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옥이어도 깃든 사연과 미학은 모두 다르다. 특별함을 간직한 경북 봉화의 고택 네 곳을 찾았다. 울긋불긋한 야생화와 아담한 산책로, 정원을 감싼 한옥이 곱게 그린 동양화인 양 청초하다. 무엇 하나 삐뚤지 않고 제자리를 잘 잡은 정경에 마음이 절로 유순해진다. 강춘기, 손희정 대표 부부가 손님에게 건네는 선물 같은 풍경이다. ‘성암재’는 강춘기 대표의 증조부인 의재 강필 선생이 1915년 셋째 아들인 성암 강승원에게 지어 준 집이다. 최근까지 50년간 관리를 맡기다 대표 부부가 2012년 낙향한 뒤 이듬해 숙소로 개방했다. 부부는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안다’라는 ‘온고지신’ 정신을 성암재에 투영했다.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외국에서 생활할 때,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여러 숙소에서 받은 감명을 계기로 여느 고택과 다른 경관을 가꿔 나갔다. 아이가 뛰어놀도록 잔디를 깔았으며 담장 아래엔 야생화를 심어 근사한 정원을 완성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안마당은 당장 지인을 초대해 차 한잔 나누고 싶을 만큼 아늑하다. 직접 만든 도예 작품을 정원 곳곳에 두어 야외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도 색다르다. 이 덕분에 성암재에선 사랑방에 앉아 구석구석 건너보는 매 순간이 추억으로 남는다. - 주 소 :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동길 19-18 - 문 의 : 054-673-5011 - 홈페이지 : seongamje.modoo.at ✔ 초대의 한마디 저는 다도 사범이고 남편은 핸드 드립 마스터 자격증을 갖춘 바리스타입니다. 손님이 원하면 무료로 연꽃차 체험을 진행하고 커피도 내려 드려요. ✔ 인근 추천 관광명소 분천역 : 봉화와 강원도 태백 사이 27.7킬로미터를 잇는 관광 열차인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기점이다. 인근을 산타 마을로 조성해 연중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통과해 마당과 고택을 두루 살피고 후원을 돌아 뒤편 언덕에 오른다. 이제 다 봤겠지 싶어 내려가려는 순간 멈칫거리는 발걸음. 고택 건너편의 별채와 정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꽤 오래 구경했는데도 다 보지 못했다니, 이토록 풍요로운 ‘토향고택’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지다. 충청도관찰사를 지낸 개암 김우굉 선생의 후손이 17세기에 봉화 바래미 마을에 터를 잡은 뒤 대대로 살아온 토향고택은 영남 사대부가의 전형을 보여 준다. 깊고 너른 마당과 전통의 ‘ㅁ’ 자 모양 한옥은 고택을 처음 지은 400년 전 모습 그대로인 듯 정갈하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우나 토향고택의 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표 부부가 고택 외부에 조성한 정원은 야생화와 연지, 별채가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소나무가 늘어선 언덕에선 멋스러운 고택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마에서 도예를 체험하고, 대청마루로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아 시와 서예를 배우며, 정원 한편의 바비큐장에서 유쾌하게 보내는 시간은 토향고택에서 누리는 특별한 경험이다. 하루만 묵기로 했다가 내리 일주일을 머물렀다는 어느 손님도 떠날 땐 아쉬워 몇 번을 뒤돌아보았을 테다. - 주 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43 - 문 의 : 054-673-1112 - 홈페이지 : tohyang.modoo.at ✔ 초대의 한마디 후원에 그네와 널, 제기, 투호, 팽이를 즐기는 민속 놀이터가 있으니 언제든 이용하세요. 후원과 이어지는 언덕에서 바라본 일출이 장관이랍니다. ✔ 인근 추천 관광명소 청량산 도립공원 :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봉화의 명산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산자락과 이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 줄기의 전경이 일품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랑채에 붙은 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 앞쪽으로 튀어나온 누각은 흔한 한옥 구조는 아닐 것이다. 보기 드문 외관의 연유를 어림잡으며 고풍스러운 계단을 밟고 명월루에 오르는 순간, 청량한 바람과 함께 여유로운 풍경이 명월루 안으로 밀려든다. 여기가 대청이더라도 그 나름의 감상이 있겠으나 시 한 수를 금세 뽑아낼 듯한 운치는 명월루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이곳에서 무려 1000편 이상의 시가 쓰였다는 사실조차 새삼스럽지 않은 ‘만회고택’의 명당이다. 만회고택은 조선 후기에 승정원 우부승지를 역임한 만회 김건수 선생이 살던 집으로, 앞서 선생의 6대조가 마을에 정착하며 안채를 매입했다. 명월루는 김건수 선생이 직접 건립했으며, 후손인 김시원 대표가 2017년 모두를 위한 숙소로 단장했다. 7개의 객실마다 만회고택의 역사가 알알이 서렸는데, 특히 만월루는 빼어난 경관과 더불어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이 1919년 독립 청원서인 파리 장서 초안을 작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 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해 ‘독립유공자의 집’으로 지정된 것도 만회고택을 방문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주 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51 - 문 의 : 054-673-7939 - 홈페이지 : manhoegotaek.modoo.at ✔ 초대의 한마디 왕실에서 양반가로 전해진 봉화의 전통 음식을 조식으로 내놓고 있어요. 신청하시면 황태보푸라기, 잡채, 수란 등 15첩 반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 ✔ 인근 추천 관광명소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 한반도 생태의 핵심 축인 백두대간의 자생식물과 고산식물을 전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멸종 위기의 백두산 호랑이도 볼 수 있다. 글 : 김규보 / 사진 : 신규철 출처 : KTX매거진 10월호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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