제를 지닌 20여 개의 소원을 지나게 된다.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서 제일 안쪽 한국의 전통 정원으로 이어진 길은 크게 세 갈래다. 오른쪽 길은 고운 색을 뽐내는 단풍을 즐기면서 흙을 밟는 길이고, 왼쪽 길은 나무 데크가 놓인 길이다. 대구수목원은 다양한 수종의 단풍과 야생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빨간 단풍 터널이 있는가 하면, 노란 은행나무가 예쁜 색을 전하기도 한다.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도 가을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단풍이 물든 나무 아래에는 작지만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앙증맞은 꽃망울이 더해져 더욱 특별하게 보인다. 10월 말부터 국화축제가 열린다.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의 홍단풍길은 숨겨진 명소다. 허브정원을 지나면 빨간 단풍이 터널을 이루는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밝은 햇살에 단풍잎이 반짝이는 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더없이 좋다. 단풍길에선 하늘도, 땅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 이외에도 다양한 테마의 정원을 비롯해 가족형 동물원, 공연, 전시, 짚라인 등 체험 시설 등을 고루 갖춰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 오가는 길에 가창면 용계마을에 들르면 길가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찐빵 가게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가창 찐빵 골목이라 불리는 이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찐빵 마을이다. 500여 m에 걸친 길가에 9곳의 찐빵집이 모여 제각각 먹음직스런 찐빵을 쪄낸다. 찰진 빵에 당도는 낮추고 양은 늘린 팥소를 넣은 것이 가창 찐빵의 맛 비결이다. 찰진 찐빵을 호호 불어가며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팥소가 입 안 가득 달달함을 전한다. 마비정벽화마을은 정겨운 시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대구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던 마을이었는데, 2012년부터 마을 35여 가구 담장에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벽화를 그리면서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연 날리고 얼음 지치는 겨울 풍경, 쟁기질 하는 황소,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아이들, 난로 위에 도시락을 빼곡하게 올려놓은 교실 풍경, 나무 등걸에 앉아 노래하는 새 등 도시인의 감성을 따뜻하게 자극하는 향수가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시골의 서정적 향수가 잘 담겨 있어 ‘우리 부모님들은 이렇게 사셨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당일 여행 코스> 대구수목원→마비정벽화마을→앞산→앞산 카페 거리(안지랑 곱창 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대구수목원→마비정벽화마을→에코테마파크 대구 숲→수성유원지 둘째 날 / 앞산 자락길→앞산전망대(케이블카)→앞산 카페 거리→안지랑 곱창 거리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대구관광안내서비스 http://tour.daegu.go.kr -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www.daegu.go.kr/Apsanpark - 대구수목원 www.daegu.go.kr/Forestry -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 www.daeguforest.com ○ 문의 전화 -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053-803-7420 - 대구수목원 053-803-7270 -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 053-761-740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다음 날 01:30)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코버스 www.kobus.co.kr [기차] 서울역-동대구역, KTX 하루 60여 회(05:10~23:00) 운행, 약 1시간 40분~약 2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김천 JC→경부고속도로→금호 JC→중부내륙고속지선→남대구 IC→구마로 따라 약 5km 진행→앞산사거리 우회전→앞산공원 주차장 ○ 숙박 정보 - 히로텔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053-421-8988 - 호텔인터불고 대구 : 대구 수성구 팔현길, 053-602-7114 www.ibhotel.com - 대구 그랜드호텔 :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053-742-0001 www.daegugrand.co.kr - 엘디스리젠트호텔 : 중구 달구벌대로, 053-253-7711 www.eldishotel.com ○ 식당 정보 - 오월에메밀 : 메밀묵사발,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053-626-6655 - 곤지곤지식당 : 보리밥,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053-656-8872 - 대덕식당 : 선지국밥,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053-656-8111 - 돈박사곱창막창 : 곱창구이, 대구 남구 대명로 36길, 053-624-1855 - 원조할매 충북곱창막창 : 곱창구이, 대구 남구 대명로 36길, 053-627-1856 ○ 축제와 행사 정보 - 대구수목원 국화축제 : 2018년 10월 27일 ~ 11월 11일, 대구수목원, 053-803-7270 www.daegu.go.kr/Forestry ○ 주변 볼거리 근대 문화 골목, 방천시장 김광석길, 수성유원지, 팔공산 순환도로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의 모든 콘텐츠(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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