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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나온 가장 달달한 로맨틱 멜로드라마를 꼽자면 단연 <별에서 온 그대>다.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명대사와 명장면도 화제다. 그 가운데 장암저수지, 쁘띠프랑스, 소령원 숲속 등 경기도 촬영지는 사랑스런 장면의 집약이다. <별에서 온 그대> 10회 에필로그에서 천송이(전지현 분)가 말한다. “의존증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때는 늘 치맥을 찾곤 하죠. 그렇다고 닭다리를 보고 설레진 않아요. 근데 이건 설렌다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바짝 타면서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 불안한 게…….”가끔씩 찌릿한 전기(!)로 다가오는 드라마가 있다. 우연히 옛사랑을 만난 것 같은 모처럼의 설렘이다. 기어이 TV 브라운관 앞에 자리를 잡게 만드는 마력이다. 마치 우울할 때 먹는 ‘치맥’처럼! 물론 그 속에는 닭다리가 줄 수 없는 두근거림이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왕조실록》 20권에 나오는 기이한 기록에서 출발한다. 1609년 여러 고장에서 동시다발로 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됐다는 진술이다. 그때 정착한 외계인이 400년 지나 서울에 살고 있다는 설정이다. 거기에 별에서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 같은 지구인 톱스타 천송이의 사랑이야기가 덧붙여졌다. 그 알콩달콩한 ‘케미’는 치맥 이상의 중독성을 발휘했다. 덕분에 줄곧 2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옥같은 대사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 같은 장면이 빠질 수 없다. 여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 장소에 서면 마치 ‘그대의 별’에 온 것만 같은 기시감이 생겨난다. 11회에 등장한 얼음낚시터가 그랬다. ‘대한민국 미혼 남자가 연애하고 싶은 여자 1위 천송이’는 자신의 고백에 냉담한 도민준의 반응이 좀체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재차 확인하고자 도민준의 낚시 여행에 동행한다. 도민준은 얼음저수지 위에 텐트를 치고 얼음을 깨고 낚시 준비를 한다. 모처럼 바깥으로 나온 천송이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눈 쌓인 저수지 위를 뛰어다닌다. 마치 연인처럼 군다. 그러자 도민준이 묻는다. “정말 내 대답이 듣고 싶어 여기까지 온 거야?” 천송이는 다시 한 번 마음을 전한다. “아니, 같이 있고 싶어서. 근데 대답이 듣고 싶기도 해” 그 장면이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로맨틱한 설원 위에서 쓸쓸하게 돌아서는 사랑의 그림자 때문이다. 촬영지는 포천의 국망봉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장암저수지다. 국망봉자연휴양림은 경기도의 다른 휴양림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다. 사설 휴양림으로 아는 이들만 찾는 곳이다. 특히 장암저수지가 매력이다. 입구에서 10분 남짓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기대치 않은 선물이다. 너른 호수와 계곡의 원류 너머 거침없는 고봉까지 단숨에 시선을 앗아간다. 고봉의 그림자는 호수 위에 어려 계절의 풍미를 담는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이, 가을에는 불꽃같은 단풍이 주인공이다. 겨울에는 굳게 다문 빙판 위의 겨울왕국이다. 꽁꽁 언 얼음호수는 텐트까지는 아니어도 기어이 얕은 걸음이나마 내딛게 만든다. 그 조마조마한 걸음걸이가 천송이와 도민준의 사랑을 닮았다. 극중 촬영은 겨울에 이뤄졌으나 어느새 봄의 초입이다. 따스한 기운이 슬며시 겨울의 자국을 지워낸다. 그럼에도 그늘진 곳의 잔설이 <별에서 온 그대>의 여운을 전한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 산책이나 통나무집 숙박을 권한다. 호수와 나란한 산기슭에는 잣나무와 소나무 등 상록수와 낙엽송 63만 주가 숲을 이룬다. 그 품에는 통나무집도 여럿 있다. 하루를 묵어가면 드라마처럼 밤의 호숫가에서 호젓한 별의 찬가를 들을 수 있다. 도민준은 천송이가 떠난 늦은 밤, 허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해 아버지처럼 따르는 장 변호사를 불러 제 속마음을 꺼낸다. “같이 늙어간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천송이와) 같이 늙어가고 싶습니다.” 11회의 에필로그는 본편에 나오지 않은 숨은 사건을 펼쳐 보인다. 