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친 요즘, 시원한 바다가 그립다.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한 바다는 생각만 해도 지친다. 이럴 때 강원도 고성으로 가보자. 해안을 따라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줄을 잇는다. 연청록부터 짙푸른 감색까지 오색 물빛의 바다 앞에 서면 동남아 바다 부럽지 않다. 독차지한 듯 한적하기까지 하다. 고성 바다를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고성의 내노라는 해변 중에 으뜸은 화진포해변이다. 이토록 깨끗한 바다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맑은 바다가 반긴다. 고운 모래사장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고, 해변 뒤로 울창한 송림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최고의 장점은 한여름에도 한적하다는 것이다. 맑은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도 좋고, 발에 닿는 고운 모래를 느끼며 맨발 걷기도 좋다. 수평선까지 층층이 변하는 푸른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주저앉아 있어도 그만이다. 화진포에는 특별한 명소도 많다. 김일성 별장으로도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바로 화진포에 있다. 울창한 솔숲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몽돌로 꾸며진 성이 나타난다. 1938년 독일 건축가 베버가 선교사의 의뢰를 받아 예배당으로 지은 건물이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김일성 가족이 여름 휴양지로 즐겨 찾았다고 한다. 1948년 6살이던 김정일이 계단에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절경이다. 흔히들 ‘화진포의 성’만 보고 되돌아간다. 하지만 화진포의 진짜 숨겨진 비경은 이제부터다. ‘화진포의 성’ 옆으로 응봉 정상까지 솔향 가득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빼곡한 소나무 숲길은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다. 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 함께 한다. 20분 남짓 올라가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응봉 정상에 닿는다. 응봉 정상에 오르면 해발 122m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뷰가 펼쳐진다.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 속에 바다와 호수가 근사하다. 화진포 호수 뒤편으로 금강산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고, 화진포해변 너머로 해안을 따라 초도항, 대진등대는 물론 북한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거진항이다. 한때 전국 명태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명태잡이로 유명했다. 최근 거진항에 또 다른 명소가 하나 있다. 거대한 바위섬까지 이어진 백섬해상전망대다. 해안도로에서 홀로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백섬까지 해상 산책로가 놓였다. 길이 137m, 최고 25m 높이의 해상 산책로를 걸으면 투명한 쪽빛 바다 위를 걷는 듯 아찔하다. 백섬은 원래 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들어서 갈매기들만 놀던 작은 섬이었다. 갈매기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서 ‘백섬’으로 불린다. 특히 일몰이나 일출 때는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고 한다. 백섬 앞 작은 해변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얕아서 아이들과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거진항에서 남쪽으로 23km를 내려오면 고성 8경에 드는 천학정을 만난다. 천학정이라 새긴 표지석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아담한 정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누각에 오르면 푸른 동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학정, 북쪽으로는 능파대까지 보인다. 정자 주변의 기암들은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중에 고개 내민 고래, 코끼리얼굴, 손모양, 모자 쓴 불상얼굴 등 특별한 바위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암항 옆에 자리한 천학정은 다른 정자에 비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31년에 세워졌다. 하지만 간직한 풍경만큼은 역사 깊은 정자 못지않다. 동해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해안절벽 위에 아스라이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100년이 넘는 해송들은 고즈넉한 정자의 멋을 더해준다. 정자에서 바다를 감상했다면 이번엔 정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로 옮겨 보자. 정자에서 내려와 오른쪽에 교암항 등대가 보인다. 쪽빛 바다와 하얀 등대 그리고 항구의 운치를 즐기며 걷다 보면 금세 등대에 닿는다. 등대에서 뒤돌아보면 멋진 기암절벽 위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보이고, 한가운데 천학정이 앉아 있다. 고성에 ‘BTS 성지’가 있다 바로 백암해변과 문암항 사이에 있는 능파대다.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의 능파대는 파도가 바위를 덮치는 모습을 사뿐사뿐 걷는 미인의 걸음걸이에 비유했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돌섬으로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자리도 보인다. 대규모 타포니 군락인 능파대는 바닷물의 소금 결정이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구멍이나 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염풍화작용을 거치며 만들어진 천태만상의 바위는 어떤 예술작품보다 멋지다. 2021년 BTS가 윈터 패키지 화보를 찍으면서 ‘성지’로 거듭났다. BTS처럼 멋진 바위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신기한 바위 탓일까? 능파대 너머 보이는 쪽빛 바다는 한층 더 푸르게 다가온다. 능파대에서 아야진해변이 5분 거리다. 물이 얕고 깨끗해서 해수욕을 즐기기 안성맞춤인데다가 주변에 예쁜 카페들이 몰려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장한다. 고성문화관광 : https://www.gwgs.go.kr/tour/index.do 고성관광안내 : 033-680-3677 화진포해변 : 강원도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 화진포길 386 백섬해상전망대 : 강원도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산 105번지 천학정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학정길 10 능파대 : 강원도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 글·사진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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