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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성, 《동국여지지》에선 선비들이 문학을 숭상하는 고장이라 했고, 《여지도서》에선 민심이 순박하고 근검하다 했다. 조선시대엔 ‘생거장성(生居長城)’이란 말까지 등장해,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자자했다. 그 생거장성을 여행으로 만나보자. 조선시대 정치권력을 둘러싼 싸움 속에서 충절과 의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새로 세운 뒤 정도전, 조준 등과 달리 충절을 중히 여긴 사람은 한양과 거리를 뒀다. 전라도는 권력욕 없이 학문에 매진하려는 학자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장성의 사림 형성과 유학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하서 김인후를 꼽을 수 있다. 장성 필암서원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김인후는 퇴계 이황과 함께 성균관에서 학문을 닦았다. 훗날 이황은 “성균관에서 벗 한 사람을 사귀었으니 하서 한 사람뿐”이라고 했는가 하면, “하서의 도학을 짝할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김인후의 품성과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인후는 왕세자의 스승이기도 했다. 중종 15년 세자로 책봉된 인종이 그를 거쳐 학문을 익혔다. 이어 중종 35년, 김인후는 문과에 급제한 뒤 조선시대 삼사 중 하나인 홍문관 부수찬을 거쳐 전라도 옥과의 현감이 됐다. 인종이 승하한 뒤 당쟁이 치열할 것을 염려해 현감 관직을 버리고 장성으로 내려와 성리학 연구에 매진했다. 덕분에 장성의 유학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김인후가 타계한 지 30년이 지나 선조 23년에 호남의 유림은 장성읍 기산리에 사우를 짓고 그의 위패를 모셨다. 장성 최초의 서원이었다. 현종 3년엔 유생들의 요청에 따라 '필암'이라는 액호를 하사받고 서원으로 승격됐다. 필암은 김인후의 고향에 있는, 붓처럼 예리한 바위에서 따왔다. 이후 서원이 수해를 당할 것을 염려해 현종 13년에 지금의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 원필암마을로 옮겨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암서원의 누문인 확연루 앞, 뒤편의 작은 산이 모난 능선 없이 유연하게 평지를 감싼 형세다. 필암서원의 두 번째 자리를 찾는 선비의 눈에 이만한 명당이 없었으리라. 서원의 건물 구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17세기 후반에는 제향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19세기에는 사당과 강당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필암서원은 이 두 가지 특징이 균형을 이루던 시기에 만들어져 건물 구성이 독특하다. 현재 사적 제242호로 지정돼 있다. 내부는 전학후묘로 교육 공간이 앞, 제향 공간이 뒤에 놓였다. 선비들이 모여 강의를 듣고 학문을 토론했던 청절당, 김인후 선생의 위패가 봉안된 우동사, 인종이 하사한 목죽도의 판각과 정조의 어필을 볼 수 있는 경장각, 김인후 선생의 문집목판과 유목목판이 보관된 장판각 등 건물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체적인 구조는 남북 방향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필암서원 유물전시관에선 장성과 서원 그리고 김인후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줄기차게 뻗은 노령 푸른 산맥 장성의 등뼈 / 기름진 땅 적셔주는 황룡강물 장성의 젖줄” ― 박목월 작사 <장성군민의 노래> 중에서 장성의 젖줄인 황룡강과 장성호 주위를 드라이브하며 그 풍광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장성의 등뼈, 노령의 푸른 자태는 어디서 만끽할 수 있을까. 노령 등뼈 중 고운 자태의 백암산 아래 백양사가 좋겠다. 백양사를 가을 풍경으로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푸른 백양사라고 그 매력이 어디 가겠는가.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에 여환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호남불교의 요람이다.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으나 고려 덕종 3년, 중연선사가 크게 보수한 뒤 정토사로 불렸다. 그럼 백양사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조선 선조 때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했다. 법회 3일째,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그리고 7일간 계속된 법회가 끝나자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저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이 되었는데 스님의 설법을 듣고 환생하여 천상으로 가게 됐다”며 절을 했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불렀다. 백두대간이 남으로 치달려 서쪽으로 맥을 더 뻗는다. 남원, 순창 일대를 거쳐 장성 지역으로 뻗은 노령산맥이다. 백양사는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위치해 경관이 빼어나며 기도가 영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청량한 기운이 넘쳐 정신수양에 좋은 산사로 전해진다. 게다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갑오농민개혁 등 위기 속에서 나라와 민중에 힘을 보탠 스님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1974년에 홍길동 생가가 발굴, 공개됐다. 실존 인물로 홍길동이 조명받기 시작한 때다. 홍길동이 실존했느냐는 논란 속에서 장성군은 1997년 전문가들을 구성해 홍길동 생가터와 유물 발굴, 현지 확인 등 고증 작업에 나섰다. 이어서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 장성 하면 홍길동이요, 홍길동 하면 장성이다. 소설 속 영웅 홍길동이 아닌 실존 인물 홍길동을 만나러 가보자. 홍길동 생가는 안채, 아래채, 사랑채, 문간채 등으로 구성됐다. 고증을 거쳐 복원한 홍길동 생가는 15세기 명문가의 한옥 형식이다. 근방에 있는 전시관에서 생가 발굴 유물과 실존성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 전시에 따르면, 홍길동은 15세기 중엽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다. 차별받던 민중을 규합해 활빈당을 결성한 후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실천적 삶을 살았다. 결국 관군에 체포됐으나 무리를 이끌고 탈출해 일본 오키나와로 진출했다. 아쉽게도 그의 마지막 행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일대기 외에도 실존 인물 홍길동에 관한 재미있는 전시가 많다. 산채체험장은 홍길동의 활동 근거지를 참조해 만든 시설이다. 일본에 남아 있는 홍길동 거주지 유적과 '홍길동 산성'으로 알려진 공주 무성산성을 참조했다고. 산채는 총 9동으로 망루, 축사, 의적의 집, 당수의 집으로 구성됐다. 망루에 오르면 공원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특히 노령산맥의 기운이 느껴지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테마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청백한옥은 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안채부터 4명이 숙박할 수 있는 행랑채까지, 총 1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한옥 내 취사는 주방시설이 완비된 대갓집에 한해 허용된다. 야영장도 마련되어 있는데, 텐트용 데크 25개 규모다. 편의시설은 취사장 5동, 세면장 4동, 놀이마당, 어린이 놀이터 등이 마련돼 충분한 편이다. 필암서원 주소 :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로 184 문의 : 061-390-7242 백양사 주소 :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문의 : 061-392-7502 http://www.baekyangsa.or.kr/ 홍길동테마파크 주소 : 전남 장성군 황룡면 홍길동로 431 문의 : 061-394-7242 http://www.honggildong.com/ 1.주변 음식점 상무가든 : 오리전골, 한방오리훈제 / 장성군 삼서면 소룡길 69 / 061-394-2700 산골짜기 : 꿩샤브샤브 / 장성군 황룡면 홍길동로 388-14 / 061-393-0955 단풍두부 : 단풍두부보쌈, 단풍두부전골 /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115-7 / 061-392-1515 대성산채 : 산채정식 /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104 / 061-392-6886 2.숙소 청백한옥 : 장성군 황룡면 홍길동로 433 / 061-393-9466 http://www.bwh.kr/ 백양관광호텔 :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941 / 061-392-2114 http://www.baegyanghotel.co.kr/ 은혜가족호텔: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129-14 / 061-392-7200 http://www.eunhyehotel.com/ 글, 사진 : 안정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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