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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북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박물관에서 출발해 경기전에 남은 조선 왕실의 태실을 만납니다. 북쪽 산업단지에 닿으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공장을 마주합니다. 유물과 왕실 문화, 산업유산을 따라 전주의 여러 시간을 잇는 여행입니다. 🏛️ 오랜 기억에 새로운 숨결을 더한 전주 여행 🏛️ - 국립전주박물관: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시대별로 만나는 박물관 - 예종대왕 태실 및 비: 조선 왕실의 생명관이 깃든 문화유산 - 팔복예술공장: 폐공장의 흔적을 예술로 되살린 복합문화공간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유산을 수집·보존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선보이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넓은 계단을 올라 본관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원형 기둥, 좌우로 오르는 계단이 어우러진 중앙 로비가 관람객을 정갈하게 맞이합니다. 1990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전북의 깊은 역사를 넘어, 조선 왕실의 본향인 전주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상설전시는 역사실, 미술공예실, 전주와 조선왕실실, 서예문화실, 석전기념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1,500점의 유물로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흐름을 다룹니다. 1층 역사실에서는 구석기·신석기의 생활 도구를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 고인돌 유물과 마한, 백제, 가야, 후백제, 고려, 조선의 유산을 순차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북 연안과 섬 지역 출토 유물이 인상적입니다. 부안 죽막동 유적의 그릇과 청동기·철기 유물은 바다를 오가던 옛사람들이 항해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며 올린 제사의 흔적입니다. 진열장에 빽빽이 들어찬 토기와 도기들은 이 지역이 단순한 육지 문화를 넘어 해양 교류의 핵심 길목이었음을 증명합니다. 후백제와 고려 시대 공간에는 팔각 석조 승탑과 청자 등 불교·도자 문화 유물이 이어집니다. 후백제의 왕도이자 고려 시대 전주목이 있던 전주는 지방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전북 곳곳의 청자 가마터 유물은 이곳이 고려청자의 주산지였음을 보여주며, 묵직한 석조물과 은은한 비취빛 청자가 어우러져 당시의 미의식을 고요히 전합니다. 실내 관람을 마친 뒤에는 소나무 숲과 잔디밭이 어우러진 옥외전시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좋습니다. 문인석을 비롯해 전북 지역에서 출토되거나 기증받은 석조 유물 50여 점이 숲길을 따라 들어서 있어, 여유로운 산책과 함께 관람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국립전주박물관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쑥고개로 249 - 운영 시간 [상설전시실] 10:00~18:00 (입장 마감 17:30) [어린이박물관] 10:00~17:30 ※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관 - 문의: 063-233-5651~2 경기전의 고즈넉한 건물과 돌담을 지나 숲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낮은 울타리 너머에 예종대왕 태실과 태실비가 나란히 자리합니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정갈하게 놓인 석조물은 조선 왕실의 엄격했던 의례와 파란만장했던 수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합니다. 태실은 왕실에서 왕자나 공주가 태어났을 때, 그 태반과 탯줄을 항아리에 담아 봉안하던 곳입니다. 조선 왕실에서는 태를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 명당과 길일을 골라 정성껏 모셨는데, 이는 자손의 무병장수뿐만 아니라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소중한 의례였습니다. 예종대왕 태실은 항아리 모양의 둥근 석함 위에 지붕 형태의 덮개돌을 얹고 그 둘레를 팔각 난간석으로 감싸 안은 구조입니다. 둥글고 원만한 몸돌과 반듯한 난간석이 어우러져 간결하면서도 장중한 멋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전에 위치한 석조 구조물 내부에 실제 태항아리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예종의 태를 담았던 항아리와 태지석 등 관련 유물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나누어 보관 및 전시되어 있습니다. 태실 곁을 지키는 태실비는 거북 모양 받침돌(귀부)과 글자가 새겨진 비몸(비신), 용 무늬가 조각된 머릿돌(이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석 정면에는 '예종대왕태실(睿宗大王胎室)'이라는 여섯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고, 이수에는 구름 속을 노니는 두 마리 용이 역동적으로 조각되어 있어 석공의 섬세한 손길을 느끼게 합니다. 