시간을 멈춘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다가가 몰래 입맞춤한다. 이를 알 리 없는 천송이는 홀로 가슴앓이다. 눈 내린 얼음호수 위의 달달한 반전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된 한 주 후에는 동일 시간대의 KBS 드라마 <감격시대>도 장암저수지를 찾았다. 신정태(김현중 분)에게 바람맞은 김옥련(진세연 분)이 김수옥(김재욱 분)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전축을 틀어놓고 어설픈 왈츠를 추듯 얼음을 친다. 시대와 배경과 채널은 달라도 낭만은 한 결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천송이의 사고 이후 상황은 역전된다. 이번에는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속마음을 전하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 15회는 주연에서 조연급으로 전락한 천송이의 극중 영화 촬영 장면이다. 한 신을 찍으려 밤을 새다 홀로 남겨진 천송이와 그녀를 기다리던 도민준의 솜사탕처럼 달달한 러브 스토리다. 쁘띠프랑스는 2008년 청평호변에 들어선 작은 프랑스 마을이다. 한홍섭 씨가 20년에 걸쳐 프랑스의 전원마을을 실현했다. 공간의 큰 테마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다. 마을은 전시관과 공연장, 체험시설, 숙박동 등으로 이뤄져 있다. 모든 건물은 옛 프랑스의 전원 분위기다. 150년 전 프랑스 고택을 옮겨놓은 주택전시관은 18세기 귀족의 의자에서 가구와 그림, 침대까지 현지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3층 규모의 생텍쥐페리 기념관과 오르골하우스도 흥미롭다. 생텍쥐페리의 작품세계와 환상의 오르골들이 기다린다. 그 사이에 자리한 건물들도 이국적이며 동화 같은 생김이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드라마의 촬영지들이다. 쁘띠프랑스는 <별에서 온 그대> 이전부터 촬영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제일 먼저 알려진 건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다. 주인공들의 연습장, 강마에의 집 등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대부분 쁘띠프랑스였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김주원(현빈 분)과 길라임(하지원 분)이 처음 만난 곳이다.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역시 두 주인공이 밀고 당기는 과정을 지나 비로소 달콤한 연애시대를 연다. 천송이와 도민준이 키스한 곳은 쁘띠프랑스의 중심인 야외광장이다. 프랑스의 3대 벼룩시장 중 하나인 생투앙을 모티브로 한 골동품전시관 옆이다.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기뇰극장과 생텍쥐페리 기념관이 나온다. 그 계단으로 촬영장에 홀로 남겨진 천송이가 걸어 내려왔고, 도민준이 미끄러진 그녀를 안았다.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키스하려는 순간, 전등이 꺼진 쁘띠프랑스에 하나둘 불이 들어온다. 두 사람 가까이의 골동품전시관은 눈송이처럼 탐스런 여러 개의 전구가 가장 밝은 불빛을 뽐냈다. 그 곁에는 어린왕자와 붉은 여우의 동상도 앙증맞다. 쁘띠프랑스는 당분간 저녁 8시까지 야간 개장할 계획이다(종료일 사전에 확인할 것). 골동품전시관 앞에서는 거리의 악사가 작은 음악 공연을 펼친다. 1880년대부터 전해오는 프랑스의 전통 손인형극 기뇰과 체코의 줄 인형 마리오네트도 작지만 알찬 공연이다. 쁘띠프랑스 촬영 이후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정겨운 날들을 이어간다. 그 가운데 16회에 천송이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세미와 두 번째 영화를 찍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의 ‘NG’사인에 천송이는 숲속에서 몇 번이나 몸을 던져 구르고 또 구른다. 이 장면과 함께 천송이가 대기시간에 도민준의 초능력을 빌려 타짜로 등극하는 장면도 같은 장소에서 촬영했다. 파주에 있는 소령원 근처 숲이 그 배경이다. 소령원은 사적 제358호로 조선 숙종의 후궁이며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 씨의 무덤이다. 그녀는 드라마 <동이>의 실제 인물이다. 들머리에는 고목들이 높이 솟아 숲을 이룬다. 그래서 소령 숲이라고도 불린다. 영조의 후궁인 정빈 이 씨의 묘 수길원도 지척이다. 하지만 소령원과 수길원은 문이 굳게 닫혔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화의 촬영은 소령원이 아니라 샛길 안쪽으로 난 숲길 끝자락에서 이뤄졌다. 음식점인 ‘소령원숲속’이다. 침엽수 숲길의 끝자락에 너른 마당을 간직한 집이다. 