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떠난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적장의 목을 사선으로 꿰뚫어버린다. 그리고 들려오는 주인공의 한마디,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2011년 개봉 35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쫓고 쫓기던 쥬신타(류승룡 분)와 남이(박해일 분)가 자인(문채원 분)을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맞서 서로에게 활을 겨누는 장면은 사막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배경과 조화를 이뤄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모래바람과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황량한 벌판, 그 촬영지가 바로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이다. 바람이 만든 물결무늬가 선명한 이 모래언덕은 사막으로 보이기도 해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곧잘 등장한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변은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언덕을 형성하여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선명한 바람자국을 품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사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다. 해안사구는 바닷물에 의해 해안으로 밀려온 모래가 풍랑에 밀려 올려지고, 탁월풍(일정 기간 동안 출현빈도가 가장 높은 풍향의 바람)에 의해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지형이다.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대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농지를 보전하고, 바닷물이 드는 것도 막아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오랜 시간을 두고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신두리 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닷가를 따라 길이 3.4km, 폭 0.5~1.3km에 걸쳐 형성된 모래언덕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낮은 구릉에 초목이 가득 펼쳐진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을 생각하고 찾아왔다면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사막 분위기를 물씬 풍겨 한국의 숨겨진 사막이라고 했는데, 6년 전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낸 후부터 초목이 번성해 모래언덕을 뒤덮고 말았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초목이 침범하지 못한 모래언덕에 사막의 느낌이 남아 있고, 초목으로 뒤덮인 지대는 아프리카 초원을 연상시킨다. 넓은 지대에 몸을 숨길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은 환경이야말로 <최종병기 활>에서 두 개의 활이 정면대결을 펼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면적이 넓은 만큼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신두리 해안사구를 효과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입구에서 왼쪽의 해변과 오른쪽 구릉 사이에 난 길을 따라가 반대편 끝에서 해변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게 기본 동선이다. 여기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래언덕을 포함시켜야 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구석구석 돌아보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오른쪽 모래언덕으로 오른다. 입구의 안내판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해안사구에서 가장 높은 구릉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서면 울퉁불퉁 솟은 구릉이 파도처럼 이어지는 모습과 구릉 뒤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무엇보다 낙조의 명소이기에 해질 무렵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한다면 가슴 깊이 새겨질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구릉을 내려와 신두리 해안사구 중앙에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사막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초원을 걷는 기분이다. 풀밭 위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가 허전한 풍경을 채워준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마른 잎 소리와 사람 발소리에 놀라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이 더해져 아프리카의 초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길은 외길이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으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색다른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풀밭 사이를 헤치고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편안한 길과는 달리 미지의 세상을 헤치고 나가는 기분이 든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해안으로 내려서면 신두리 해안사구가 모래언덕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닷가 백사장과 맞닿은 곳에서부터 언덕이 형성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덕을 뒤덮은 모래밭에 바람이 불어와 그려낸 그림들이 선명하다. 어느 곳은 물결무늬가 선명하고, 어느 곳은 무늬는 약하지만 바람이 옮겨다놓은 모래가 작은 능선을 이루고 있다. 자연이 시간을 두고 조금씩 만들어가는 세상을 이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나와 소원면 의항리로 가면 천리포 해변 옆에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미국인으로서 1979년에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민병갈은 1945년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1962년 사재를 털어 천리포 해변의 부지를 매입해 1970년부터 수목원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국내 자생종을 중심으로 조성하다가, 1973년 이후 외국에서 다양한 묘목과 종자를 가져다가 식재했다. 현재 1만 3,2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식물종 보유 수목원이다. 설립 이후 40년간 연구 목적 이외에는 개방하지 않다가 2003년 3월부터 밀러가든을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아름다움은 제일 먼저 만나는 연못에서 느낄 수 있다. 파라솔처럼 펼쳐진 닛사나무 가지와 파란 하늘이 담긴 연못, 그리고 초가지붕을 본 따 만든 옛 행정사무실이 어우러져 외국의 멋진 호수 풍경을 연상시킨다. 바다가 보이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는 멋진 해송집이 나타난다. 해송집 외에도 배롱나무집, 측백나무집 등 7채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언제든지 수목원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이어진 밀러가든 탐방로를 걸으면 호랑가시나무 붉은 열매,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잎이 채 나기도 전에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는 풍년화가 먼저 길손을 반긴다. 완연한 봄날이 되면 400여 종의 목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군락을 이룬 수선화가 화려한 꽃잔치를 벌인다.
문의 041-672-9982, www.chollipo.org 1.주변음식점 원풍식당 : 원북면 반계리 / 박속낙지 / 041-672-5057 이원식당 : 이원면 포지리 / 박속낙지 / 041-672-8024 토담집 : 태안읍 남문리 / 우럭젓국 / 041-674-4561 2.숙소 하늘과바다사이 리조트 : 원북면 신두리 / 041-674-6666 www.sky-sea.co.kr 자작나무 리조트 : 원북면 신두리 / 041-675-9995 www.birchresort.com 바다여행 펜션 : 원북면 신두리 / 041-675-1366 www.travelsea.net 바다보금자리 펜션 : 원북면 신두리 / 011-9973-3674 마로니에 펜션 : 원북면 신두리 / 041-675-1617 www.oceanworld.co.kr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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