본래 예종의 태실은 완주군 구이면 원덕리 태실마을 뒷산에 봉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28년, 조선총독부가 전국의 왕실 태항아리를 강제로 서울로 옮기면서 이 태실 역시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남아 있던 석조 부재들은 구이초등학교 인근으로 옮겨졌다가, 1970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경기전 안으로 이전되어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목 사이로 아른거리는 햇살을 받으며 태실 앞에 서면 생명을 소중히 다루었던 조선 왕실의 출산 의례는 물론 파란만장한 세월을 견뎌낸 문화유산의 수난사가 아련히 겹쳐집니다. 단정한 태실, 묵직한 귀부, 정교한 용 조각을 차례로 둘러보다 보면 경기전이 단순히 태조 어진만을 모신 공간을 넘어 조선 왕실의 다채로운 기억과 숨결을 간직한 장소임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예종대왕 태실 및 비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44 - 운영 시간 [9월~10월] 09:00~19:00 (입장 마감 18:00) [11월~2월] 09:00 ~ 18:00 (입장 마감 17:00) [3월~5월] 09:00~19:00 (입장 마감 18:00) [6월~8월] 09:00 ~ 20:00 (입장 마감 19:00) - 이용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기념 무료 관람 ※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전주시 한복의 날’ 기념 관람료 50% 할인 - 문의: 063-281-2788 전주의 오랜 역사와 조선 왕실 문화를 살펴보던 여정은 팔복동 산업단지에서 전혀 다른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붉은 벽돌과 거친 콘크리트 골조, 알록달록한 벽화가 어우러진 팔복예술공장은 한때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폐공장을 되살린 복합문화예술공간입니다. 이곳은 1979년에 설립된 ‘쏘렉스’ 공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한때 4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며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해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하던 활기찬 공장이었으나, 새로운 음원 매체의 등장으로 1991년 가동을 멈추고 이듬해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25년 넘게 방치되었던 폐공장은 2018년, 시민과 예술가를 위한 문화 거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단지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깃든 콘크리트 벽과 화려한 그래피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커다란 카세트플레이어 벽화와 나비 그림, 계단식 쉼터는 옛 공장의 정체성을 유쾌하게 재해석합니다. 바닥을 채운 알록달록한 무늬와 별, 새를 형상화한 철제 조형물까지 어우러져 투박한 야외 공간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처럼 다가옵니다. ‘팔복예술공장’이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진 원통형 구조물과 높이 솟은 옛 굴뚝, 묵직한 철제 골조는 이곳이 과거 뜨거운 생산의 현장이었음을 일깨워줍니다. 옛 구조물 사이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과 현대적인 조형물, 주변의 버드나무와 잔디밭이 어우러져 거친 공장지대 속에서도 한결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합니다. 팔복예술공장은 크게 A동과 B동으로 구분됩니다. A동은 전시장과 창작스튜디오가 자리해 입주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과 전시를 지원합니다. 공장 시절의 문짝과 함석판, 테이프 조립용 의자 등을 재활용한 ‘카페 써니’ 역시 옛 자재의 멋을 살린 독특한 공간으로 눈길을 끕니다. B동의 ‘꿈꾸는 예술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공간입니다. 미술과 놀이를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야외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래밭과 로프 구조물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도 위치해 있어 온 가족이 편안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두 건물을 잇는 컨테이너 브리지는 이곳의 가장 인상적인 상징물입니다. 노랑, 연두, 붉은색 컨테이너를 감각적으로 배치해 통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창작의 공간(A동)과 교육의 공간(B동)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다리 아래 서면 폐공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팔복예술공장은 과거를 덮어버리지 않은 공간입니다. 빛바랜 벽과 높은 굴뚝, 오래된 계단 위에 오늘의 색채와 예술을 살포시 겹쳐 놓았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찍어내던 노동의 공간이 이제는 예술을 만들고 공유하는 장소로 변모한 과정, 그 자체가 이곳이 선사하는 가장 아름다운 전시입니다. 팔복예술공장 -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 - 운영 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휴관 - 문의: 063-211-0288 ※ 위 정보는 2026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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