늦은 밤 모닥불을 쬐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곳에서 그려진다. 막 사랑을 시작해 들뜬 천송이의 모습은 톱스타가 아닌 보통의 연인이다. 100일째에는 남산타워 꼭대기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열쇠를 매달고 싶고, 1000일째에는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보통의 데이트다. 실상 소령원은 짧은 숲길을 제외하면 별다를 것이 없다. 소령원숲속 또한 음식점이자 사유지라 출입에 제약이 따른다. 그렇기에 소령원 여행에는 인근 보광사와 연계한 코스를 추천한다. 보광사는 소령원과 무관하지 않은 사찰이다. 소령원에 묻힌 숙빈 최 씨의 영정과 신위를 모신 어실각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도민준과 천송이의 사랑도 비몽이었을까. 보광사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새삼 떠오른다면 그건 아마도 장암저수지에서 꾼 도민준의 꿈 때문일 것이다. 천송이와 데이트를 즐기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보통의 부부로 살아가는 꿈.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꿈은 깨고 나면 더욱 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애당초 행복한 꿈은 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꿈이기만 했을까. 드라마가 끝나면 결국 다시 현실이다. 그리고 이곳 또한 지구, 별이다. 장암저수지(국망봉자연휴양림) :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산74, 031-532-0014 cafe.daum.net/hookmang 쁘띠프랑스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616, 031-584-8200 www.pfcamp.com 소령원 :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소령원길 41-65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장암저수지 : 47번 국도 진접(광릉내) 방면 → 내촌베어스타운 → 일동 → 이동교에서 국망봉 방면 우회전 → 생수공장 지나 우회전 → 국망봉자연휴양림 내 쁘띠프랑스 : 서울춘천고속도로 화도IC → 춘천, 청평 방면 → 대성리 → 청평댐 입구에서 고성리(호명리) 방면 소령원 : 서울외곽순환도로 통일로IC → 문산 방면 → 벽제동 삼거리에서 우회전 → 됫박고개 → 보광사 → 영장삼거리에서 우회전 → 능촌교에서 좌회전 * 대중교통 장암저수지 : 동서울터미널에서 포천(와수리, 사창리행) 버스 이용, 이동터미널 하차. 국망봉자연휴양림까지 택시 이용(요금 5,000~7,000원) 쁘띠프랑스 : 경춘선 청평역 하차. 가평시티투어버스 또는 청평터미널(도보 10분)로 이동 후 고성리행 시내버스 이용 소령원(숲) :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2번 출구로 나가 333번 버스 이용. 영장삼거리에서 하차해 삼거리에서 우회전 후 500미터 이동. 능촌교 끼고 좌회전 700미터 2.주변 음식점 소령원숲속 : 오리백숙 / 파주시 광탄면 소령원길 41-104 / 031-948-0052 시골보리밥집 : 시골보리밥 /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471번길 32-22 / 031-948-7169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 : 이동갈비 /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087 / 031-532-4459 http://김미자할머니갈비.kr/skin15/index.php 그옛날두부집 : 버섯두부전골 / 가평군 청평면 갈오현로 5 / 031-584-0182 3.숙소 유일레저타운 :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 877 / 031-948-6161 팔레스오브드림호텔 :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600번길 44 / 031-949-5120 국망봉자연휴양림 :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산74 / 031-532-0014 cafe.daum.net/hookmang 휴글램핑 :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440-3 / 010-2916-3456 http://cafe.daum.net/camping2010 쁘띠프랑스 :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616 / 031-584-8200 www.pfcamp.com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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