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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궁궐들은 서울 시내 어느 곳보다도 화려한 봄꽃잔치를 벌인다. 4월에는 매화, 살구꽃, 진달래꽃, 산벚꽃, 앵두꽃, 철쭉, 모란 등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 궁궐 답사에 나선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궁궐에 숨은 사연도 공부하고 꽃길도 산책한 다음, 무슨 별미를 맛볼까? 가족들의 입맛을 살려주는 맛기행을 떠나보자.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등 경복궁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국립고궁박물관까지 관람한 다음 식사를 하러 경복궁역 2, 3번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서부터 자하문로를 따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이르기까지 맛집들이 도로 양편에 즐비하다. 주머니 사정이나 식구들의 식성에 따라서 식당을 고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통인시장으로 들어가보자. 일자형 전통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통 도시락카페 가맹점’이라는 자그마한 간판을 내건 반찬가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시장 골목 중간에 자리한 도시락카페에서 엽전을 구입해, 이것으로 반찬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들을 사서 다시 카페로 돌아와 식사를 하면 된다. 도시락카페에서는 엽전을 1개당 500원에 판다. 한 사람이 10개 정도 구입하면 적당하다. 엽전과 빈 도시락통을 받아들고 반찬가게, 분식집, 떡집 등을 돌아다니면서 입맛대로 도시락을 채우면 된다.카페로 돌아와 밥과 국(각 1,000원씩)을 더 사면 ‘통인시장 도시락으로 한끼 해결하기’ 프로젝트가 무난히 해결된다. ‘가격 대비 맛도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중평이다. ‘통인시장 도시락카페’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도전한다. 서울 4대문 안에는 노포, 즉 오래된 점포들이 여럿 있다.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서는 생태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안성또순이는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이다. 주변 신문사, 병원, 은행, 보험사 등에서 근무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 노포들을 단골로 드나든다. 그만큼 맛이 변함없이 꾸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희궁 답사와 서울역사박물관 관람을 끝낸 뒤 구세군회관으로 내려가서 왼쪽 골목으로 꺾어 세계일보 방면으로 가다 보면 널찍한 주차장을 갖춘 안성또순이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 식당이 서울 시내에서 생태찌개를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상호에서부터 주인아주머니의 손맛과 부지런함이 연상된다. 그렇다. 안성 또순이 최점례(78) 씨는 처녀 시절 국극단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했으며, 1970년대 중반 한국씨티은행 뒤편 문화방송과 경향신문사로 오르는 뒷골목에서 안성또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식당 문을 열었다. 당시 우거지찌개, 생태찌개가 대표 메뉴였는데 점심시간과 퇴근 무렵이면 자리쟁탈전이 치열했다. 그러나 개발 바람에 밀려 식당은 논현동으로, 청진동으로 이전했다가 2007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본산이나 러시아산을 사용하는데 식감이 매우 부드럽다. 단골손님이 찾거나 귀중한 접대 자리면 최점례 씨의 삶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중화문에 이르는 길은 4월 초순과 중순에 산벚꽃이, 석조전 뒤 오솔길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산철쭉이, 함녕전 뒤는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모란이 피어나 봄나들이를 행복하게 한다. 덕수궁에 이어 돌담길을 돌아 중명전까지 답사했다면 정동극장 레스토랑이나 중명전 입구에서 붉은 벽돌 건물인 신아기념관 사이에 들어선 식당과 카페를 주목하자. 그중 ‘덕수정’은 45년 역사를 자랑한다. 1970년 ‘학생사’라는 분식집으로 개업해 이화여중고 등 인근 학교 학생들을 주로 상대했다. 10년 뒤에는 간판을 ‘덕수정’으로 바꿔 달았다. 부대찌개를 비롯해 오징어볶음,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대구매운탕, 삼치구이, 우거지갈비탕 등 한식집에서 흔히 보는 메뉴들로 손님을 맞이한다. 평일 점심에는 최대 100명을 수용하는 식당이지만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서울시청 공무원과 정동제일교회 신도, 서울시립미술관과 정동극장 관람객 등이 주로 이용한다. 신아기념관과 이웃한 샌드위치 바 ‘르풀’은 연어·아보카도·치즈비프·햄&치즈샌드위치, 파니니, 라자냐, 샐러드 등을 판매한다. 유럽풍 인테리어에 여성들이 주방과 홀 서빙을 담당하기 때문인지 여성 고객이 많이 찾는다. 창경궁 경춘전 부근에서는 4월 초순부터 하순까지 앵두꽃, 옥천교 일대에서 그와 비슷한 시기에 살구꽃, 홍화문에서 온실 사이는 5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산철쭉이 핀다.창경궁 답사 뒤 맛집은 소나무길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다. 창경궁에서 나와 혜화동로터리로 가다 보면 중간에 성균관대 입구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대학로시티 앞을 지나 4호선 혜화역에 이르는 길이 소나무길이다. 이름 그대로 상가가 빼곡한 길에 키 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길에 한식집은 물론 인도, 일본, 멕시코, 이탈리아,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음식점이 몰려 있어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할지 어리둥절해진다. 소나무길과 대학로가 만나는 지점 조금 못 미친 곳에서도 사자 석상이 지키는 한식당을 볼 수 있다. ‘솔나무길된장예술’이라는 식당이다. 된장비빔밥, 간장게장밥, 양념게장밥을 메인 메뉴로 내세운다. 식후에는 바로 옆 ‘전광수커피하우스’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괜찮다. 창덕궁의 봄꽃 감상 명소는 낙선재 부근이다.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는 매화,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병아리꽃, 5월에는 모란과 감꽃 등이 피어난다. 점심시간에 건강한 상차림을 원한다면 ‘뭉치바위’를 추천한다. 돈화문으로 나와 창덕궁 돌담을 끼고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창덕궁길과 1길이 만나는 부근에 식당이 있다. 20년 동안 한자리에서 제육쌈밥정식으로 승부를 걸어온 곳이다. 이름 그대로 제육볶음과 쌈밥정식이 함께 나온다. 2인분 이상부터 주문 가능하다. 제육볶음은 매일 동네 정육점에서 생돼지 앞다리살을 사다가 만든다. 나물무침, 도토리묵, 멸치조림 등 밑반찬도 깔끔하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숟가락으로만 자를 수 있는 대형 달걀말이다. 점심시간에 여럿이 찾는다면 일찌감치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1.주변 음식점 토속촌삼계탕 : 삼계탕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5 / 02-737-7444 안성또순이 : 생태찌개 /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18 / 02-720-5670 덕수정 : 오징어볶음 / 서울시 중구 정동길 41 / 02-755-0180 르풀 : 샌드위치 / 서울시 중구 정동길 33 / 02-3789-0400 솔나무길된장예술 : 서울시 대학로11길 9-2 / 02-745-4516 뭉치바위 : 제육쌈밥 /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1길 10 / 02-745-2289 2.숙소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38 / 02-731-1000 세림호텔 : 종로구 인사동길 37-11 / 02-739-3377 고궁호텔 : 종로구 율곡로 164 / 02-741-3831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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