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는 대부분 시각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게 마련인데, 강릉이란 도시는 시각과 함께 후각적인 잔상이 남는 곳이다. 그만큼 강릉에서는 여러 가지 진한 향기가 묻어난다. 짭조름한 바다 향기와 은은한 커피 향기가 도시를 감싼다. 거기에 하나 더, 청정한 소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강릉의 바다와 커피는 이미 입소문이 날 대로 나 있는 상태. 강릉시는 이제 강릉의 소나무 향기를 전하기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테마로 조성한 수목원인 강릉솔향수목원을 2013년 10월 30일에 개원했다. 강릉 하면 바다와 커피가 먼저 떠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울창한 솔숲을 간직한 고장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강릉시는 ‘솔향강릉’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강릉 어디를 가나 쉽게 솔숲을 마주할 수 있지만, 좀더 깊고 짙은 솔숲을 찾아 강릉솔향수목원으로 향한다. 강릉솔향수목원은 경포해변이나 경포대, 안목해변 커피거리 같은 명소에 비해 아직 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크게 붐비지 않는다. 한여름에는 강릉 현지인들이 피서지로 즐겨 찾는다. 바다를 끼고 있는 강릉에서는 솔숲과 계곡을 갖춘 강릉솔향수목원이 오히려 특별한 피서지가 되어준다. 여름날이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수목원 숲속과 물가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강릉솔향수목원은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간직한 칠성산 자락, 강릉에서 경치 좋기로 이름난 용소골에 들어섰다. 훌륭한 산과 계곡이 있으니 수목원 터로 부족함이 없다. 78만 5,000㎡의 면적에 23개 테마로 꾸몄다. 비비추원, 수국원, 암석원, 약용식물원, 원추리원, 염료식물원, 창포원, 철쭉원 등을 따라 계절별로 변화하는 다양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 자생 수종인 금강송이 쭉쭉 뻗은 ‘천년숨결 치유의 길’이 수목원을 대표하는 산책 코스다. 금강송이 가득한 숲길을 걸어볼 기대에 차서 수목원에 들어선다. 이내 시원한 냇가가 나타난다. 이미 냇가에 발을 담그고 무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거기에 끼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먼저 숲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숲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그중 ‘천년숨결 치유의 길’을 거쳐 ‘하늘정원’으로 향하는 숲길을 선택한다. 강릉솔향수목원의 대표적인 숲길이다. 숲길로 들어서려면 냇가를 지나야 한다. 징검다리 돌길 사이로 흘러가는 계곡물에 살짝 발을 담가본다. 그 기운만으로도 몸이 시원해진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면 숲체험학습원이 나타난다. 소나무가 우거진 넓은 잔디밭 주변으로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파라솔까지 갖춰 꽤나 운치 있는 모습이다.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다. ‘여름날 이만한 명당이 또 어디 있나’ 하는 여유로운 표정들이다. 여기서 데크로 된 숲생태관찰로를 따라 ‘천년숨결 치유의 길’로 향한다. 경사가 완만하고 편안한 나무 데크길이라 노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자생 수종인 금강송에다 주목과 서양측백을 식재해 싱그러움이 가득 묻어난다. 굳이 피톤치드라는 말을 갖다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몸속 가득 초록의 기운이 번져나간다.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산책로를 걷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만 봐도 숲이 얼마나 좋은 기운을 내뿜는지 알 수 있다. 데크 위에 떨어진 솔방울, 산책로 옆으로 피어오른 이름 모를 야생화, 이제는 흔치 않아진 여러 풀벌레 등이 어우러져 숲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렇게 걷다 보면 이내 솔향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내다보며 쉬어갈 수 있다. 여기서 하늘정원까지는 130m 거리. 이제 데크길은 끝나고 나무로 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길이 시작되기 전, 여기까지 온 방문객들을 환영하듯 작은 물줄기가 졸졸 흘러간다. 딱 발을 담그고 걷기 여행의 피로를 풀기 좋을 정도의 물줄기다. 산속에서 만나는 물은 맑디맑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재충전한 뒤 하늘정원으로 오른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었고, 일부 구간은 우드칩을 깔았다.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 길 끝에 하늘정원이 있다. 수목원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해발 261m에 자리한 하늘정원에 서면 강릉 시내와 바다가 내다보인다. 주변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늘정원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잘 닦인 데크길 대신 오솔길이라 걷기가 더 편하다. 데크길보다 가까이서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길을 걷다가 나뭇잎이나 흙을 만져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설익은 채 떨어진 도토리가 아이들의 놀잇감이 되기도 한다. 숲길을 빠져나오면 다이어즈 캐모마일, 에키나시아 등 화사한 꽃들이 반겨준다. 꽃길은 냇가로 이어진다. 바닥의 돌들이 훤히 내비칠 정도로 물이 맑다. 숲의 기운을 온몸에 가득 머금은 채 냇가에 발을 담그고 쉬어가노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냇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늘솔길식물원’이라는 이름을 단 전시온실이 나온다. 수목원의 거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온실을 둘러보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한다. 중앙 숲길을 따라 다시 정문으로 내려온다. 오른쪽으로는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졸졸졸 작은 냇물이 흐른다. 좁은 냇물 한쪽은 의자처럼 나무로 되어 있어 누구나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다. 배롱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이 냇물에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숲 산책과 물놀이를 겸할 수 있는 데다 입장까지 무료니 여름날 이만한 휴식처가 또 있을까 싶다. 강릉솔향수목원은 강릉의 조용한 시골 동네인 구정면에 자리한다. 수목원이 문을 열기 전에는 이렇다 할 유명 관광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여행자들이 구정면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찾아든 곳은 바로 ‘테라로사 커피공장’. 한국의 1세대 커피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김용덕 씨가 2002년 구정면 어단리에 문을 연 곳이다. 처음에는 이름 그대로 여러 거래처에 커피를 공급하기 위한 커피공장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커피 맛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손님들을 맞을 카페 공간을 갖추게 됐다. 카페 좌석을 많이 늘렸음에도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강릉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에 지점이 생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본점인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찾고 있다. 시골 동네와 어우러진 커피공장은 그 풍경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신선한 커피와 함께 매일 갓 구워내는 빵도 인기가 대단하다. 강릉솔향수목원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라 수목원 방문 전후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음미하기 좋다. 강릉솔향수목원 주소 :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중앙로 92-177 문의 : 033-660-2320 https://www.gn.go.kr/solhyang/index.do 테라로사 커피공장 주소 : 강원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25 문의 : 033-648-2760 http://www.terarosa.com/ 주변 음식점 가곡막국수 : 막국수 / 강릉시 구정면 남밭길 6 / 033-644-8970 나인 : 커피 / 강릉시 구정면 남밭길 9 / 033-655-2318 교동반점 : 짬뽕 / 강릉시 강릉대로 205 / 033-646-3833 숙소 호텔 헤렌하우스 : 강릉시 창해로14번길 16 / 033-651-4000 http://herren-haus.com/ 강릉선교장 : 강릉시 운정길 63 / 033-646-4270 MGM호텔 :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19 / 033-644-2559 https://grmgm.modoo.at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