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 길은 세계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DMZ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그만큼 예약하기가 힘들어 방문할 기회가 온 것은 로또 맞은 것과 같다고나 해야 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평화의 길은 현재 고성, 철원, 파주에 조성돼 있는데 그중에 고성 DMZ 평화의 길은 길들지 않은 산과 에메랄드빛 바다의 멋을 두루 갖췄다. 부서지는 흰 파도소리를 따라 철책선길을 걷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강산과 해금강 풍광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반도의 평화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다. DMZ 평화의 길 위에 엄청난 행운으로 당첨된 이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고성 통일전망대 집결지에 모였다. 오늘 걸을 고성 DMZ 평화의길 A코스는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해안 철책선을 따라 남방한계선인 금강통문까지 약 2.7㎞의 도보 구간을 걷고 차량을 이용해 금강산전망대를 다녀올 예정이다. B코스는 통일전망대에서 차량으로 금강산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참가자는 신분증과 가벼운 옷차림에 마실 물과 휴대폰 정도만 챙기고 한번에 20명씩 들어갈 수 있다. 일행 선두에는 평화관광 안내해설사가 앞장서고 뒤에는 군인이 따라온다. 함께 이동해야 하고 정해진 포토존에서만 촬영할 수 있는 제한과 총을 맨 군인이 따라오니 정말 DMZ에 온 느낌이 들었다. 인원 확인과 안내가 끝나자 드디어 문이 열린다. 계단을 따라 해변까지 내려가는 길인데 중간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유독 투명한 바다와 모래사장이 눈부시게 들어온다. 해변 쪽에 내려서니 두 겹으로 된 철책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실제로 군인들이 순찰을 도는 철책선이라니 기분이 묘해진다. 민족상잔의 감흥을 느낄 새도 없이 곧장 나타나는 통전터널과 동해북부선에 대해 해설사의 안내가 시작된다. 일제 강점기 때 자원 수탈의 목적으로 양양에서 함경도 안변까지 놓은 철길이라고 한다. 바닥에 한 뼘 너비의 나지막한 턱이 표시된 지점이 나오는데 여기가 남방한계선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 2㎞, 총 4㎞구간에 걸쳐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했는데 그 남쪽 경계인 셈이다. 이곳이 남방한계선이지만 정전 이후 남북이 각각 관측이 용이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씩 움직인 결과 현재의 남방한계선과 철책은 이곳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지점에 위치한다. 평화의길 이정표와 그 옆으로 “귀하는 지금 유엔사 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접근)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한반도 모양을 본떠 만든 소원나무도 근처에 있다. 그동안 평화의 길을 다녀간 탐방객들이 남긴 소원 글귀를 담은 메모가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소원나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녹슨 굴삭기 한 대가 보였다. 2003년경 해안 초소 전신주 작업을 하던 중 대전차 지뢰를 밟아 터진 사고의 흔적이라고 한다. 다행히 작업자는 무사했으나 미확인지뢰지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부서진 굴삭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어머나, 고라니야!” 누군가의 깜짝 놀란 목소리에 돌아보니 껑충 껑충 뛰어가는 고라니 뒷모습이 보인다. 풀과 나무가 무성해 원시 자연과도 같은 상태다보니 DMZ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이 많이 눈에 띈다. 5월~6월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달콤하고 해변에는 갯매꽃과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고 한다. 내내 이어지던 평지를 지나 계단을 몇 개 올라서면 송도전망대가 나온다. 바다 쪽으로 작게 보이는 봉우리가 송도인데 구선봉의 아홉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곳이다. 이어 도보 구간의 맨 끝머리이자 남방한계선인 금강통문에 닿는다.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공식적인 통로이자 금강산 육로관광,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 통행이 있을 때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평화로 가는 길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귀가 유난히 가슴에 새겨진다. 금강통문을 마지막으로 도보 구간은 끝나고 이제부터 버스로 이동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한적한 도로를 달려 금강산전망대에서 내린다. 717OP라고도 부르는 금강산전망대는 통일전망대보다 2㎞ 더 북쪽에 위치한 만큼 금강산이 잘 보인다. 왼쪽 뒤로 금강산 채하봉과 최고봉인 비로봉이 아스라이 올려다 보이고, 정면으로 해금강 구선봉의 바위 하나하나가 선명하다. 구선봉 아래 짙푸른 호수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배경인 감호다. 금강산에서 해금강으로 내달린 산봉우리의 향연은 동해바다를 만나 점점이 바위섬으로 흩뿌려져 있다. “우와!” 장쾌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이렇게 건너서 보고 있자니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로 간절해진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면 통일전망대가 자그마하게 들어온다. 아쉬움에 금강산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 통일전망대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통일전망대의 새로운 명물인 통일전망타워는 기존 전망대보다 20m나 더 높고, 그 모양도 DMZ의 D자 형태로 지어 인상적이다. 4층 전망대에 올라서면 해금강 일대와 눈부신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직접 걸었던 해안 철책선 구간도 내려다보인다. 그 길을 눈으로 되짚어보며 이 땅의 평화로운 내일을 희망해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 관리지역이 강원도, 경기도, 인천 전 지역에 확대됨에 따라 DMZ평화의 길 운영이 잠정 중단(파주․철원 2019년 9월19일부터, 고성 10월1일부터)되었다. 또한 통일전망대는 코로나19 관련으로 잠정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DMZ 평화의 길과 통일전망대는 현재(2020년 5월19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참고할 것. 고성 DMZ 평화의 길 주소 : 강원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로 457(통일전망대) 문의 : DMZ 평화의 길 고객센터(신청접수문의) 1644-1306, 고성군청 담당부서(현장운영문의) 033-680-3047, http://www.dmzwalk.com/ 식당 옛원조부부횟집이성업 : 활어회·물회, 죽왕면 가진길 30, 033-681-1599 백촌막국수 : 메밀국수, 토성면 백촌1길 10, 033-632-5422 남경식당 : 문어곱창전골, 토성면 토성로 140, 070-4205-5959 숙소 왕곡마을 전통한옥숙박체험 : 죽왕면 왕곡마을길, 033-631-2120, http://www.wanggok.kr 스테이지풀빌라 : 토성면 토성로 124-1, 010-3100-0381, http://www.stay-g.co.kr 켄싱턴리조트설악비치 : 토성면 동해대로 4800, 033-631-7601, http://www.kensingtonhotel.com 글·사진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