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한반도의 등뼈가 동해를 타고 내려오다가, 서남쪽으로 꺾어 남해까지 녹아든다. 동서로 뻗친 능선은 한반도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산맥의 연이은 솟음 중 소백산은 특히 규모가 크고 웅장한 산세를 드러낸다. 4월 중순까지도 설산의 매력을 뽐내는 그곳으로 향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찰라, 소백산은 포근한 설산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소백산역에서 시작하는 죽령 옛길을 통해 소백산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출발하길 추천한다. 고갯길에 얽힌 세월을 더듬는 일련의 과정이 풍경뿐만 아닌 체험으로 소백산맥을 알아가는 좋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죽령 옛길을 거쳐 소백산 등산길로 접어드는 순간,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죽령마루에 도착, 고운 눈이 녹질 못하고 소백산맥을 오가는 바람에 치인다. 아이젠, 마스크, 선글라스 등 등산 채비를 꼼꼼히 체크한 후,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꿀맛이다. 연화봉 방향 이정표가 휴게소 뒤편을 가리킨다. 약 5분 정도 들어가면 '죽령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소백산 등산 지도를 얻을 수 있다. 코스 구성, 날씨 등 오르기 전에 궁금한 정보가 있으면 여기서 조언을 구하자.
어렸을 적 소백산을 와본 기억을 더듬어보니, 당시의 풍경이 흐릿하게 아른거린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 가득하겠구나' 이동속도가 더딜 것이 뻔하다. 이번 풍경여행의 목적지를 연화봉으로 정해본다.
눈이 쌓였지만 아이젠만 착용하면 걷는 동안 그리 신경 쓸 장애물이 없다.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포장된 길이 능선을 타기 전까지 산기슭을 둘렀다. 해빙기가 끝나면 아이들도 부담 없이 등산을 즐길 수 있겠다. 편안한 느낌이 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능선을 타기 전까지 두 곳의 작은 쉼터가 마련됐다. 잣나무가 멋들어지게 자란 곳에 조성됐다. 혹시나 떨어진 잣이 없을까 한참 두리번거렸지만 보이는 것은 나무 아래 잣 껍데기, 야생동물이 남긴 흔적뿐이 없다. 고요하고 인적도 없다. 체면이랄 것 없이 그늘에 쌓인 눈을 매트리스 삼아 벌러덩 누워버렸다. 잣나무가 적당히 하늘을 가려 눈부시지 않고, 서서히 차가워지는 등허리가 상쾌하면서 시원하다.
오를수록 체감온도가 점점 낮아진다. 겨울에는 고도가 100m 높아질수록 약 0.5도씩 기온이 내려가며, 초속 1m의 바람에도 체감온도가 2도 가량 떨어진다. 안면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파고드는 산바람을 막을 재간이 없다. 아리는 부위를 달래느라 핫팩이 바쁘다. 죽령탐방지원 센터에서 약 3.3㎞ 거리에 제2연화봉이 있다. 안테나로 무장한 통신시설이 보이는 곳이다. 여기부터 소백산의 풍경이 있는 여행, 본격적인 시작이다. 도시에서 봐 온 하늘과 다른 하늘이다. 같은 맑은 하늘이라도 더 맑고 청아하다. 그 아래로 겨울산이 지니는 매력이 곳곳에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한다. 햇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구석구석을 도배했다. 바람을 타고 유랑하던 눈이 낄 수 있는 곳은 다 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와 갖가지 잡목이 하얀 솜털을 자랑한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이랄까. 때를 놓치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있는 여행 되겠다. 맥에서 뻗친 골짜기가 참으로 곱다. 마치 한복의 치마처럼 우아하다. 장중한 그 위세도 대단하지만, 유하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 수많은 야생동식물을 품에 안은 소백산, '어머니의 산'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동서로 뻗은 주능선에 오르면, 소백산맥의 북쪽 동네, 남쪽 동네를 번갈아 보게 된다. 이것이 참 인상적이다. 예로부터 소백산맥은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의 교류에 큰 걸림돌이었다. 각 지방 고유의 특색이 더욱 짙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소백산맥의 칸막이 역할이 큰 원인일 것이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선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시야를 가리는 어떤 장애물도 없는 풍경도 좋지만, 지평선 끝에서 발끝까지 살펴보는 동안 가지는 사색의 시간도 좋은 경험이다. 시내가 보인다. 겉보기에는 고요하고 평화로울 것 같지만, 그 속에 온갖 군상이 뒤섞였다. 약간 떨어졌을 뿐인데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자신도 되돌아보며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작은 내리막에 이어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친다. 약 300m 전방, 연화봉이다. 이 구간에 소백산의 겨울 초원이 펼쳐졌다. 주목(천연기념물 제244호) 군락지로, 국내 최대 규모다. 그 너머로 고운 능선이 드리운 산세와 국망봉이 들어온다.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등 봉우리들이 한데 어울려 장대하면서도 부드러운 경관을 연출한다. 대단한 곳에 왔음이 실감 난다. 예로부터 소백산은 삼재(화재·수재·풍재)가 들지 않는 산으로 통해, 병란과 기근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손꼽혔다. 현재는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코스를 더 길게 잡으면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이어진다. 아직은 해가 빨리 떨어지므로 하산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목적지를 잘 설정해야겠다. 연화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죽령 마루 외에도 희방사 방향이 있다. 희방사로 내려가는 길은 희방폭포 등 소백산 계곡 풍경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영주 가는 방법] * 자가운전 ▶서울/인천/경기 방면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풍기IC ▶부산/대구 방면 호남고속도로 ▶목포 경부고속도로(금호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또는 풍기IC ▶광주(전남) 방면 88고속도로(금호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영주IC 또는 풍기IC * 대중교통 ▶버스 동서울 터미널 ↔ 영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 영주 동대구 중앙고속터미널 ↔ 영주 대구 북부정류장 ↔ 영주 부산 ↔ 영주 ▶기차 청량리 ↔ 풍기·영주 (새마을호, 무궁화호 : 중앙선) 서울 ↔ 천안 ↔ 제천 ↔ 영주 (무궁화호 : 경부선) 대구·동대구 ↔ 영주 (무궁화호 : 중앙선) 부산 ↔ 영주 (무궁화호 : 중앙선) 강릉 ↔ 영주 (무궁화호 : 영동선) 대전·김천 ↔ 영주 (무궁화호 : 경북선) [소백산역 가는 방법] * 자가운전 풍기IC → 지방도931호선(풍기읍방면) → 국도5호선(단양방면) → 소백산역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 위 정보는 2012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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